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기술 변화의 흐름에 서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문화 전반]

글 입력 2018.02.26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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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기술 변화의 흐름에 서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2016년 2학기 겨울이었다. 처음에 교수님이 갑작스럽게 꺼내든 특강의 소재는 별 다른 점이 없어보였다. 가족상담을 가르치던 교수님이 마지막 시간에 꺼내든 특강은 로봇과 심리학이었다. 처음 교수님이 올린 ppt의 제목을 보았을 때, 나는 로봇에 적응하는 인간의 심리에 관련된 강의라고만 생각했었다. 하지만 실제 강의는 달랐다. 강의는 로봇이라는 '도구 발달'에 의한 인간의 심리를 분석에 초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감정의 대상'으로서의 로봇에 초점을 맞췄다. 사실 현대 기술은 이미 '도구'를 넘어선 로봇을 개발해왔다. 일본에서는 이미 큰 재앙을 겪고 난 후의 재난민들에게 감정 로봇을 시험삼아 구동해본 적 있었고, 주워들은 정보에 따르면 애정을 가진 로봇이 고장이 나자 장례식을 치뤄준 사례도 있다고 했다. 멀리갈 것도 없이 외국에서는 기본적인 교감과 일상회화가 가능한 섹스로봇이 2017년에는 상용화 된다는 기사가 있다. 스위스에는 로봇창녀촌이 만들어지고, 영국의 대학에서는 이미 로봇과 섹스, 그리고 사랑에 관한 국제회의까지 열린 바가 있다. 이런 사실은 우리 시대의 기술변화를 피부로 느끼게 해준다. 새로운 시대에 감정 교류는 인간의 관계 속에만 존재하지 않는다. 블리자드의 게임처럼, 옴닉과 인간이 손을 잡는 시대가 그리 멀지 않은 것이다. 근 3년간 'AI시대'니, '새로운 기술의 시대'라는 이름을 건 베스트 샐러가 줄줄이 나오고, 사람들이 그 뻔한 내용이 나열된 책들을 또 사는 것도 변화가 피부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최근에 필자는 고전과 심리학에만 파고들어 현실의 기술발달에는 주의를 기울이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어, 제4의 혁명에대해 알아보다가 브렛킹의 <증강현실>을 읽은 바 있다. 원래 책을 느릿느릿 읽는 편인데, 흥미로운 내용이 가득 든 탓에 빠른 속도로 읽어나갔다. 책을 덮자마자 문득, 필자가 가지고 있었던 사상과 목표가 시대착오적인 것이 아닌가 하는 격렬한 고민에 시달리기도 했다. 년이 아니라 달단위로 바뀌는 우리의 삶을 돌아보니 변화의 속도는 이미 상상을 초월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정신 차리고 보니' 스마트폰과 모든 시간을 함께하고 있고, 무한도전이 최고의 예능이었던 TV가 하루종일 꺼져있고, 현금을 쓴 기억이 까마득 하다. 당장 필자가 교육봉사로 보는 아이들부터가 네이버 쥬니버도, 뽀로로를 보지 않고 유튜브로 양띵이나 도티에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TED와 주변에서는 3D프린터의 활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필자의 아버지는 금융계에서 일하시는 덕에, 오프라인 매장의 급속한 감소와 앱개발에 관해 자주 여러 사실을 들을 수 있었다. 그런 모든 현상 덕에 책이 묘사하는 '증강현실'의 세계는 책이 묘사하는 것보다 빠르게 찾아올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예측할 수 없는 변화가 오늘날을 살아가는 청년인 필자에게 기대보다 불안을 앞서게 했다. 책의 묘사대로라면 기술변화는 고용안정의 적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미 러다이트운동을 통해 기술로인한 노동자들의 생존권과 박탈이 얼마나 절망적인 것인지 알고있다. 기술과 철학이 발전한 오늘날에도 러다이트 운동이 형태를 바꾼채 존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당장 말도 많았던 트럼프 당선만해도 세계화로 인한 제3세계 사람들이 대체될까봐 두려운 하류층 노동자의 지지가 만들어낸 결과가 아닌가? 하지만 러다이트 운동이 결국 실패로 돌아갔던 것처럼 일자리를 위한 그들의 시도 또한 더 큰 난관은 맞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제 3세계 노동자들보다 더 임금이 낮고 경쟁할 수 없는 기계가 그 자리를 대체할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도 맥도날드에는 새로운 로봇 점원이 들어오고 있다. 많은 지점들이 기계를 늘리고 사람을 줄이고 있다. 오늘날 청년들이 고시원이나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것은 우리나라의 경제구조 만의 문제뿐만 아니라 이런 시대변화가 한몫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대부분이 대졸자인 우리나라에서 화이트칼라 직종은 안전할거라는 생각을 할 수 있지만, 안타깝게도 블루칼라 직종 뿐만 아니라 화이트칼라 직종 역시 로봇공학의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20년된 의사의 경험보다 수많은 의학서와 최고의 의사들의 경험이 입력된 컴퓨터 왓슨이 더 완벽한 진단을 내린다는 점이 그렇다. 이미 왓슨은 공인을 받아 조언자로서 기능하고 있다. 증강현실의 시대에서 경험과 조언은 로봇의 영역으로 넘어간다. 앞으로 기술이 고도로 발달하는 근미래에 인간은 경험적인 부분을 기계에 넘기고 창의적 존재로서 존재할 것이다.

 우리는 기술 변화를 막을 순 없다. 깔끔하고 씁쓸한 결론이다. 세계화 시대를 넘어선 현실에서 변화의 물살은 고립주의 노선을 탄다고해서 막아지는 것이 아니다. 기술은 발달할 수록 더 빠르게 발달할거고,우리는 그 변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만 러다이트 장군의 이름을 부르짖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어떤 기술과 가치를 가지고 살아가야할지 다시 생각해봐야할 때가 된 것 같다. 우리 앞에 닥쳐진 변화의 물결은 우리를 순식간에 무력하게 만드기도 하지만, 또다른 변화를 불러일으킨다. 변화에 도전하고, 새로운 흐름에 빛나는 미래를 기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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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진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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