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7호실(Room number.7, 2017) [영화]

글 입력 2017.11.22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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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호실 포스터.jpg
 

"7호실(Room number.7)"

-감독: 이용승
-장르: 블랙코미디
-출연 : 신하균(두식 역)
도경수(태정 역)
김동영(한욱 역)


줄거리: 서울의 망해가는 DVD방 사장 두식(신하균)학자금 빚을 갚으려 DVD방에서 일하는 알바생 태정(도경수). 팔리지도 않던 가게에 기적처럼 매수자가 나타난 바로 그 때!예상치 못한 사고가 일어나고, 두식은 시체를 7호실에 숨겨 봉쇄한다. 한편, 빚을 해결해주는 조건으로 마약을 7호실에 잠시 감춰놨던 태정은늘 열려있던 그 방의 문을 두식이 갑자기 잠가버리자 당황하는데…
 
닫아야 사는 사장 vs 열어야 사는 알바생! 두 남자의 생존이 걸린 문제의 방 ‘7호실’





*
오피니언의 특성 상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두식, 인간의 욕심과 모순을 솔직하게 보여주다.

 막막한 현실이 해결될 것만 같은 순간, 두식은 예기치 못한 사고로 인한 한욱의 죽음을 묵인하게 된다. 두식은 도덕과 윤리보다는 돈도 안 되는 DVD방을 빨리 팔아치우는 것이 먼저라 생각한다. 그렇게 부적을 붙여 두고 영험한 기운이 깃들어 있다고 믿었던 7호실에 시체를 숨기게 된다. 두식이 신이라는 신은 다 모셔두고 대박 나게 해달라고 빌고, 백 원짜리 하나까지 모아두었던 공간인 7호실에 시체를 숨긴다는 설정이 상당히 흥미로웠다. 자신의 안위를 기원하던 공간에 타인의 안위를 방관한 비밀를 숨겨두는 것. 이 얼마나 모순적이고 자기중심적인가. 하지만 비단 두식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인간은 다 그렇다.

 상황은 최악으로 치닫게 된다. 계약은 무산되고, 심지어 월세가 오르는 상황까지 직면한다. 그 상황에서 두식은 건물 관리인을 찾아가 건물 관리소에 기름을 뿌리고 라이터를 들이대며 같이 죽자고 난동을 부린다. 결국, 월세를 올리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내지만, 다 안 치우면 월세를 안 내릴 거라는 소리에 기름을 닦는다. 월세를 유지하기 위해서 쭈그려 앉아 신문으로 기름을 벅벅 닦던 그 모습이 웃기면서 얼마나 처량하던지. 웃으면서도 누군가 어디에선가 다른 형태의 '기름'을 닦고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입안이 까끌까끌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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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식은 자신의 비밀을 들키지 않고 DVD방을 처분하는 것을 성공한다. 돈 돈 거렸던 그였지만 하루라도 빨리 그곳을 벗어나고 싶어서 손해를 감수하기로 선택한 것이다. 떠나는 순간까지 두식은 참 구차하다. 시체를 넣어둔 여행용 가방 때문에 닫히지 않는 자동차 트렁크를 테이프로 대충 고정한 채 압구정을 떠나는 모습은 돈 때문에 버린 그의 양심만큼 볼품없다. 하지만 누가 그를 온전히 비난할 수 있을까. 내가 그 상황이었다면 그와는 다른 선택을 했을 거라고 장담할 수 있을까.

 떠나던 길에 백미러를 통해 마주한 한욱을 보고 눈물을 흘린다. 백 원도 허투루 쓰지 않지만, 조카를 위해서는 비싼 게임기를 흔쾌히 사는 두식은 그냥 보통의 사람이다. 머릿속에 밥 생각 밖에 들지 않은 인물을 성격을 투영시켰다는 두식의 이름처럼, 그는 유난히 나쁘지도, 윤리에 어긋난 행동을 해도 잠 못 자고 불안해하는, 보통 사람. 그가 우리와 다르지 않다고 그의 방관이 죄가 없는 것도, 잘못하지 않았다는 것이 아니라, 그저 나약하고 이기적인 인간이기에 그랬을 것이라고 말하고 싶을 뿐이다.



#태정, 청춘이라는 빛나는 단어 속 현실의 어둠을 드러내다

 
 태정은 밀린 아르바이트비가 200만 원 이다. 휴대전화 요금도 내지 못해 끊길 지경이다. 하지만 작곡가라는 꿈을 가지고 끼니를 라면으로 대충 때우며 곡 작업을 하고 아르바이트하는 틈틈이 곡을 만들 정도로 열심히 살아간다. 하지만 삶은 팍팍하다. 꿈을 이루겠다고 간 대학의 등록금 때문에 쌓인 빚이 1500만 원이 넘는다. 돈이 너무 없어서 소중한 컴퓨터(그것도 겨우 중고로 산 거다.)를 전당포에 맡기고, 자신이 만든 음악을 담은 CD를 돌렸다. 좁은 집을 몇 명의 하우스메이트와 함께 공유한다.

