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랙 팬서 >, 마블이 ‘약자’의 인식을 바꾸기 시작한다

글 입력 2018.02.21 19:44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글의 초입을 조금 다르게 써볼까’ 고민을 했지만 다른 말로 대체할 수가 없다.

마블의 새로운 영웅이 화려하게 등장했다. < 캡틴 아메리카 : 시빌워 >의 초반에 강한 존재감을 나타내며 팬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던 블랙 팬서는 <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 >의 개봉을 약 2달 앞두고 에피타이저처럼 우리에게 소개되었다.

사실 스토리는 영화 소개에 나온 그대로이다. 와칸다의 희귀 자원 비브라늄을 빼돌리려는 음모와 이에 맞서 세상을 구하려는 블랙 팬서의 이야기이다. 우리는 이미 수많은 마블의 영웅들을 만나왔고 스토리는 우리가 아는 영웅의 서사 구조 (비범한 능력-위기-조력자-해결 등...)를 충실히 따라가는 전개였기에 신박하다는 느낌을 받기는 어렵다.


movie_image (3).jpg
 


#전통 그리고 현대과학

그럼에도 나는 흥미롭게 영화를 감상했다. 누구나 다 아는 스토리 전개에 지루함이 느껴질 법도 한데, 눈이 쉬지 못하게 다양한 볼거리를 주며 새로운 영웅의 등장을 알렸기 때문이다.

특히나 영화에서 전통과 현대과학의 교차를 보는 것도 큰 재미이다. 티찰라(블랙 팬서의 이름)의 왕위 즉위식에서 와칸다 부족의 의상, 춤 등을 보고 아프리카의 전통을 보며 내가 부족의 일원이 된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그러고서는 바로 와칸다 안으로 들어가 그들이 비브라늄을 채굴하고 운송하며 발전시키는 모습을 보고 그들의 세계 최고 수준의 과학기술에 놀라게 된다. 캐릭터 개인으로 볼 때도 이러한 교차는 잘 나타나는데, 특히 블랙 팬서와 킬몽거의 대결 장면은 주목해볼 만하다. 킬몽거가 왕족의 자격으로 티찰라에게 결투를 신청할 때, 티찰라는 몸 속의 블랙 팬서 힘을 모두 없애고 오로지 몸으로만 결투에 응한다. 그러나 후에 킬몽거가 왕이 되고 나서는 두 명의 블랙 팬서가 날아다니면서 대결을 하는데 이 장면에서의 과학기술은 엄청난 볼거리를 준다.

덧붙여서 개인적으로 ‘부산 펜서’로 불릴 만큼, 한국의 부산에서 찍은 씬이 이슈가 되어 기대를 하고 봤는데 아주 만족스러웠다. < 어벤져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 >에서의 서울 씬이 미안했던 것일까. 부산은 활어회처럼 생생한 도시로 나온 것 같아 마음에 들었다.


movie_image (4).jpg
 


#흑인, 여성, 제3세계

또 한가지 주목할 점은 < 블랙 팬서 >에서 다룬 흑인, 여성, 제3세계에 관한 이야기이다.

흑인과 여성, 제3세계 모두 사회에서 ‘약자’로 인식되는 부분이다. 그러나 < 블랙 팬서 > 속 그들은 이러한 인식에 통쾌한 스크래치를 내버린다. 인종 차별로 고통받는 흑인들이 와칸다에서는 비브라늄으로 무장한 지식인들이다.

와칸다의 왕을 호위하는 호위무사들은 모두 여성으로 구성되어있고, 와칸다 내에 최고의 과학 지식을 보유하고 있는 블랙 팬서의 동생 슈리 역시 여성이다. 또한 블랙 팬서가 와칸다 밖의 세상을 돕기를 망설였을 때 그의 시야를 넓혀준 사람은 블랙 팬서의 연인 나키아이다.

마지막으로 제3세계 와칸다에 대한 인식이다. 영화 속에서 와칸다는 은연중에 계속해서 국제적으로 무시당한다. 빈민국, 제3세계로 불리며 ‘너희 나라가 무엇을 할 수 있지?’라는 질문을 받는데 우리는 모두 알지 않는가. 와칸다는 세계 최고, 최대의 자본과 기술, 지식을 보유한 국가라는 것을.

< 블랙 팬서 >가 이 약자들을 다루기 시작한 시점부터 우리의 인식은 바뀌기 시작할 것이다. 그것이 바로 ‘마블’이 영화라는 대중매체로써 갖는 강력한 힘이라고 생각한다. 더 이상 흑인과 여성, 제3세계는 약자로 치부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가장 큰 능력과 자본을 가지고 있는 곳이다.

*

세상이 변하는 속도는 갈수록 빨라지고, 우리는 우리의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인식을 더 이상 당연하다 생각하면 안된다. 의문을 가져야 하고 변화하는 것에 맞추어 생각도 변화시켜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진정으로 강(强)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아야 한다. 




[이지호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3.28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