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달빛 아래서는 모두 푸르다, < 문라이트 > [영화]

넌 세상 한 가운데 있는 거야
글 입력 2018.09.03 23:34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131.gif
 
 
우리 사회에는 다양한 종류의 차별이 존재하고 있다. 성소수자 차별부터 인종 차별까지 말이다. 영화 <문라이트>는 푸르도록 치명적인 사랑과 정체성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그안에는 차별 받는 샤이론의 이야기가 있다. 영화에서는 흑인 가정에서 자라는 ‘샤이론’의 성장과정을 1.유년기-리틀, 2.청소년기-샤이론, 3.성인기-블랙으로 그려내고 있다.


크기변환_ 5001.png


유년기의 샤이론은 아빠가 없고, 마약에 중독된 엄마 아래서 자란다. 그런 샤이론은 우연히 만나게 된 마약업을 하는 ‘후안’에게 무의식적으로 기대고 의지하게 된다. 그동안 아무런 조언도 듣지 못했던 샤이론에게 후안은 삶에 도움이 되는 말들을 해준다. 샤이론이 자신과는 다른 삶을 살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결국에는 샤이론도 후안과 비슷한 삶을 살게 되었지만 말이다.
    

“넌 세상 한 가운데 있는 거야”

“때때로 넌 스스로 무엇이 될 지를 정해야만 할 순간이 올 거야. 절대 그 누구도 그 결정을 너 대신 해줄 수는 없어.”

“나도 엄마가 싫었어. 지금은 무척 그리워. 너도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될 거야. 때가 되면 알게 될 거야. 지금은 알 필요 없지?”
 

크기변환_ 500movie_imageBSMQ9R8B.jpg
 

청소년기의 샤이론은 여전히 말을 하지 않는다. 학교에서는 “동성애자”라는 이유만으로 친구들에게 왕따를 당하고 차별받고 있다. 샤이론에게는 친구이자, 좋아하는 케빈이 있다. 어느 날, 두 사람에게 사건이 생긴다. 우연히 만난 케빈의 흡연구역에서 둘은 마리화나를 나눠 피고 키스를 하고 관계까지 가지게 된다. 둘은 어색한 상태로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게 된다. 다음 날, 샤이론을 괴롭히는 인물은 케빈에게 네가 죽여야 할 사람이 있다고 말한다. 케빈은 아무렇지 않게 그 장소로 따라간다. 그 자리에는 샤이론이 있다. 케빈은 샤이론을 보고 당황하지만 어쩔 수 없이 샤이론을 세게 때린다. 맞으면서 케빈을 바라보는 샤이론의 표정을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맞는다는 것은 얼마나 비참한 일일까. 그러면서도 케빈을 이해할 수밖에 없는. 샤이론은 아마도 마음이 더 아팠을 것이다. 우리 사회는 여전히 동성애자를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래서 동성애자들은 남에게 커밍아웃을 하는 것을 꺼려한다. 영화 속 샤이론처럼 안 좋은 일들을 겪게 되니까.
   
샤이론에게는 마약에 찌들어 있는 엄마가 있다. 샤이론의 엄마는 샤이론에게 말한다. “내가 네 엄마야.” 테레사는 피도 섞이지 않았다고. 샤이론은 아마도 엄마라고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평소에 잘해주지도 않았고 도움을 준 것은 테레사와 후안이기 때문이다. 필요할 때만 엄마라는 단어를 찾는 것처럼 보였다. 약한 사람들은 무언가를 잊기 위해, 도피하기 위해 마약을 하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마약을 하는 이유가 될 수는 없다. 흑인들이 살고 있는 동네는 마약에 쉽게 노출되어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마약을 한다고 한다. 마약은 사람을 망치는 것이다. 몸부터 정신까지 망가진다. 마약에 중독된 엄마를 바라보는 샤이론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크기변환_ 500main01.jpg
 
 
몸집도 커지고 흑인의 모습이 되어버린 샤이론. 샤이론은 블랙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된다. 블랙이 되었지만, 어린 시절의 모습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었다. 샤이론의 엄마는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자신이 너를 망쳤다며 너는 나처럼 흑인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나는 그 다음 대사가 인상 깊었다.
 

“널 사랑해 샤이론. 진심이야. 날 사랑할 필요는 없어. 네가 필요할 때 사랑해주지 못한 것 주님이 안다. 엄마도 알아. 그래서 날 사랑할 필요는 없다.”
 

샤이론은 그런 엄마의 눈물을 닦아주고 안아준다. 샤이론의 엄마가 어린 시절에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조금이라도 빨리 어린 샤이론을 안아줬다면 좋았을 것 같다.
 
샤이론은 우연히 걸려온 케빈의 전화를 받고 케빈을 만나게 된다. 샤이론의 표정을 보면 여전히 케빈을 잊지 못하고 좋아한다는 걸 알 수 있다. 하지만 케빈은 기억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두 사람은 모두 자신이 기대하던 만남과는 달랐을 것이다. 흔히 말하는 흑인의 모습으로 나쁜 일을 하고 있는 샤이론과 자신과의 기억을 잊어버린 듯한 케빈. 마지막에 샤이론은 케빈에게 고백한다.
 

“내 몸에 손 댄 사람은 너 밖에 없어. 너 뿐이었어. 그 때 이후로 관계 가진 적 없어.”
 

그 말을 하고 샤이론은 케빈의 어깨에 기대어 울고 케빈은 말없이 위로해준다. 샤이론은 살면서 처음으로 속마음을 말했다. 그리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위로를 받았다. 덩치는 커졌지만 아직도 리틀 시절에 멈춰 있었다. 샤이론에게는 케빈의 위로는 가장 슬프지만 가장 따뜻한 위로였을 것이다.
 
영화는 결국 “나답게 살라”는 걸 말해주고 싶었던 것 같다. 문라이트 속 인물들은 대부분 비슷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주변으로부터 무의식적으로 한 가지 길을 강요당하고 있었던 것 같다. 샤이론은 샤이론일 뿐인데 리틀, 블랙, 호모 새끼 등 남들이 말하는 대로 불려져 왔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 비슷한 삶을 살게 되었다. 문라이트는 흑인의 삶을 그려내고 있지만 흑인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다. 남들과 다른 자신을 찾아가는 건 살아가면서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차유오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3.28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