 태정의 설정이 너무 비극적이라 생각하는가? 아니, 비슷한 경험을 한 대학생이 나를 포함해 수백 명은 족히 넘지 않을까 싶다. 태정의 삶을 보여주는 장면 중, 이상하게도 유난히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 CD를 음반제작사 이곳저곳에 보내는 장면이다. CD가 부서질까 싶어 충전재가 내장된 봉투에 CD를 담고, 봉투에 네잎클로버 스티커를 붙일까 말까 고민하는 모습이 마치 나 같았다. 수많은 기업에 제출하는 자기소개서를 쓸 때 '이렇게 써볼까, 아니 저게 더 낫나' 하며 수없이 고민하는 나와 다를 바가 없었다. 20대의 어디쯤에서 학교에서, 사회에서 혹은 그 중간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모두 태정이었던 순간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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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빚을 탕감해준다는 말에 태정은 마약을 대신 맡아주는 일을 하게 된다. 사람이 거의 오지 않는 DVD방 손님을 받지 않는 7호실 깊은 곳에 마약을 숨겨둔다. 그러나 일이 꼬인다. 갑자기 사장이 7호실의 문을 걸어 잠그더니 절대 열지 못하게 한다. 마약을 빨리 가져오라는 압박과 사장의 의심에 태정은 7호실 문을 어떻게 열까 호시탐탐 때를 노리다가 그곳에서 시체를 발견한다. 두식이 자신이 가져가야 할 마약을 숨겨두었기에 어쩔 수 없이 두식을 돕기로 한다. 태정을 뒤쫓던 형사들이 DVD방에 들이닥쳐 7호실을 뒤지지만 무슨 일인지 시체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태정이 전날 새벽에 압구정역 사물함으로 시체를 옮겨두었기 때문이다. 나는 태정이 시체를 옮겨 둔 이유를 자신 때문에 들이닥칠지 모르는 경찰들로부터 두식의 비밀을 지켜주기 위한 것이라 짐작한다. 물론 그것이 자신의 비밀을 지키기 위한 것이었을 지라도.

 태정은 가장 공감이 가는 캐릭터이자 매력적인 인물이다. 무심하고 까칠하지만, 자신의 방식으로 사람을 챙긴다. 최저시급도 보장받지 못하는 한욱에게 조심하라고 언질을 주기도 하고, 도움을 요청하는 두식을 외면하지 못한다. 또 적당히 약았고, 적당히 양심 있다. 복잡한 싸움에 휘말리고 싶지 않아 두식이 다른 사람들과 싸우는 모습을 구경만 한다. 약을 하면 기분이 정말 좋아지냐는 질문에 약 같은 건 안 한다며 버럭 내는 화는 태정의 모습에서, 나는 힘든 현실에서 기를 쓰며 지켜나가는 태정의 마지막 '양심' 같은 것을 느꼈다. 마약 밀매로 버는 수익의 65%를 준다는 제안을 받지만, 이에 가담하는 대신 마약과 칼을 한강에 던져버린다. 그 선택도 적당히 착하고 적당히 양심 있는 태정다웠다. 내가 태정의 상황에 처했다 하더라고 그와 같이 행동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한욱, 영화에서조차 그는 마이너리티(minor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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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욱, 사실 나는 영화를 다 본 후 인물들에 대해 생각할 때 그의 이름이 바로 떠오르지 않았다. 극의 중심에 있는 사건의 피해자임에도 그의 이름조차 기억이 나지 않다니. 내가 너무 관심이 없었나 싶었지만, 생각해보면 7호실의 서사에 그는 대부분 객체로 존재한다. 조선족, 운 없는 놈, 그리고 시체. 한욱을 지칭하는 단어들은 수동적인 뉘앙스를 풍긴다. 극 전반에 있어 반전의 중심에 있으나, 스토리가 전개될수록 그는 지워진다. 이는 비단 영화에서만 그렇지 않다. 사회에서도 똑같다. 가장 존중받지 못하는 마이너리티는 그 존재마저 지워지는 것이 현실이다.

 마이너리티. '소수자집단'이라는 뜻으로, 여러 가지 특질로 인해 다른 사람들과 구별되고 불평등한 차별대우를 받아 집단적 차별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을 말한다. 마이너리티는 단순히 구성원의 수가 적은 집단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보다 높은 사회적 지위와 보다 큰 특전을 가진 우세한 무리에 의해 차별받는 집단을 지칭하는 것이다. 현대사회에는 여성, LGBT 등 다양한 마이너리티가 존재한다. 마이너리티는 혐오를 경험한다. 가장 높은 수준의 혐오는 대상에 대해 인지조차 불가능하게 존재를 지워버리는 것이라는 글을 본 적이 있다. 감독이 한욱의 존재가 지워지는 것을 마이너리티에 대한 현실을 반영하기 위해 의도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생각이 많은 내가 너무 깊게 생각해버린 것인지도 모르니 말이다. 하지만 한욱을 통해 마이너리티에 대해 생각하고 고민해 볼 가치는 충분하다고 본다.






블랙코미디[Black comedy]

아이러니한 상황이나 사건을 통해 웃음을 유발하는 코미디의 하위 장르.
코미디의 일종이기에 웃음을 끌어내는 것이 목적이지만 인간과 세계의 모순성, 부조리함을 느끼게 하는 역설적인 유머를 사용한다. 풍자와 희화, 패러디 등을 통해 웃음을 끌어내므로 씁쓸한 웃음을 통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7호실은
오늘날의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많은 이들에게
좋은 '블랙코미디'를 선사하는 영화다.

장기적인 경제 불황 속에서
엄청난 월세와 보증금에
생활고를 겪는 자영업자도,

생계와 취업이라는 무거운 두 족쇄를 발에 매달고
앞으로 걸아나가야만하는 청춘들도,

사회의 구성원이지만
그 존재조차 지워져 버리는 수많은 마이너리티도,
씁쓸한 웃음을 짓게 할테니까.




[장수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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