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제주도민이 바라보는 제주 열풍 [문화 전반]

글 입력 2017.12.08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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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한 제주


지난 몇 년간 제주의 경기는 유례 없는 호황기를 맞으며 빠르게 성장했다. 국내외 관광객이 크게 늘고, 매년 유입되는 이주민들도 1만 명 이상씩 증가하고 있는 덕이다.

제주는 오래 전부터 국내 관광지로 가장 먼저 손꼽히는 곳이었다. 하지만 최근  '웰빙', '느리게 살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제주도는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현대인의 욕구를 대변하는 공간으로 급부상했다. 삭막하고 몰개성적인 도시 속 삶에서 벗어나고픈 사람들은 제주만이 지니고 있는 자연과 다양한 문화적 자원으로 눈길을 돌리게 되었고, 점점 알려지지 않았던 제주의 '숨은 아름다움'을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예쁜 카페, 맛집, 사진찍기 좋은 명소들은 SNS의 확산과 더불어 전국적인 유명세를 타게 되었다. 이러한 열풍은 관광에서 멈추지 않고, '제주 살이' 유행으로까지 이어졌다. '제주 한 달 살기', '다 버리고 제주로 떠나기' 같은 이야기가 우리는 이제 낯설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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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TBC 효리네 민박
 


변화의 이면


그러나 이러한 성장 이면에는 항상 부작용이 뒤따르게 마련이다. 급격히 늘어난 인구에 각종 인프라 서비스가 과부하 상태에 도달한 것이다. 하지만 제주도에서 나고 자란 사람으로서, 가장 걱정되는 지점은 따로 있다. 제주가 젊은 문화로 브랜딩되고, 수 만명의 이주민이 끝없이 유입되는 이 상황에서 제주의 지역문화는 큰 갈림길에 서 있는 듯하기 때문이다. 제주가 갖고 있는 고유의 지역성이 전국적인 호소력을 갖는 지역 문화로서 훌륭히 자리매김할 것인지, 아니면 많은 반면교사처럼 자본의 무자비한 힘에 몰개성화될 것인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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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문화


필자는 분기마다 고향인 제주를 방문한다. 그런데 최근 3~4년 간 제주를 찾을 때마다, 매번 크게 바뀌어 있는 모습에 놀라기가 일쑤다. 제주만의 운치를 풍기는 작은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마을 대신 '세련된' 카페, 게스트하우스 단지들이 그 자리를 대체하고 있는 것이다. 수십년 간의 추억이 쌓인 동네가 커다란 건물들이 늘어진 관광 명소로 싹 바뀌어버린 당혹감과 안타까움을 뭐라 설명할 수 있을까. 부동산의 가격은 하루가 멀다 하고 치솟았고, 지역문화에 대한 이해 대신 자본의 논리가 제주에 만연하게 되었다.

 누군가는 젠트리피케이션(자본의 논리로 원주민이 내몰리는 현상)이 피할 수 없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한다. 누군가는 긍정적인 발전이고, 현대화라고 한다. 그러나 내가 사랑하던 제주의 모습이 사라져 가고, 친척들 사이의 주된 이야깃거리가 '땅값'이 되어가는 모습을 보는 지금, 이런 현상을 그저 자연스러운 것으로 치부해버리기는 어렵다. 매번 휴가 시즌 때마다 '로컬들만 아는 제주 맛집, 명소'를 소개해달라는 지인들에게 나는 제주의 '진면목'이 무엇인지 잘 설명할 수가 없다. 내가 알고, 사랑하는 제주, 역사와 시간과 경험이 켜켜이 쌓여 존재하는 제주와 '핫'해진 제주의 간극이 너무나 크기 때문이다.

지역문화에 대한 존중과 이해 없는 개발은 언제나 부정적인 결과를 낳는다. 자본의 힘을 쉬이 규제하기 어렵다면, 무분별한 변화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공론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다행히도 제주는 아직 '살아있다'. 더 늦기 전에 제주의 속내를 들여다 보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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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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