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반짝거리는 순간, 연극 <우리별>

글 입력 2018.09.24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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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우리별 Review



일상 어쩌면 일생, 리드미컬하게


우리별을 본 다음 날, 묘하게 맴도는 노래가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노래라기보다는 리듬. 혼자 그 정체불명 리듬을 더듬더듬 내뱉다가, 이 리듬의 출처가 ‘우리별’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이러다 말겠지, 싶었는데 그 날부터 며칠 더 ‘우리별’ 후유증을 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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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보고 온 친구와 나눈 카톡



계속 반복되는 리듬과 대사는 그냥 지나치기 어려울 만큼 독특하고 강력한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더구나 그 ‘반복’은 단순한 성격을 지나쳐, 이 연극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에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되었기에, 나를 푹 빠지게 하기엔 충분했다. 때론 덤덤하게, 혹은 신나게. 매일 반복되면서도 무력해지는 일상과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진행되는 일생 전반의 모든 것들을 표현해냈다. 일상 어쩌면 일생, 그 것도 아주 리드미컬하게.



<시놉시스>


난 지구. 여기는 코스모스 아파트 19단지. 우리 가족은 오늘 여기로 이사를 왔다. 난 태어나서 6억 년간 혼자였는데 이제는 주변이 꽤 떠들썩한 거 같다.


엄마와 함께 옆집에 인사를 간다. 나보다 조금 작은 여자애가 나온다. 이름은 달님이. 단짝 친구가 된다. 매일매일 붙어있지만, 조금씩 멀어지는 게 느껴진다.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하게 조금씩 조금씩. 우린 언젠가 헤어지는 걸까....



너무나 소중하지만

한눈을 팔다가 사라져 버릴 지도 모를 것들에 대한 이야기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지구’다. 단순히 주인공 이름을 지구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내용과 연결지어보자면, 주인공은 명백히 우리가 현재 살고 있는 이 별, 지구다. 연극 ‘우리별’은 말 그대로 우리별의 탄생부터 죽음까지를 유쾌하게 밝히고 있는 극인 것이다.


그러나 이 극을 무지막지하게 지구의 탄생과 죽음으로 밀고가기엔, 극 속의 반짝이는 것들은 따로 있다. 분명히 선명하게 떠오르는 것, 완벽하게 경험과 일치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충분히 공감되는 무언가가 있었다. 언젠가 ‘반짝’하고 사라질 것만 같은 평범하고도 아름다운 순간. 그 것은 프리뷰에 써낸 내 기대와, 그리고 연출이 연극에 대해 남긴 말과 매우 흡사했다. 공연을 보고 나오는 길에, 문득 벅차오름을 느낀 까닭이었다.


공연을 볼 때, 어쩌면 소설을 읽을 때, 언젠가는 영화를 볼 때. 나는 가끔 예상치 못한 곳에서 울컥하는 마음이 든다. 그 곳은 클라이맥스도, 눈물 쏙 빼는 엔딩 구간도 아니다. 그저 그런 이야기. 그저 겪었을 법한 이야기. 더 구체적으로는, 내 기억을 더듬더듬 되짚어보게 하는 이야기. 그런 눈부시고도 평범한 순간이다.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매일로 인해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진 순간. 당시에는 미래의 내가 이토록 그리워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던, 어쩌면 미화된 것일지도 모르는 과거의 언젠가. 아무도 신경 쓰지 않을 것 같은, 무심하게만 흘러가던 나의 삶 속 숨겨진 버튼. 그 사이 사이 함께 존재하던 사람들, 어쩌면 존재들. 그 때의 고마움, 벅참, 절망, 좌절.



밤하늘에 별이 아름답다고 느낄 때, 나는 그 별을 주의 깊게 바라본다. 그 아름다운 빛이 우리에게 닿는데 걸린 1만 광년이란 시간 동안 어쩌면 그 별이 사라졌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곁에 있다는 이유로 당연히 존재할 거라 믿었던 많은 것들은, 왜 사라지고 나서야 그 소중함을 깨닫는 걸까? 밤하늘의 별빛, 어릴 적 살던 콘크리트 아파트, 학교 앞 작은 구멍가게, 친한 동네 친구, 그리고 가족. 이 극은 이런 것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너무나 소중하지만 한눈을 팔다가 사라져 버릴 지도 모를 것들에 대한 이야기.

- 연출가 신명민



공연장을 나서며 이 글들이 떠올랐던 이유는, 이 공연이 내 기대를 완벽하게 반영했기 때문이다. 어쩜, 이렇게 적중할 수가 있는 건지 싶을 만큼 내 가슴을 쿡쿡 찌르던 공연 속 소중함들. 이를테면 동네 친구와의 소꿉놀이, 정글짐 아래에 묻은 타임캡슐, 고등학생의 입시 걱정, 마지막도 기억하기 어려운 가족들과의 생일파티. 그리고 예상치 못한 죽음과 이별.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매일로 인해 돌아볼 여유도 없었던 날들이 수도 없이 떠올랐다. 이어서, 어쩌면 공연장을 나서는 지금 역시 언젠가 가슴 아프게 그리울 순간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밀려들어왔다.


한편으론, 멀리 미래에서 날 내다보고 있을 미래의 나를 떠올리게 되었다. 그는 내가 지금 앞으로 가길 원할까, 혹은 뒤로 가길 원할까. 미래의 그는 어떤 선택을 해서 미래의 그가 된 것일까. 무수히 많은 일상을 지나쳐, 무수히 많은 고민과 반복을 거듭해 완성된 나는 무슨 모습일까. 그리고 마침내, 그도 지금의 나처럼 더듬더듬 눈부시고 평범했던 순간을 추억하고 있을까, 그런 의문이 밀려왔다. 아무도 관심 없을 것만 같은 현재의 나는, 미래의 내가 돌아가고픈 소중한 순간일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부끄럽고 어리석게만 느껴져 삼켜낸 말들을, 그 때가 되면 뒤늦게나마 뱉을 수 있을까. 지구에게 아주 어릴 적의 고마움을 전한 달님이처럼.



“먼저 말 걸어줘서 고마워.”

“이 말을 꼭 하고 싶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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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집단 LAS



창작집단 LAS는 즐겁게 공연을 하기 위해 모인 젊은 예술가들의 집단입니다.


우리는 삶에 대한 이야기를 다양하고 감각적인 표현력으로 무대화하려 노력합니다. 이는 연극, 문학, 무용, 음악, 미술, 영상 등 어느 한 장르에 머무르지 않는 한층 진보된 무대언어를 만들어내려는 시도로 나타날 것입니다. 또한 이 시도가 관객들에게 생소하고 일방적인 소통방식으로 다가가는 것보다 이성적, 감성적인 공감으로, 신선한 즐거움으로 받아들여지길 바랍니다. 우리는 이 모든 것들이 ‘놀이’에서 출발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연극은 놀이다’라는 개념을 잊는다면 우리가 시도하는 과정들이 결코 즐거워질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즐겁게 공연하는 창작집단 LAS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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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별


일자 : 2018.09.12(수) ~ 09.16(일)


시간
평일 8시
주말 3시
15일(토) 7시


장소 : 한양레퍼토리씨어터


티켓가격
전석 30,000원


제작
창작집단 LAS


후원
서울특별시, 서울문화재단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관람연령
만 13세 이상


공연시간
95분


문의
창작집단 LAS
070-8154-9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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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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