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대학생이 될 너에게 [문화 전반]

대학교와 최인훈 '광장'의 관련성을 중심으로
글 입력 2017.12.10 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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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빈아, 넌 이제 대학생이 되겠구나.


   먼저 다양한 불안과 힘듦을 거쳐 그토록 목표하던, ‘대학교’에 입학하게 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한단다. 하지만, 너보다 먼저 많은 것을 거쳐 온 나의 눈에는 너가 이제부터 겪게 될 밝음과 어두움, 기쁨과 우울이 너무나도 눈에 보여, 축하인사만을 건네기에 내 입과 손이 머뭇거린다.
 
   고등학교라는 닫힌 공간을 떠나, 교복을 갓 벗어난 너가 이 곳에서 느끼게 될 작고 큰 우울을 거뜬히 넘겼으면 좋겠다. 그래서 노트북을 켜고 이 편지를 쓰게 되었다. 내 경험과, 그리고 대부분의 대학생이 느끼는 것들을 바탕으로 했음을 일러둔다.
   
   대학교는 밀실과 광장의 연속이다. 내가 느끼기엔 그랬다. 그리고 아마, 많은 또래 사람들이 겪기에 그랬다. 입학하자마자 너가 겪게 될 것은, '광장'이다. 오, 최인훈 작가의 소설, 그래 너가 보고 공부했던 「광장」이라는 소설 속의 그 광장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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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곳은 밝다. 일단 사람들이 많이 몰려있고,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가고 시끌벅적하다. 옆엔 대단해보이는 선배가 있고, 각지에서 모인 동기들이 있다. 그곳의 뜨거움이 좋고, 시끄러움이 재미있다.

   우리는, 그리고 사람들은 일정한 수준의 교류와 충족을 원하기에 ‘광장’은 좋은 것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안타까운 것은, 소설 속에서도 그랬듯, 광장은 이상적이기만 한 곳이 아니라는 것이다. 부조리가 있고, 그 속에서 개인의 무언가가 침해되기도 한다. 점점 그런 것들이 없어지고는 있지만, 선배라는 사람들의 불합리함은 아직 없어지지 않은 것들이다. 소설 속에서 ‘이명준’이 겪은 것처럼.
 
   또 광장은 지속적으로 보았을 때, 피곤한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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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주변사람들은 점점 '밀실' 을 찾는다.

   자기만의 무언가를 만들고, 찾고, 떠난다. 점점 혼자 다니길 원하는 이들이 늘어난다. 자발적이지 않더라도, 결국 너는 그리고 우리는 ‘밀실’에 닿는다. 대학교가 개인적이라고 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혼자 수업을 듣고, 캠퍼스를 걷고, 무언가를 하게 된다.
 
   광장을 떠나, 밀실로 들어가는 것은 꽤 좋다. 자유롭고, 많은 것이 내 마음대로다. 하지만 그와 함께 너는 큰 외로움을 만나게 될 지도 모른다. 내 곁에 누군가가 없다는 건, 고등학교라는 광장을 떠나 대학 속의 광장을 떠나 이제는 내가 내 사람을 찾아야 한다는 것은 아주 차갑고도 당황스러운 일이다. 또 자발적으로 떠난 것이 아니라, 네가 주변에 사람이 많을 수 밖에 없던 새내기라고 불리우는 1학년 시절을 떠밀려 건너와 밀실을 맞이하게 된 것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많은 사람이 그렇다. 광장의 뜨거움과 밀실의 차가움, 그 온도차를 느끼는 순간은 아주 견디기 힘들다. 나에게, 너에게,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 대학교는 언제나 너에게 광장과 밀실, 두 공간을 주지만 궁극적으로 그것은 너에게 결국 아무것도 주지 않는다. 고등학교와 다르게.
 
   음. 결국 너에게 말해주고 싶은 것은 너의 '중립국' 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동무는 어느 쪽으로 가겠소?"

"중립국."
 
그들은 서로 쳐다본다.
앉으라고 하던 장교가,
윗몸을 테이블 위로 바싹 내밀면서, 말한다.
 
"동무, 중립국도, 마찬가지 자본주의 나라요.
굶주림과 범죄가 우글대는
낯선 곳에 가서 어쩌자는 거요?"
 
"중립국."
 
"다시 한 번 생각하시오.
돌이킬 수 없는 중대한 결정이란 말요.
자랑스러운 권리를 왜 포기하는 거요?"
 
"중립국."

- 최인훈, 「광장」 중에서 -


   소설 속 이명준 또한 중립국을 찾았다. 그의 세계에서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지만, 그래서 자살을 택했지만, 기억하렴. 그의 세상은 더 이념적이고 극단적이지 않았니.
 
   아무쪼록 바람직한 건, 밀실과 광장 두 가지 속에서 균형을 이루는 것이다. 너가 너의 뜻에 맞게, 너가 하고싶은 대로 사람과 접촉하고 만나고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면 되는 것이다. 대학은 마냥 따뜻하기만 한 곳도 아니지만, 마냥 차가운 곳도 아니다. 대체로 밀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밀실만 있는 곳도 아니다. 사람과 관계의 덧없음에 한탄하고 학교를 다니는 것에 우울해 하기보다는, 그곳은 그저 존재하고 있을 뿐임을 알아주기만 했으면 좋겠다. 너는 그저, 그곳에서 성공적인 ‘이명준’이 되기만 하면 된다.
 
   지금 자고 있는 너에게, 새로운 세상은 벌써 2달 가까이 다가와 있구나. 꽤 새로움을 많이 지나쳐 온 나로서는 너가 겪게 될 설레임이 부럽고, 기대된다. 내가 지금껏 공들여 적은 이 글자들이, 네게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그래도, 나는 새로운 세상에서 너를 팔 벌려 환영하고 있다. 밝고 춥고 따뜻한 20대를 맞이하게 된 것을, 축하한단다.





사진 : 숭실대학교 캠퍼스갤러리 김상민, 김찬영, 곽규원의 사진을 가져옵니다.




[손민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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