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극단에서 연속되는 선택, 연극 스테디 레인 [공연]

스테디 레인
글 입력 2017.11.25 0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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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스테디레인.jpg
 

  
Prologue.


연극을 보기 전에는 영화에서도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장르인 남성 느와르 액션극이라고 생각했다. 2인극이라는 점이 특이하지만 내용 면에서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 궁금해 하며 공연 날을 기다렸다. 이 심플한 세팅에 어떤 스토리가 얹어질지 기대하면서.

  
 
2인극의 서사가 펼치는 특별함


연극에는 등장하는 인물의 수에 따라 다양한 종류가 있다. 한 명이 모든 스토리 전개와 대사를 하는 1인극(모노드라마), 두 배우가 등장하는 2인극이 그 예가 될 수 있겠다. 다수의 배우가 연기를 펼치는 극이 가장 보편적이고 흔하게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이해하기에도 부담이 없어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에 익숙할 것이다. 그래서 프리뷰에서부터 계속해서 2인극에 대한 기대감과 설렘을 드러내왔다.
 
불이 켜진 무대 위에 놓인 것은 테이블 하나와 리모콘, 권총이 전부였다. 그 앞에 선 남성 배우 둘. 각자 관객들에게 어떤 사건이 있었는지 자신의 입장에서 스토리를 설명했다. 한 명이 상황을 설명하는 동안 다른 한 명은 이에 반응하거나 대사를 주고받았다. 한 인물의 연기가 끝나거나 시작되는 지점이 분명하지 않고 마치 경기가 진행되듯 감정과 상황을 공유하는 두 배우의 연기는 관객들을 몰입시키기에 충분해서, 나도 극에 완전히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한 사건을 놓고도 시간 순서나 시점을 조금씩 달리 해서 각각 다른 서술이 나타나기도 했다. 이렇게 서술의 시점을 다양화함으로써 사건이 더욱 흥미롭게 전개되었다. 단순히 사건의 내용을 전달할 뿐 아니라 방백 형식으로 캐릭터 연기가 펼쳐졌다는 점도 극의 재미를 더해주었다.

 
연극 스테디레인 장면.jpg
 

    
선택의 연속


박진감 넘치는 스토리와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로 감탄을 자아냈던 연극 스테디 레인은 한편으로 많은 교훈을 담고 있는 듯했다.
 
“인생은 B(Birth, 태어남)와 D(Death, 죽음) 사이의 C(Choice, 선택)이다.”
 
위의 말처럼 대니와 조이는 끊임없이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성격도 가치관도 무척이나 달랐지만 한 곳을 향해 있던 둘은 어느 새 각자 다른 편에서 향해야 하는 인생을 맞이하게 된다. 두 사람이 같은 상황에서 한 다른 선택으로 인해 이후의 삶이 완전히 달라지게 된 것이다.
 
대니는 극의 전반부까지는 계속해서 자신의 선택을 논리라는 말로 합리화하려 한다. “그게 말이 안 되잖아요, 논리가 안 맞단 말입니다!”라고 외치는 대니와, “넌 그렇게 행동하지 말았어야 했어, 감정이 너무 앞선다고.”라며 그를 말리는 조이. 둘은 점차 극단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결국 갈림길에 놓이고 만다. 어느 순간 너무나 다른 위치에 서게 된 둘은 그렇다고 해서 서로를 비난하거나 탓하지는 않는다. 끝이 다가올수록 자신의 상황에 순응하고 모두에게 좋은 방향일 것이라며 선택을 계속할 뿐이다. 묵묵하게 계속되는 선택은, 그러나 좋은 결과만을 낳지는 않는다.

 
스테디 레인 공연장.jpg
 
 
 
극단 속 인간


사람은 누구나 극단으로 치닫게 되면 본성이 드러난다고들 말한다. 대니와 조이도 마찬가지였다. 자신이 가장 소중히 지키려던 것만 보게 되고 그 외의 것들은 시선을 벗어나버렸다. 대니는 그것이 자신의 가족과 조이였고, 조이는 대니의 가족이었다. 같은 것을 지키려던 둘의 행동방식은 달랐지만, 결과적으로 대니의 가족은 해피엔딩을 맞는 것처럼 보인다.
 
반복되는 일상에서 예기치 못한 위험한 사건들의 연속으로 위협을 느껴 둘렀던 보호막이 자신에게는 창이 됨을 대니가 몰랐던 것은 아니었다. 조이도 그의 오랜 친구였던 만큼, 대니가 어떤 마음이었을지 누구보다 잘 이해했을 것이다. 누구 하나가 더 이타적이고 이기적이었다며 비교하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상황이 이보다 더 최악일 수 없을 정도로 끝을 달릴 때 두 인물은 각자의 본성을 보았고 빛과 그림자는 나뉘고 말았다. 가족과 조이를 위한다는 마음으로-견딜 수 없이 버거운 감정을 목숨과 바꾼 대니는 영원한 어둠 속에, 대니의 가족을 보살피게 된 조이는 공허한 빛의 안정 속으로 들어갔다.
 

 
스테디 레인


비는 극이 진행되는 동안 한 번도 끊이지 않는다. 비가 갤 날도 한번 없이 연속적으로 닥치는 위기 상황은 raining cats and dogs(개와 고양이가 싸우듯 억수로 비가 쏟아진다)라는 말을 연상케도 한다. 선택이 조금 달랐다면 대니와 조이의 비는 빨리 그칠 수 있었을까. 아니면 어쩔 수 없는 상황 속에서 계속되는 비를 맞아야 했을까.
 
차라리 빗속에서 마음껏 흔들리며 자신을 놓아버리고도 싶을 때가 누구에게나 있다. 하지만 일상이 흔들리는 대로 이 또한 지나갈 것이라며 스스로를 다독이기에는 맑은 날씨가 너무 그리워질 것이다. 그래서 어떻게든 비에서 벗어나려는 몸부림으로 어떤 방향으로든 선택을 하게 되었던 대니와 조이. 이 둘은 인간의 가장 대표적이고 대비되는 두 초상으로 나타나 관객들의 상상과 불안을 여지없이 현실로 풀어낸다. 그리고 관객들은 곧, 누군들 이들만큼 계속되는 비를 맞을 수 있을까 싶다가도 자신에게도 닥칠 수 있을 스테디 레인을 두려워하며 불안한 삶과 선택의 어려움에 공감하게 될 것이다.


[차소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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