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아무도 모른다 : 어른들은 모르고 싶을 아이들의 이야기 [영화]

우리는 더 이상 모른 척해서는 안 된다
글 입력 2018.01.30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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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아들이 새 아파트로 이사를 오게 되고 옆집과도 사람 좋은 인사를 나누며 영화는 시작된다. 무슨 일인지 카메라 앵글은 계속해서 캐리어 가방들을 잡아주고 두 인물도 캐리어에 신경을 놓지 않는다. 저 가방 속에 과연 무엇이 들어있을까 온갖 추측을 하던 찰나에 가방을 하나씩 열고, 그 속에서 아이들이 한 명씩 구겨져있던 몸을 펴낸다. 이게 무슨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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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애가 넷이나 있다하면 집주인이 반기지 않아 남들에게는 첫째 '아키라'만을 보여주고 나머지 셋은 숨기며 살아간다. 출생신고도 하지 않은 탓에 학교도 갈 수 없는 아이들은 그저 집안에서만 생활하며 그나마 아키라만이 편의점에서 장을 볼 수 있는 자유를 가진다. 행여 이웃들에게 들킬까 베란다에 나가는 것조차 제한적인 둘째 '쿄코'는 세탁기를 돌리러 베란다에 나갈 때에도 눈치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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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남 '아키라'와 둘 째 '쿄코'가 동생들을 살뜰히 챙기고 있을 때 엄마는 아이들에게 관심이나 있는 건지, 하루가 멀다 하고 남자친구를 바꿔가며 밖으로 나돈다. 그러던 어느 날 크리스마스 전날에는 돌아오겠다는 메모와 약간의 돈만 남긴 채 집을 나가버리고 하루아침에 집에는 아이들만 남게 된다.
 
엄마가 돌아올 거란 희망도 잠시뿐. 크리스마스가 되어도, 막내 '유키'의 생일이 되어도, 겨울이지나 봄이 와도 엄마는 집에 돌아오지 않는다. 아무리 또래보다 철이 들었다 해도 ‘아키라’도 고작 14살 아이였을 뿐, 엄마의 부재가 길어지자 동생들을 돌보는 것에 지친 아키라는 점차 친구들과 노는 데에만 정신이 팔린다. 그러던 중 아키라가 집을 비운 사이 유키가 사고로 죽게 되고, 평소 비행기를 보고 싶어 했던 유키의 말을 따라 유키의 시체를 담은 캐리어를 비행기가 잘 보이는 곳에 묻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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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키...키가 컸구나”

-쿄코

   



영화 <아무도 모른다>는 1988년 도쿄에서 실제로 일어난 '스가모 어린이 방치 사건'을 바탕으로 두고 있다. 영화 도입부에서도 감독은 본 영화가 실화를 바탕으로 두고 있다 고지하고 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이야기가 실화바탕이라는 것도 놀랍지만 더 놀라운 것은 영화의 배경이 된 실제 사건이 더 참혹하다는 것이다. 가장 짜증을 유발했던 인물인 아이들의 '엄마'는 오히려 실제보다 더 미화된 캐릭터였다. 실제로는 집을 나간 후 한참이 지나서야 아이들의 이야기가 뉴스에 나오는 것을 보고 "저거 내 얘기 아닌가?" 하고 경찰서를 찾은 것이 그대로 출두가 되기도 하였다. 실제 사건에서는 셋째가 사망하였는데 사고사였던 영화와는 달리, 집에 놀러온 장남의 친구들의 폭행으로 사망하였다. 그 시간 동안 장남은 방에서 게임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 정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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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실제 사건을 그대로 가져왔다기보다는 고래애다 히로카즈 감독의 말처럼 사건의 배경과 실화의 마지막 부분만 모티브로 가져왔다고 보면 된다. 감독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변해가는 아이들의 삶을 그저 담담하게 카메라에 담아냈는데 이는 보는 이로 하여금 더 인물들에 집중할 수 있게 해준다. 어쩌면 자극적이게 쓰일 수 있는 소재를 거의 다큐멘터리라 할 수 있을 만큼 객관적인 시선으로 보여주어 배우들이 그 실존인물인 것 같은 착각마저 들게 한다. 이는 배우들의 힘도 크다 생각하는데, 실제로 4남매의 역할을 맡은 배우들을 캐스팅할 때 일부러 이전에는 연기를 해보지 않은 아이들로 캐스팅하며 최대한 그들이 대본에 얽매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행동하도록 연출하였다. 여담으로 덧붙이자면 ‘아키라’를 연기한 야기라 유야는 본 작품으로 칸영화제에서 최연소 남우주연상을 수상하였다.
 
 

   

그렇다면 <아무도 모른다>라는 영화제목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아무도’가 의미하는 사람들은 누구며 ‘모른다’가 의미하는 목적어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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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정말 제멋대로야!” -아키라
“왜 나는 행복해지면 안 되는 거야?” -엄마


아이들이었다. 그것도 가장 나이 많은 아이가 열 넷, 나머지는 열 살도 되지 않은 어린 아이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른들 중 그 누구도 그들을 구제해 주지 못했다. 영화를 보면 아이들은 자신들의 존재가 탄로 나지 않게 매우 조심스럽게 행동하며 이웃들을 피해 다닌다. 그렇다고 해서 완벽히 숨을 수는 없는 법. 몇 번이고 아이들은 이웃들을 마주쳤으며, 심지어 장남 ‘아키라’는 어른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 정말 그들은 몰랐을까? 모르는 척 한 것은 아니었을까? 엮이기 싫어 애써 그들을 외면하고 아이들을 방치해둔 것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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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고 나면 절망 속 희망이라든지, 생명의 위대함 같은 건 잘 모르겠고 그저 미안해진다. 보는 사람도 이렇게 진이 빠져 두 번은 못 볼 것 같다고 까지 생각하는데 실제 본인들은 오죽했으랴. 철없는 어른들의 잘못 때문에 고통 속에 내던져졌지만 그들은 살아냈고 잘 견뎌 주었다. 잘 견뎌준 나머지 아이들에게 고마워지며 그들이 지고 있을 혹시 모를 죄책감을 덜어주고 위로해주고 싶어진다.
 
   
[김수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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