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누가 비올레타를 병들게 했는가_오페라 라 트라비아타[공연]

글 입력 2018.06.30 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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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포스터-라트라비아타-10.jpg
 

지난 6월 22일 금요일, 70주년을 맞이해 강동아트센터 대극장 한강에서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가 공연되었다. 어렵게만 느껴지던 오페라. 과연 오페라는 어떤 매력을 가지고 있을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공연장을 찾았다. 생각보다 먼 곳에 있던 강동아트센터는 외관이 참 아름다웠다. 해 질 녘 노을과 어우러지는 건물, 건물의 가운데는 넓은 공원처럼 되어 있어 많은 사람들이 강아지와 함께 산책을 나와 있었다. 사실, 공연을 관람하는 것이 주목적이긴 했지만 공연장 자체가 주는 느낌도 참 평화롭고 좋아서 공연을 보기도 전에 기분이 좋아졌다.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공연은 귀족들의 연회 장면으로 시작한다. 화려한 드레스와 보석으로 치장한 사람들. 그 사이에서 오페라의 주인공인 비올레타와 그녀에게 빠진 페르난도가 가장 유명한 곡인 <축배의 노래>를 부른다. 귀에 익은 곡이었지만 실제로 들어보는 것은 처음이기에 감회가 새로웠다. 특히나, 마이크를 사용하지 않음에도 공연장을 가득 울리는 목소리가 인상 깊었다. 사실, 공연이 시작하기 전까지는 이전에 보았던 뮤지컬들을 생각하면서 무대가 생각보다 작고 화려하지 않다는 생각을 했는데 노래를 들으며 마이크를 사용하지 않는 것을 고려한 부분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페르난도의 열정적인 구애에 비올레타는 화려했던 사교계에서의 삶을 청산하고 페르난도와 교외로 가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하지만 곧 페르난도의 아버지인 제르몽이 찾아와 비올레타에게 그녀로 인해 페르난도의 여동생까지 나쁜 영향을 받고 있다며 떠나줄 것을 요구한다. 진심으로 페르난도를 사랑했던 비올레타는 그의 옆에 남을 것인지, 페르난도를 위해 그를 떠날 것인지 고민하다 결국 후자를 선택한다.

그러나 페르난도는 그런 비올레타의 마음을 오해한다. 비올레타에게 남은 것은 아픈 몸, 교외에서의 삶을 유지하기 위해 다 써버리고 얼마 남지 않은 재산, 그리고 오해에서 빚어진 페르난도의 분노뿐이었다. 결국, 페르난도는 비올레타를 보기 위해 파티까지 찾아오고 그녀에게 게임에서 딴 돈을 뿌리며 심한 모욕을 준다. 혼자 남은 비올레타는 결국 병이 깊어지고 극의 후반부에서는 오해가 풀려 페르난도와 제르몽이 다시 찾아와 사과를 한다. 하지만 행복한 결말을 맞이하기엔 너무 늦은 것일까. 비올레타는 페르난도에게 착한 여자를 만나라는 유언을 남긴 채 생을 마감한다.



누가 비올레타를 병들게 했는가
 
공연을 보는 내내 비올레타의 모습에 마음이 아팠다. 공연을 보기 전, <라 트라비아타>에 대해 찾아봤을 때 인상 깊었던 부분은 <라 트라비아타>가 이전의 오페라와 다르다는 평가를 받는다는 점, 매춘부인 비올레타를 고귀한 품성을 지닌 여성으로 표현하고 그녀에게 집중한 프리마 돈나 오페라라는 점이었다. 그러나 정작 공연에서 마주한 비올레타는 너무나도 불쌍한 모습이었다. 귀족들에게 사랑받는 여인이 되고자 한껏 치장하고 술과 파티에 찌든 삶을 살다가 얻은 병, 사랑한다고 엄청난 구애를 하다가도 정작 진실도 모르고 그녀에게 모욕을 준 페르난도. 결국, 죽으면서까지도 페르난도를 기다리고 그가 왔다고 좋아하다가 착하고 좋은 여자를 만나 살라는 유언을 남기고 죽는 결말까지. 극의 시작부터 끝까지 비올레타가 그녀 자신만으로 존재하는, 행복해 보이는 순간은 없었다.

그녀는 극의 초반에는 파티의 여왕, 귀족의 사랑을 받는 코르티잔이었고 극의 중반에는 페르난도의 부인이었으며 극의 후반에는 그로부터 버림을 받은 가련한 여인이었다. 그 어디에서도 그녀 자신에 대한 주체적인 모습은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이 참 슬펐다. 또한, 주체적이지 않더라도 그 삶에서 행복감을 느꼈다면 조금은 덜 불행했을 텐데 그것도 아닌 것 같아 더욱 슬펐다.

공연을 보고 나오면서 과연 비올레타의 불행은 누가 만든 것인가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사치스러운 삶을 추구하고 숭배하던 당시 사회가 그녀를 이렇게 만든 것일까. 아니면 나름 그 삶 속에서 만족하며 살던 비올레타에게 책임지지 못할 사랑을 이야기한 페르난도가 이렇게 만든 것일까. 아니면 그 모든 것을 결국 선택한 본인에 의한 결과일까. 오페라라는 새로운 장르를 경험해보고 강렬하고도 섬세한 독창곡들을 직접 들어본 것은 참 좋았지만 가련한 비올레타의 이야기에 무거운 마음을 안고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리플렛-서울오페라페스티벌2018-08.jpg
 

[이영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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