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김종욱 찾기, 영화? 뮤지컬? [문화전반]

글 입력 2017.11.21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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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뮤지컬<김종욱 찾기> 포스터 (우) 영화<김종욱 찾기> 포스터



김종욱 찾기, 영화? 뮤지컬?


 <김종욱찾기>는 2008년에 개봉하여 벌써 10년이 다 된 영화지만, 여전히 사랑 받는 로맨틱 코미디 영화다. 여태 10번 가까이 봤어도(일 년에 한 번은 꼭 보는 것 같다) 여전히 캐릭터들이 사랑스럽다. 촌스럽지도 않고. 하지만 원작인 뮤지컬로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는데, 이번에 결심을 하고 찾아보게 되었다. 영화를 이미 많이 봐서 웬만한 디테일을 다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에 뮤지컬을 보게 되면 영화랑 비교하면서 봐도 재밌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정말, 정말 우연히도 뮤지컬을 보러가기 전 날 TV 케이블 채널에서 영화 <김종욱 찾기>를 방영했다. 기가 막힌 타이밍에 웃기면서도 올해 또 한 번 영화를 시청하게 되었다. 그래서 뮤지컬을 보면서 어쩔 수 없이 영화와 비교를 하면서 보게 되었는데 뮤지컬이라는 콘텐츠와 영화라는 콘텐츠의 특징에 따른 설정 상의 차이점이 보여 정리해 보았다.



그 여자의 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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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김종욱 찾기>


 먼저 제일 큰 차이점은 여주인공 ‘그 여자’의 직업이 아닐까 싶다. 뮤지컬에서 그 여자의 직업은 기자이다. 이마저도 홧김에 사직서를 내고 백수가 된다. 반면 영화에서 여자주인공 ‘서지우(임수정)’의 직업은 바로 뮤지컬 무대 감독이다. 그녀는 어릴 적 동요를 부르며 가수(?)로 활동한 적이 있지만, 성인이 된 후 무대 감독으로 일을 하면서 음악을 계속 사랑하고 있다. 이러한 각색은 영화에 화려함과 재미를 더하는 무기가 된다.

 <김종욱 찾기>와 같은 소극장 뮤지컬은 제약이 많다. 애초에 뮤지컬 자체가 영화와 달리 출연 배우 수에 한계점이 존재하는데, 소극장 뮤지컬은 공간도 작고, 자본도 넉넉하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 한계가 더 심하다. 뮤지컬<김종욱 찾기>도 배우가 세 명으로, 최대한 화려함을 덜고 멀티맨을 활용하여 소소한 재미를 추구하였다. 스토리 진행도 그 여자-그 남자, 그 여자-김종욱의 이야기가 전부이다.

 하지만 영화는 그렇지 않다. 다양한 촬영 기법이 가능하고, 출연 배우의 수에 대한 한계가 없다. 몇 백명이 나와도 괜찮다. 오히려 인물의 수가 적으면 이야기 진행이 힘들어 진다. (가능은 하겠지만, 상업 영화에서 그러기란 쉽지 않다). 때문에, 백수에서 뮤지컬 무대 감독, 그것도 꽤 화려한 뮤지컬의 무대 감독이 되면서, 다양한 효과들이 발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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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김종욱 찾기>


 첫째로 지우의 주변 인물들이 더 많아지며 스토리 라인이 추가되었다. 지우-기준, 지우-종욱의 이야기 뿐만 아니라, 지우-수경, 지우-체리(김민지), 지우-우형(이제훈) 등의 이야기가 추가적으로 진행된다. 둘째로 지우가 감독하는 뮤지컬의 일부분을 보여주면서 시각적으로 보다 화려해졌다. 스토리 진행에는 상관이 없지만 보너스 씬처럼, 지우가 공연하는 장면도 넣는다. 지우가 무대 감독이기 때문에 가능한 씬이다. 셋째로 여자 주인공의 털털한 성격이 더 부각되며 거기에 정당함을 부여할 수 있게 되었다. 뮤지컬보다 여주인공의 털털함이 극에 달하며 깔끔함의 끝인 남자 주인공과 극심한 대비를 보여준다. 두 사람이 정말 다른 사람임을 보여주는 부분이면서, 영화의 중간중간 남자들밖에 없는 환경에서 살아남은 지우의 모습을 보여주며 그녀가 이런 성격을 갖게 된 이유를 정당화 시킨다.

 이와 같이, 뮤지컬과 영화의 차이점을 인지하고 본다면, 이러한 설정의 차이가 꽤 재미있게 다가온다.



스토리 진행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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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김종욱 찾기>


 영화는 출연 배우 수의 한계도 없지만, 장면 전환의 제약도 없다. 정신은 없겠지만 초마다 장면이 바뀌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뮤지컬은 그렇지 않다. 장면이 바뀌려면 무대를 바꾸거나 등장인물의 옷이 바뀌어야 한다. 보통 장면,무대 변화는 암전을 통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변화가 자주 생기게 되면 매끄럽고 부드러운 극 진행이 어려워진다. 때문에 무대 변환, 장면 변환이 자주 일어나지 않는다.

 이러한 매체의 차이가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부분이 바로 과거 회상이다. 영화<김종욱찾기>에서는 과거 회상, 즉 ‘플래시 백’이 영화에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지우-기준이 김종욱을 찾는 스토리가 진행됨과 동시에 지우와 종욱의 스토리가 함께 진행이 되고, 관객들은 서서히 풀리는 과거의 이야기와 함께 1인 2역을 하는 공유의 매력에 빠지게 된다.

