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행] Goodbye JBJ, 우리의 새로운 시작
글 입력 2018.04.19 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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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그는 다만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그는 나에게로 와서꽃이 되었다.
김춘수 시인의 <꽃>이 꼭 알맞은 이들이 있다. 팬들의, 팬들에 의한, 팬들을 위한 아이돌 JBJ의 이야기이다. 프로듀스 101 시즌2에 출연한 연습생 7명을 향한 간절한 염원을 담아, 팬들은 이들의 꿈이었던 데뷔를 이뤄냈다. 말 그대로 아름다운 데뷔였다.
초기 구성원 7명 중 김태동 연습생은 소속사와의 문제로 아쉽게 합류를 할 수 없게 되었다. 켄타, 김용국, 김상균, 노태현, 김동한, 권현빈은 ‘JBJ’를 통해, 간절히 염원하던 이들과 새로운 청춘을 시작했다.
Fantasy
▲[MV] JBJ _ Fantasy
내 이름을 불러줘널 가득 나로 채워줘난 너로 만든 Masterpiece
-JBJ, Fantasy-
이들은 2017년 10월 18일 첫 번째 데뷔 앨범 ‘Fantasy’를 발매했다. 타이틀곡 ‘Fantasy’는 환상 속에서만 존재하던 꿈의 존재가 현실로 나타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데뷔라는 꿈을 현실로 이뤄낸 모습을 그려낸 타이틀 곡 ‘Fantasy’와 함께, 데뷔 초반 팬들이 특히나 원해왔던 ‘섹시’ 컨셉을 선보이며 아이돌로서의 면모를 제대로 보여주었다.
고려대학교 화정체육관에서 진행된 이들의 데뷔 쇼케이스 ‘정말 데뷔하기 좋은 날’은, 이들을 기다려온 수많은 사람들의 존재를 입증하는 듯 티켓 오픈과 동시에 매진되었다. 그 첫 만남은 그렇게나 뜻 깊은 순간이었다.
True Colors
▲[MV] JBJ _ My Flower (꽃이야)
팬들의 부름 속에 꽃으로 피어난 이들은 2018년 1월 17일 ‘꽃이야’를 발매했다. 이들에게 있어 꽃은 특별한 의미를 지니는 듯하다. 고단한 노력을 하며 힘겨운 시간을 버텨낸 뒤, 이름을 불러주는 순간 꽃이 되어 피어난 JBJ. 꽃다운 이들의 모습은 수록곡 ‘True Colors’에서 보다 명확히 드러난다.
▲[Teaser] JBJ _ True Colors (Album Trailer)
난 사랑에 그윽한 빛을 바라 번져 보라색아름다운 색으로 물들게흑백 속에서 널 찾게너의 빛으로 I live나의 빛으로 네가 내려서난 꽃이 되고 있어-JBJ, True Colors-
NEW MOON
▲[MV] JBJ _ Call Your Name (부를게)
피어난 널 만나 아름다웠다내겐 참 소중한 사람잊지 말아줘어느 좋은날내가 네 이름을 부를게
-JBJ, 부를게-
JBJ는 2018년 4월 17일 마지막 앨범 ‘NEW MOON’을 발매했다. ‘NEW MOON’은 밝게 빛나는 초승달처럼 온 세상을 기적의 빛깔로 물들였던 JBJ의 새로운 시작을 알린다는 의미를 담은 앨범이다. 함께한 시간은 짧지만, 이들은 분명 끝이 아닌 또 다른 시작을 이루어낼 것이다.사랑하는 누군가와의 이별은 늘 아프다. 모든 존재가 그렇듯 언젠가 이별을 맞이할 것이라는 사실은 분명,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마지막은 갑작스럽게 다가왔다. 신인 보이그룹으로서의 우수한 성적을 통해 활동 연장이 확실시되는 듯 보였지만, 3월 14일 소속사는 이들의 해체 소식을 일방적으로 돌연 선언했다.
JBJ의 데뷔 뒤에는 팬들의 상당한 노력이 존재했다. 팬들은 직접 컨셉 포트폴리오와, 소비자 분석 보고서 및 제안서, 기획안을 만들어 기획사에 제출하기도 했다. JBJ가 써내려간 서사는 팬들로 부터 시작된 것이기에, 데뷔는 더욱 특별하고 뜻 깊었다. 그러나 일방적인 통보로 인해 팬들은 급작스레 이별을 맞이하게 되었다. 이에 팬들은 항의문을 제출하고, 시위를 진행했으나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자세한 내막은 알 수가 없지만, 이들의 마지막이 더욱 안타깝고 가슴 아프게 다가온다.
[관련 링크]
미안해요 그대에게 해준 것이 없는데저 시간이 우릴 자꾸만 앞서가요이 별을 잊지 마요우리 함께 반짝이던 그 순간들을,약속했던 모든 말들과 그 기억들을시간이 많이 지나고봄이 지나 꽃이 져도어떤 하늘 아래서도 빛날게
-JBJ, Just Be Stars-
아이돌과 팬은 일방적인 관계로 여겨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존재 이유를 서로에게서 찾듯, 아이돌과 팬은 분명한 쌍방관계이다. 아이돌은 수천, 수만 명에 이르는 모든 존재, 그 개개인을 알지는 못하지만, 팬은 누군가를 사랑하는 ‘집단’으로서의 명확한 정체성과 소속감을 가진다. 우리는 팬이라는 이름에서 존재의 이유를 찾고, 서로는 아낌없는 사랑을 내보일 뿐이다. 서로에게 더 많은 것을 주지 못해 미안함을 느끼고, 애틋한 마음을 나누며, 함께한 모든 시간을 서로가 오래도록 기억해주길 바라는. 아이돌과 팬, 연인관계와는 또 다른 특별한 관계이다.
연습생들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프로듀스 101'은 꽤나 파격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프로그램에서 여실히 드러난 순위 만능주의와, 순위에 따른 '낙인'. JBJ는 그러한 기계적 체계에 여러 의미로 반(反)하는 그룹이었다. 팬들과 함께한 '새로운 시작'을 보여준 이들의 모든 순간은 큰 의미로 남을 것이다.
JBJ라는 이름과 함께하는 서사가 막을 내린다. 잊지 말아줘 날 기억해줘, 내가 다시 한 번 널 부를게. 팬들의 부름에 대답한 JBJ의 마지막 인사는 담담하지만 한 없이 슬프게 다가온다. 꽃이 져도 이들을, 그리고 우리를 잊지 못할 것이다. JBJ의 청춘과, 그들을 향한 우리의 청춘은 다시 만날 날을 또 다시 염원할 것이며, 저마다의 방식으로 새로운 시작을 맞이할 것이다.
[이미지, 영상 출처]원더케이(1theK)네이버 이미지
[김수민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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