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사회적 약자들을 그린 영화, 죽여주는 여자 [영화]

글 입력 2017.10.15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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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보는 내내 마음을 불편하게 만드는 작품, 죽여주는 여자는 우리가 이제껏 외면해 온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는다. 빈곤계층, 노인문제, 성매매, 코피노까지 짧은 시간에 많은 사회적 약자들을 등장시키며 이 영화는 우리 사회에 뿌리깊이 박혀있는 편견과 무지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게 해준다.

필자는 '박카스 할머니'에 대해서 이 영화를 통해 처음 접했다. 박카스 할머니는 주로 서울의 모텔 근처의 공원이나 광장에서 손님을 찾는 중년, 노년층을 대상으로 성매매를 하는 매춘부이다. 속된 표현으로, 정말 죽여주게 성적으로 잘해줄 수 있는 매춘부라고 표현할 수 있다. 예전에 학교 수업 중, 사회적 복지체제에 대한 강의를 들으면서 우리나라의 노인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그 중에서 가장 큰 문제는 생계유지의 문제였다. 우리나라의 복지는 생각보다 허점이 많고, 다양한 경우의 수를 찾아서 국민을 보호해줄 만큼의 인력도 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법은 사회적 약자 모두를 보호해주지 못하고 있고 그들은 스스로 살기위한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박카스 할머니'는 이를 증명하는 하나의 새로운 생계수단이라고 생각 한다.

영화 속에서 사회적 약자를 지켜보고 그들의 삶에 개입하는 제3자, 어떻게보면 강자가 등장하는데 처음에는 이 영화에서 등장하는 다큐멘터리 PD가 그런 역할을 한다고 생각했다. 그 감독은 '박카스 할머니'를 취재하기 위해 소영(윤여정)에게 접근하는 자신만의 이익을 위해 약자를 건드리는 사람처럼 보인다. 하지만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쯤, '아 그 사람의 역할은 나처럼 무지한 사람들에게 사회적인 문제에 대해 던져주는 것이구나.'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이 영화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그녀의 상황에 대해서 개선해보고자 노력한 인물이 아니었을까. '돈 되는 거해. 나중에 나처럼 늙어서 고생하지 말고.' 극 중 소영씨의 자조적인 대사가 뇌리에 박히면서 그저 웃음으로 대답하던 다큐멘터리를 찍던 감독의 심정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비록 돈이 되지 않지만, 누가 알아줄지 모르지만 극 중 다큐멘터리 PD처럼 '죽여주는 여자'의 감독도 우리에게 이 문제에 대해 생각해보고 극복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고 싶었던 것이라 생각한다. 이 영화를 통해, 우리는 '빈곤한 여성 노인'에 대해 논의할 수 있었다.

또한 이 영화는 초반에 노인 여성이 처한 문제를 다루면서 노인들이 가지고 있는 고민과 문제들로 생각할 거리를 확장시킨다. '박카스 할머니'라는 생계 수단과 노인의 성 문제에서 더 나아가 소영이 자신의 고객들을 정말로 '죽여주는' 일까지 보여주며 '존엄하게 죽을 권리'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한다. 제도적으로 '존엄사'를 할 수 없는 우리 사회에서 죽음을 선택할 수 없다는 것은 큰 노인 문제이다. 누구나 존엄하게 죽을 권리가 있기 때문에 우리가 영화 속 인물들이 죽음을 택했다고 비난할 수 없다. 하지만 결국에 자신의 욕심으로 소영씨에게 죽음을 부탁했던 노인 남성들은 그녀에게서 성을 샀던 강자라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계속 사회적 약자로 남았던 노인 여성이 끝까지 희생하고 결국엔 자신을 구원하지 못한다는 것을 통해 이 영화는 다시 노인 여성으로 초점이 돌아온다.

참 잘 만들어진 영화라고 생각한다. 의도적으로 많은 내용을 직접적으로 전달하지 않아도 인물의 행동이나 인물간의 대화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유추할 수 있는 정보들이 많았고 몇몇 정보들에 대해서는 대사로 확인도 시켜주기 때문에 영화의 서사를 따라가는 것은 어렵지않다. 다만 우리가 꼭 알고 짚고 넘어가야할 문제이긴 하지만 정말 우울한 주제이다보니 영화가 끝날 때쯤 왠지 모를 불편함이 마음을 마구잡이로 헤집어놓는다. 극 중 윤소영씨는 이 영화 내내 다분히 많은 불법행위와 용서받지 못할 행위들을 해나간다. 하지만 우리는 그녀를 미워할 수 없고 그녀에게 감정이 온전하게 이입되어 나중에는 같이 담담해지기까지 한다.

이 영화는 사회적인 문제에 대해 우리가 함께 고민하고 풀어볼 것을 제시한다. 이 영화 하나로 사회가 바뀌는 것은 미미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우리는 이제 썩은 부분을 들여다보기 시작했을 뿐이다. 눈에 보이면 그것을 외면하기는 힘들다. 계속 문제제기를 하면서 사회의 이슈로 거론되고 이 문제가 사람들의 눈에 거슬리게 되면, 마치 대청소를 하듯이 이 문제에 대해 대대적인 해결을 해나갈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에게 이러한 주제를 같이 생각해볼 수 있게 무지를 일깨워준 감독님에게 감사한 작품이었다.


[조수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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