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 작은 알약으로 대신한 오늘의 기도, 사랑의 묘약 - [전시]

글 입력 2017.10.26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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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알약으로 대신한 오늘의 기도
- Bulletproof, 이이언


어릴 적부터, 동화 속에서 나오던 행복하고 달달한 사랑을 꿈꾸었지만, 실제로 사랑은 그것이 사랑인 줄도 모르고 흘러갔다. 아니, 사실은 아직까지도 그것이 사랑이었음을 부정하는 중이다. 그것이 사랑이었다면, 더 아름다워야 해, 하고 한 쪽의 누군가가 주장한다. 거짓말을 하는 너와 추악한 내가 있는 더러운 방을, 나는 도저히 사랑이라고 부를 수가 없다. 용기가 파국으로 향하는 지옥을 어떻게 사랑이라고 부를 수 있겠니.

악령과 악마가 사랑하는 이야기를 알고 있니,
고귀한 것들이 부서지는 곳이 어떻게 사랑의 방일 수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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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사랑에 대한 상상이 만들어 낸 방을 살펴 보는 것은 흥미롭다. 파국이 필연적이지 않다고 주장하는 방의 결말 같은 것을 믿고만 싶다. 천국을 땅 아래로 끌어내리는 인간의 사랑이라는 것과 그에 대한 논거 같은 것들 말이다. 죽음 이후의 삶은 아무도 모르기에 천국쯤 지어두어도 아무도 반박할 수 없지만, 사랑의 삶은 반박거리가 너무 많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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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포터에서 볼드모트는 사랑의 묘약으로 태어났다.


사랑의 묘약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악한 우리가 사랑의 묘약을 먹고 이 방을 천국이라고 부를 수 있다면 말이다. 하지만 오페라의 이야기 속의 사랑의 묘약은 사이비다. 마치 필연적인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그 이야기 속에서 사랑의 묘약보다 강한 것은 사랑이다. 그들 사이의 사랑 속에서 그들은 천국을 향한다.이 이야기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일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믿어지는 이야기. 사이비인 사랑의 묘약을 선사한 둘카메라는 마차를 타고 어디론가 가버렸다. 어디선가, 내 가까운 곳에서 사랑의 묘약을 또 팔고 있을 지도 모르겠다. 사랑을 향하려는 자들의 기도를 돕는 사이비로서 말이다. 그리고 스스로 악하다고 주장함으로써 나약함을 숨기는 사람들은 그 알약을 먹고 천국을 향해 기도를 할 것이다. 작은 알약으로 오늘의 기도를 대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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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말들에 대한 안티테제로, 이 전시회에서는 병에 걸린 여자를 사랑한 남자를 들고 있다. 분홍 튀튀를 입고 사랑하는 사람을 웃겨 주는 것. 그 것들은 문득 세상에 떠도는 여러 욕망들보다 별 거 아닌 것처럼 보인다. 흔히 ‘바보 같은 짓의 아름다운 기적’이라고 지칭되는 것이다. 내가 옛날에 좋아하던 동화 속의, 행복하고 달달한 사랑과 닮았다. 비록 그 배경과 과정은 쓰릴지라도 말이다.


홍지윤, Bohemian Edition-Bohemian in the Rainbow 2, 2008, C-print Mounted on Plexiglas.jpg
홍지윤, Bohemian Edition-Bohemian in the Rainbow 2
2008, C-print Mounted on Plexiglas


이과수 폭포 앞에서, 나는 혼자였다. 문득 그리스 신화의 판도라가 생각난다. 판도라는 나쁜 것들이 가득하던 상자를 호기심에 열었고, 모든 나쁜 것들이 빠져나간 상자 아래 희망만이 남았다. 이때 희망은 나쁜 것들과 함께 있었으니 나쁜 것인가? 또한, 희망은 빠져나가지 않았으니 아직 인간이 통제할 수 있는 것인가? 아니면 결국 세상에 나오지 못했으니 이 세상에는 희망이 없는가? 이 전시회의 말대로, 나는 지금 스스로를 어떤 방에 가두어 버린 것일 뿐일까?

아무래도 그게 사랑이었으면 나는 그 쯤에 멈춰있는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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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채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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