 반면, 뮤지컬<김종욱 찾기>는 극의 초반에 그 여자-김종욱의 스토리가 한 번에 이루어진다. 김종욱과 그 여자가 만나 사랑에 빠지는 순간, 그리고 헤어짐까지 한 번에 보여준다. 그리고 거기에 몰입하는 순간, 다시 현재로 돌아온다. 물론, 반전이 될 만한 요소들은 뒤에 배치하지만 영화의 구성과는 사뭇 다른 서사 구조로 진행된다. 이런 부분 역시 뮤지컬과 영화의 특성을 잘 살린 극본과 각색이라고 생각한다.



멀티맨의 활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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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김종욱 찾기> 속 멀티맨(가운데)


 영화에서는 정말 다양한 인물들이 나온다. 앞서 말한 지우의 극단 사람들, 그리고 지우의 가족들(뮤지컬엔 없던 동생도 등장한다), 기준 주변의 사람들까지 추가되어, 다양한 사람들 간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얽혀있다. 반면, 뮤지컬은 오로지 그 여자, 그 남자, 그리고 멀티맨이 존재한다. 멀티맨이 25개 약할 정도를 소화하는 것인데, 이 중 대부분은 한 번 나오고 스쳐가는 역할이 대부분이다. 반복해서 나오는 인물은 그 여자의 아빠 역 정도. 이게 바로 영화와 다른 부분이다. 스토리 라인이 오로지 주인공 세 사람(그 여자, 그 남자, 김종욱)의 이야기뿐임에도 지루하지 않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단연 이 멀티맨의 존재 덕분일 것이다. ‘한 사람이 다양한 역할을 하고, 관객들은 그것을 알고 있다.’ 이 상황 자체가 만들어내는 즐거움이 있으며, 자체적으로 웃긴 장면을 만들어낸다. 다만 아쉬운 것은, 멀티맨의 캐릭터 대부분이 그 캐릭터가 가진 이야기 없이 흘러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없다는 점일 것이다. 멀티맨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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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김종욱 찾기>


 하나의 원작이 다양한 매체로 재생산 될 때, 즉, 각색이 될 때, 대부분 원작을 하나의 기준으로 삼고 보는 경우가 많다. 혹은 자신이 먼저 접한 버전을 기준으로 삼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그런 시각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하는 편이다. 뮤지컬은 뮤지컬 자체만의 특징이 있고, 연극도 연극만의 특징이, 영화, 소설, 드라마, 게임 등등 각각의 콘텐츠는 그 콘텐츠 만의 특성이 있다. 때문에, 리메이크 된 작품을 볼 때는 ‘리메이크’로써 즉, 자신이 먼저 접한 매체를 기준으로 두는 것이 아니라, 리메이크 작품의 매체가 무엇인지 먼저 파악하고, 오롯이 그 매체의 관점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영화라는 매체, 뮤지컬이라는 매체가 각각 <김종욱 찾기>라는 스토리를 어떤 방식으로 전개하고 있는지 살펴보았다.

 뮤지컬은 뮤지컬대로, 소극장 뮤지컬이라는 특성에 맞게 잘 만들어진 뮤지컬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즐거운 시간이었고, 장수하는 뮤지컬에는 역시 그만한 이유가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래된 뮤지컬이기 때문에 조금씩 각색이 되고는 하는데, 시간이 조금 흐른 뒤에 다시 보며 어떤 점이 바뀌었는지 찾아도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도 역시 그 특성을 잘 살려 각색되었다. 뮤지컬과 비교해 영화가 보다 더 잘 구현해 낼 수 있는 부분들을 알맞게 수정하였다고 생각한다. 영화 <김종욱 찾기>는 10년 가까이 된 염화임에도 촌스럽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그리고 아직 까지 SNS에 레전드 영상이라는 제목으로 영화의 클립이 돌아다니는 것을 보면, 성공하지 않았다고 할 수 없겠다.

 시간이 흘러도, 몇 번을 봐도 재미있는 작품들이 있다. 영화<김종욱 찾기>는 그런 영화 중 한 편이었는데, 이제는 뮤지컬<김종욱 찾기>도 추가해야 할 것 같다. 기획사 사정으로 잠시 쉬어가던 시절이 있었는데,  부디 롱런하여 더 자주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김종욱 찾기>를 위한 꿀팁


- 소셜커머스에서 만원대로 티켓 구매 가능하다.
- 1시간 전에 티켓부스가 오픈되므로, 앞자리에 앉고 싶다면 1시간 전 미리 티켓으로 교환하길 바란다.
- 커튼콜 촬영 가능한 뮤지컬이다. (안 되는 뮤지컬도 많으니 언제나 확인하길 바란다)
- 영화를 한 번 보고 가는 것도 즐거운 경험이 될 것이다.
- 정말 재미있고 빵빵 터지니 기대하고 가도 좋다! (글쓴이의 뒷자리 앉았던 여고생들은 나갈 때 인생 뮤지컬이라고 환호했다)




사진 출처
- 뮤지컬<김종욱 찾기> 포스터 및 현장사진 : CHANNEL CJ
- 영화<김종욱 찾기> 포스터 및 스틸컷 : 네이버 영화


[김미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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