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Art-Incite ⑧ 요즘 뭐하세요? -그냥 놀아요! [문화전반]

Incite v. 감동하다, 선동하다
글 입력 2017.12.12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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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에게는 절대 피하고 싶은 이 질문에 대한 나의 답변에, 가장 행복하고 자부심을 느끼는 요즘이다. 정말 자유롭게 잘 놀고 있다. 지난 1년 간 필사적으로 적어놓은 리스트들을 조금이라도 건드려보며 짧은 여행들도 가고, 바쁘게 살 땐 쉴 틈 없다가도 쉬고 싶을 땐 몇 날 며칠 방에 불도 안 켜고 계속 누워만 있다. 활발한 성격상 두 달 만에 이 생활도 지루해져 다른 계획을 시행하려 꿈틀거리고 있긴 하지만 살면서 두고두고 꺼내볼 시간이다. 이런 시간이 말로만 듣던 ‘갭이어’라는 프로그램의 자발적 버전이라는 것을 깨닫고, 온전히 1년이라는 시간이 주어진다면 얼마나 성장할지 연말이 되어 한해를 돌아보니 문득 생각이 든다. 지난 1년 동안 사회에 나가 일하면서 정말 많은 경험을 했다. 기술에 대한 것도 많이 배우고 성장했지만 사람과의 관계를 배운 것이 8할이다. 이 자유로운 시간에도 새로운 사람들과의 관계는 필연적으로 꾸준히 이어나가고 있다. 처음 만나서 안부를 묻고 그 다음엔 대화를 이어나가기 위해서, 정말 궁금해서 직업을 물어본다.


“지금 학생 맞죠?”
“아니요, 학교 안 다녀요.”
 “그럼 지금 일하는 거 에요?”
“아니요, 백조에요. 하고 싶은 거하면서 놀고 있어요!”


 이 대화 후 대개는 당황한 기색으로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몰라 하며 다른 주제로 넘어간다. 아니면 크게 연령대별로 나뉜다. 내가 만나온 사람들을 100이라 치면, 50정도의 중년 이상 어른들과 안정적인 걸 추구하는 젊은이들은 감사하게도 내 걱정을 해주신다. 나머지 50 중 25는 다른 주제로 돌리고 다른 25는 퇴사를 생각하거나 진취적인 젊은이들과 진보적인 어른들은 적극 지지하신다. 각 사람들의 대화 스토리는 통일되는 부분이 있다. 50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공무원으로 결말이 맺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지해주시는 25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나 경험에서 우러나온 다양한 이야기를 해주신다. 누가 옳고 그른 건 절대 아니다. 짜장이 좋고 짬뽕이 좋은 것처럼 기호가 다르고 가치관이 다를 것일 뿐. 아무리 진취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어도 다른 의견을 배척하면 그야말로 틀에 갇힌 것이며, 안정적인 것을 추구하지만 편견 없이 여러 이야기를 적극 수용하는 것 가장 진취적이라고 생각한다.


 ‘항상 무언가를 해야 하는 건가? 그 무언가를 해야 하는 이유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인가? 기억도 잘 못할 이 질문들 때문에 내 인생이 좌지우지되어야하는가? 꽃다운 나이니까 좀 놀면 안 되나?’ 라는 의문을 한가득 안고 있어서 항상 답답한 시간들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내 행동으로 증명하고 있는 시기라 더욱 신나서 논다고 답한다. 그렇다고 나는 새로운 사람에게 전혀 악감정이 없고 오히려 박애주의적인 마음으로 다가가지만, 사회를 바꿀 대의(大義)를 펼치는 과도기 과정에서 일어나는 약간의 혼란이라 생각한다. 왜 대학을 가야하는지, 대학이란 어떤 곳인지 등 원론적인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물론 우리 부모님도 혼란을 겪고 계신 중이라 이런 내 생각을 말했을 때, 경험을 많이 하라 하면서도 본질에 대한 이야기에는 그럴 생각할 시간에 자격증이라도 하나 더 따라고 하긴 하신다. 우리는 이 귀에 딱지가 박힌 질문과 루트에 대해 진중하게 생각해야만 한다. 한 가지 절대 간과하지 말아야 하는 것은, 우리의 부모님 세대가 가장 혼란을 많이 겪고 지금도 진행 중이라 필연적으로 안정적인 것을 추구할 수밖에 없다. 아이들의 여린 감수성을 미처 신경 쓰지 못하고 힘든 시기를 겪느라 무뎌진 그대로로 대하다보니 감정의 골이 깊어지고 결국 곪아 터져 사회문제로까지 이어지는 것 같다. 나도 그래서 육아 책들을 읽고 깨달은 것은, 우리를 굶기지 않기 위해 미처 부모에 대한 공부가 조금 부족했던 것이라는 결론에 다다랐다. 그래서 내가 먼저 마음을 열었다. 어른이지만 완벽할 수 없고 그저 상황을 많이 접해봄으로서 대처 방법을 우리보다 더 많이 안다는 것뿐, 결국 정답은 본인의 내부에 있다.


윤여정.jpg
힘든 청춘에 대한 어록으로 유명해졌지만,
이 말이 가장 필요한 사람은 기성새대라고 생각한다.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로서 소속의 욕구가 있고 경쟁이 심한 한국 사회에서는 욕구가 충족되지 않을 시 불안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중요한건 ‘주변에 의해서’ 불안감을 느끼도록 당한다는 것이다. 나도 그렇고 여전히 문득문득 주변 사람들을 보며 자신감이 없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것을 잠재운 생각은 ‘재수 없으면 200살까지 산다.’ 세바시 강연이다. 영상을 꼼꼼히 보진 않았지만 제목만으로도 충분한 확신을 주었다. 드디어 연구결과가 나오면서 내 대의를 증명해주고 있으니 말이다. 평소 120살을 목표로 잡고 인생계획을 세웠는데 80살이 더 늘어났으니 좀 징그럽기도 하지만 다시금 마음을 고쳐먹었다. 돈이야 벌면 벌 수 있으니 마음껏 해보고 싶은 것 하고 틈틈이 쉬어가자고.




 이 글을 읽고 대의의 동료가 되는 것은 바라지도 않는다. 다만 조금 더 유연하게 방향을 잡았으면 좋겠다. 머리로만 말고 피부로. 부모님을 비롯한 기성세대에 대한 생각도. 사회 초년생을 비롯한 현 젊은이들도 어른들의 영향을 받아 80세까지 계획을 세웠는데 재수가 좋아 120살만 살더라도 그 후 40년은 더 살아야한다. 은퇴 후 40년이 남는다. 그리고 만약 지금 30살이더라도 아직 인생의 1/4밖에 살지 않았다. 그러니 사서 걱정하며 애꿎은 머리만 지끈거릴 바엔 마음껏 부딪히고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건드리기라도 했으면 좋겠다.


[유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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