[Opinion] <완벽한 타인>_당신은 누구에게 돌을 던지시겠습니까 [영화]

글 입력 2018.11.07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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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는 서로 완벽한 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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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완벽한 타인>을 보고 왔습니다. 예고편을 접했을 때부터 정말 재미있을 것 같아서 기대가 컸는데, 단순히 가벼운 코미디를 뛰어넘는 완성도 있는 영화였습니다.

영화를 본 모든 사람은 7명의 주인공 중 누군가에게는 특히 공감하고, 누군가는 특히 혐오했을 것입니다. 주인공들은 우리가 몰랐던 모습, 모른 척하던 모습, 숨기고 싶어 하는 모습을 너무 적나라하게 까발려 보는 우리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완벽한 타인>은 결국 우리 모두는 서로에게 완벽한 타인이며, 서로에게 절대 완벽해질 수 없는 존재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어쩐지 씁쓸한 뒷맛을 남기는 영화입니다.



누구에게 돌을 던지시겠습니까


<완벽한 타인>에서 당신은 어떤 인물에게 가장 공감했고, 어떤 인물의 비밀을 가장 혐오했나요? 각 인물의 삶을 영화 말미에 나온 분류대로 공적인 삶/개인의 삶/비밀의 삶으로 나누어 정리해봤습니다. 한 사람은 동시에 세 종류의 삶을 살아가니 한 가지 삶의 모습만 고려해서는 완전한 한 사람을 판단할 수 없겠죠. 그러니 아무리 비밀의 삶이 썩어빠진 사람이라도 공적이거나 개인적인 삶에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면, 쉽게 그를 욕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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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석호(유해진)
-공적인 삶: 교통사고 가해자로 지목된 세심하고 철저한 변호사
-개인의 삶: 어머니에게 헌신적이고 아내의 희생을 당연시하며 아이들에게는 엄한 가부장적 남편
-비밀의 삶: 아내와 아이들을 두고 매일 밤 가슴 사진을 보내는 연상녀와 연락을 주고받음

2. 수현(염정아)
-공적인 삶: 헌신적이고 희생적인 전업주부
-개인의 삶: 남편의 무관심과 괄시에 견디다 못해 블로그에 연애소설을 연재하는 작가
-비밀의 삶: 과거 교통사고 가해자+남편에게 비밀로 야한 속옷을 입고, 팬과 개인적인 연락을 주고받음

3. 준모(이서진)
-공적인 삶: 무능력한 레스토랑 사장
-개인의 삶: 뺀질하니 잘생겼지만 좋은 학력의 친구들에게 자격지심을 느끼는 신혼 남편
-비밀의 삶: 친구의 아내와 바람+레스토랑 매니저와 바람, 심지어 임신시킴

4. 세경(송하윤)
-공적인 삶: X
-개인의 삶: 남편을 100퍼센트 신뢰하는 금수저 어린 부인
-비밀의 삶: X(놀랍게도)

5. 석호(조진웅)
-공적인 삶: 실력 없는 가슴 수술 전문 성형외과 의사
-개인의 삶: 부부관계 회복을 위해 상담까지 받으며 노력 중인 좋은 남편+딸에게 드라마에 나올 법한 정답만 말해주는 좋은 아빠
-비밀의 삶: 부동산 사기당한 것을 아내에게 숨김(이 정도 비밀은 영화를 보다 보면 정말 귀여운 비밀일 지경이죠)

6. 예진(김지수)
-공적인 삶: 능력 있는 금수저 정신과 의사
-개인의 삶: 어린 나이에 임신하게 된 트라우마 때문에 딸에 대한 집착이 강한 엄마
-비밀의 삶: 남편을 두고 남편 친구와 바람

7. 영배(윤경호)
-공적인 삶: 고등학교 교사(였으나 잘림)
-개인의 삶: 고지식하고 고집 있는 성격 때문에 친구들이 슬슬 기피하는 이혼남
-비밀의 삶: 동성애자



삶은 다양한 각도에서


영화를 보면서 쌍욕이 나오게 만들었던 석호, 준모, 예진의 비밀은 정말 절대 용서받을 수 없는 비밀인가요? 석호는 아내의 죄를 뒤집어 쓴 것 때문에 자칫하면 신의 직업이라는 사짜 직업에서 잘릴 수도 있었는데, 그래도 함께 잘 살고 있지 않나요? 불쌍한 준모는 어렸을 때부터 똑똑하지 못한 자신에 대한 극한의 자기혐오로 여성편력이 생긴 것일 수도 있지 않나요? 예진은 자신의 젊은 시절을 망쳐놓은 남편에 대한 처절한 보복심리로 준모를 만난 것일 수도 있지 않나요?

또 하나, 세경의 공적인 삶과 비밀의 삶이 둘 다 존재하지 않다시피 묘사되는 것은 뭔가 큰 의미가 있어보입니다. 세경의 삶은 오로지 하나, 뺀질이 남편 준모의 어린 부인으로서의 삶입니다. 그런데 100% 신뢰하고 의지해오던 남편의 비밀을 알게 되고 충격에 빠진 세경은, 정신이 든 후 진하게 화장을 하고 당당하게 준모를 버리고 나갑니다. 개인의 삶이 망쳐지고 나서야 공적인 삶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은 모습입니다. 이는 세 가지 삶 중 어떤 한 가지의 삶에만 전념하여 살 수는 없다는 메시지일까요? 그렇다면 당신은 세 가지 삶을 모두 살고 계신가요?



결국, 인생은 혼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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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아무리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도 결국은 완벽한 타인입니다. 함부로 그의 삶을 평가할 권리나 책임질 의무가 내겐 없는 것이죠. 물론 다른 누군가도 나의 삶을 평가하거나 책임질 수 없습니다. 내 삶은 나만이 평가하고 나만이 책임질 수 있습니다.

+)
이 영화는 커플끼리 보면 한 번 크게 싸울 것 같다는 후기들에 매우 동의합니다. 그러니 조만간 <완벽한 타인>을 남자친구/여자친구와 같이 볼 예정이라는 분은, 미리 핸드폰 정리를 잘해두길 추천드립니다. 통화기록이든, 문자든, 카톡이든, 텔레그램이든.


[김다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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