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한국적 환상의 경계, 오셀로와 이아고

글 입력 2018.01.09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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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view]
한국적 환상의 경계
오셀로와 이아고


모든 사랑은 개인의 가장 위험한 경계에 존재한다. 형태와 무게가 어떻건 그것들은 우리의 가장 약한 곳을 건드린다. 인간의 정신은 강철 같으면서도 때로는 작은 숨결에도 위험하게 흔들린다. 우리의 정신은 '견딜 수 없는' 감정들에 잘 대응하기 위해 발달했다. 교육받고 강한 힘을 가진 사람이라도, 사랑이라는 위험한 자극에 이쑤시개에 배의 약한 부분을 찔린 벌레처럼 작고 많은 다리를 흔들게 된다. 이 견딜 수 없는 자극들에 대응하기 위해 사랑하는 사람들은 환상과 현실의 경계에 서게 된다.

사랑하는 사람들은 모두 어떤 환상에 젖어있다. 사랑하는 사람을 지긋이 바라보는 사람의 눈을 본 적 있는가? 그가 바라보는 것은 한 인간이 아닌 어떤 초월적 존재다. 이런 열정뿐만 아니라 질투와 광기도 마찬가지다. 질투와 광기가 사랑 그 자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의처증이나 의부증이 가장 대표적이다. 뜨거운 사랑은 환상을 보게 한다. 사랑에 빠진 인간은 그 경계에서 번민하고 환희한다.

*

이번에 소개할 연극의 원작, 셰익스피어의 비극 <오셀로>는 사랑의 환상을 가슴 아프게 재현한 소설이다. 오셀로는 부하 이아고의 꼬드김에 황금과 같은 사랑의 서약을 약속한 아내 데스데모나를 침대 위에서 살해한다. 이아고의 거짓된 농간으로 오셀로는 그의 또 다른 부관과 데스데모나가 사랑에 빠졌다고 믿었다. 그것이 모두 거짓임을 알자 오셀로는 슬픔과 회한으로 자살하고 이아고는 잔혹한 처형을 받는다. 오셀로는 사랑의 환상과 현실의 경계에 서 어리석은 선택을 한 비극적인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흑인인 오셀로와 베니스 공국 원로의 딸 데스데모나의 사랑은 수많은 반대와 장애물을 물리치고 이뤄진 견고한 것이었으나, 부하의 복잡하지 않은 농간에 부서지고 말았다. <오셀로>는 셰익스피어의 다른 비극들보다 사랑이 불러일으키는 열정과 광기를 잘 표현하고 있다. 현실과 사랑의 경계에 선 오셀로와 데스데모나는 연극의 소재로서 매우 적절하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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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오셀로와 이아고>가 더 흥미로운 점은 이들의 흥미로운 이야기에 한국의 전통탈춤의 형식을 취했다는 점이다. 한국의 탈이 가져오는 심상은 독특하다. 최근에 필자는 이미지를 보고 그 감정을 체크 하는 심리실험에 참가한 적 있는데, 그때도 탈을 보고 느낀 것은 약간의 두려움이었다. 필자가 한국의 탈을 보면서 약간의 두려움을 느낀 것은, 탈의 눈이 인간의 눈을 대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눈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그 사람의 표정을 읽을 수 없다는 것과 같다. 감정과 진의는 얇은 막 아래에서 은폐된다.

탈은 비유적인 측면에서, 현대사회에 내보이는 가짜 얼굴인 페르소나를 닮았다. 페르소나는 가면이란 뜻으로, 사회의 적응을 위해서 바꿔쓰지만, 결코 진짜 얼굴이 아닌 모습을 일컫는다. 인간의 페르소나는 수많은 형태로 존재할 수 있지만, 페르소나만 갈아끼는 인간은 투명인간처럼 결코 자신의 삶을 살 수 없다. 탈이라는 매개체는 이런 페르소나를 좀 더 시각화해 보여주는 장치로서, 현대인이 익숙해져버린 익명성에 더해 인물들의 이야기가 좀 더 '환상'과 '현실'의 경계를 넘나들 수 있게 한다. <오셀로와 이아고>는 이런 탈의 특성을 적극 차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아고는 무동기의 순수한 악으로서 얼굴을 숨기고, 오셀로는 살해자의 얼굴을 띄면서 그 안에 숨은 끔찍한 사랑을 숨긴다. 그들은 다양한 동기로 얼굴을 숨긴다.

*

인간의 가장 극적인 모습을 담는 탈은 매력적인 소재다. 한국의 문화는 서양에게 삼켜졌다는 표현을 읽은 적이 있다. 아직도 우리는 아무렇지 않게 더 '서구적인' 것이 더 '고급스러운' 것 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삶의 많은 부분이 서구화 되었지만 예술은 더욱 그렇다. 당장 서점이나 전시를 가도 우리 문화의 색채는 서양의 그것보다 덜 주목받는 것처럼 보인다.

생각해보면 필자가 어렸을 적 우리 문화가 홍보되는 맥락에는 '아름다움'보다 '애국심'이 있었다. 애국심은 많은 변화를 일으키는 감정이긴 하지만, 예술에서 그런 방식의 접근은 작품의 가치를 간과하게 하는 경향이 있다. 필자는 이번 연극을 통해 그 자체의 '아름다움'을 느껴보려 한다.





오셀로와 이아고
- 2017 창작산실 올해의신작 -


일자 : 2018.01.12(금) ~ 01.14(일)

시간
금 8시, 토 4/7시, 일 4시

장소 :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티켓가격
전석 30,000원

주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작
천하제일탈공작소

주관
컬처버스

관람연령
만 13세이상

공연시간 : 70분




문의
컬처버스
070-8276-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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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진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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