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못된 서울을 살고 있는 당신에게 [공연예술]

뮤지컬 빨래가 전하는 위로
글 입력 2018.09.23 0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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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빨래는 2005년 초연되어 지금까지 무대에서 관객들을 만나고 있는 공연이다. 시나리오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부터 지금까지 14년이라는 많은 시간이 지나 낡고 투박해졌지만, 이 극이 가진 위로의 힘은 여전히 관객의 마음에 깊은 울림을 남기고 있다. 유독 서울 하늘이 답답하게 느껴질 때, 선선한 가을바람과 함께 만나고 싶은 공연 ‘빨래’를 소개한다.




1. 서울살이 몇핸가요





‘서울살이 몇핸가요’는 분주하게 각자의 일상을 살아가는 달동네 사람들의 모습을 그려낸 곡이다. 적금 통장을 깨고, 최저 임금을 받고, 여기저기 이사를 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등장인물들의 모습은 왠지 낯설지 않다. 이들은 모두 허름한 달동네에서 각자의 서울을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이다.


‘빨래’는 그 제목이 주는 어감처럼 세련되거나 화려한 공연은 아니다. 무대 장치와 소품부터 등장인물들의 대사와 옷차림까지 모든 것이 투박하고 촌스럽지만, 그만큼 담담하고 솔직하게 ‘우리’를 이야기한다. 이는 뮤지컬 빨래가 최고의 힐링 뮤지컬이라는 이름으로 오랜 시간 그 인기를 이어 올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2. 슬플 땐 빨래를 해





‘슬플 땐 빨래를 해’는 나영의 이웃인 주인 할매와 희정 엄마가 부당 해고를 당한 나영을 위로하며 부르는 노래이다. 저마다의 삶을 힘겹게 이어 가고 있는 이들에게 빨래는 일상의 고단함을 녹여 내고 살아갈 힘을 얻는 회복과 재충전의 시간이다. 내게는 항상 귀찮은 일이었던 빨래가 그런 의미일 수 있다는 사실이 처음에는 조금 낯설었지만, 빨래를 밟고 말리며 서로에게 의지하는 이들의 모습은 내게도 큰 위로가 되었다.


그리고 지금은 보잘것없지만, ‘돈도 많이 벌고’, ‘사랑도 많이 하고’, ‘건강하게 오래 살고’, ‘지치지 않을 것’ 이라는 소박한 소망을 품고 하루하루를 버티는 이들을 진심으로 응원하고 싶어졌다.




3. 참 예뻐요







‘참 예뻐요’는 솔롱고가 마음속으로 나영에 대한 사랑을 고백하는 노래이다. 한 인터뷰에서,  홍광호 배우는 항상 어눌한 발음으로 말하는 솔롱고지만 ‘마음속에서는 누구나 말투가 어눌하지 않기 때문에’ 이 곡만은 정확한 발음으로 노래한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언어와 외모, 나이, 직업이 다른 모두가 어눌하지 않은 속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언젠가 나영이 이야기한 ‘못된 서울’을 살만하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이다.


누군가를 만나고, 마음을 공유하고, 사랑을 주고, 받을 수 있다는 것. ‘못된 서울’을 버텨내고, 하염없이 무언가를 잃어만 가는 듯한 삶을 살아가는 서로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위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


뮤지컬 ‘빨래’는 눈에 잘 띄지 않는 공연이다. 극 자체도 오래되어 낡고 투박해졌고, 화려한 무대 장치나 연출이 없는 소박한 무대 위에는 지극히 평범한 인물들이 오른다. 그럼에도 ‘빨래’는, 여전히 그 자리에 남아 많은 관객의 마음 한쪽에 위로를 전하고 있다. 이 이야기는 다른 누군가의 이야기가 아니다. 누군가와 만나고 헤어지며 삶과 사람에게 상처받고, 저마다의 무게를 지닌 삶을 힘겹게 지탱하며 살아가는, 우리의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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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혜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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