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혼자여도 결코 혼자가 아닌, ‘오디션’ [공연]

글 입력 2017.09.26 0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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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디션. 이름만 들어도 가슴 설레이고 떨리는 그런 단어라고 생각한다. 이 자리에 서는 사람들은 모두 이 감정을 가지고 있기에 또한 열정적인 사람이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내가 오디션을 봐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열정을 무대에서 뿜어내는 연기를 어떻게 또 무대에서 보여줄 것인지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었다.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내가 이 작품을 통해서 볼 수 있었던 것은 딱 거기까지였다고 생각한다. 열정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에 대한 결과가 좋은 쪽으로 이루어졌는가? 물어본다면 나는 섣불리 대답할 수 없을 것 같다. 매우 오랜 생각을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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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선 이 작품의 제작자는 뮤지컬의 시놉시스보다는 넘버에 주력한 것 같다고 생각했다. 넘버는 대중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난해하지 않은 멜로디와 모두가 몸을 맡기고 즐길 수 있는 연주를 보여주었다. 하지만 몇몇 넘버들은 이 극에서 어떤 내용을 내포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웠고 스토리의 내용은 부실하다고 느껴졌다. 개연성이 떨어지기 때문이었다. 찬희라는 인물은 왜 죽어야 했는지, 이 인물의 죽음을 통해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고 (단순히 스토리의 진행을 위해서 죽음을 보여주는 인물 같이 느껴졌다) 이전에 찬희라는 인물이 앓는 모습이 보여지기는 했지만 특정한 사건 없이 갑자기 죽음을 연달아 보여주는 바람에 관객으로 하여금 ‘엥?’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다른 인물들의 슬픔과 감정에 공감하기 어려웠다. 하나의 작품 안에 너무 많은 주제를 넣으려고 해서 그렇다고 생각한다. 청춘, 사랑, 꿈과 현실, 죽음에 대한 이야기가 모든 인물에게서 각각 드러난다. 이는 오히려 모두가 주인공인 이야기가 될 수도 있겠으나 짧은 공연시간 내에 이 많은 주제를 다 이야기하려다 보니, 개연성이 부족하다고 느껴진 것의 가장 주된 이유가 된 것 같다. 스토리가 난해했기 때문에 극의 중반에는 신나는 노래를 들어도 지루하다고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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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디션>은 모든 넘버가 배우들에 의해 라이브로 연주되는데 배우가 무대 위에서 직접 연주하는 사운드가 관객에게 주는 현장감은 매우 대단했다. 하지만 정말이지 이 때문에 음향시설이 좋아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오디션>이 공연되는 TOM 2관의 음향시설은 결코 좋다고 생각되지 않았다. 다행히도 넘버가 진행될 때에는 그런 적이 없었지만, 배우들이 대사를 칠 때 마이크의 음향이 끊긴 적이 빈번했으며 잡음이 많이 들려서 배우들의 등퇴장과 동시에 마이크가 켜지고 꺼지는 것을 알아챌 수 있을 정도였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많은 요소를 아우르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이는 작품이고, 때문에 제작자의 시도 그 자체에도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과거 회상신 등에서의 사소한 연출도 재미있었고 돋보였던 것 같다. 또한 스토리 전반은 따라가기가 어려웠지만 ‘이 모든 것을 딛고 완전체로 오디션!’으로 끝나기보다는 ‘혼자여도 결코 혼자가 아닌 오디션’으로 마무리된 엔딩이 의미 있으며 또 의외였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앞서 이야기했듯 이 작품의 모든 넘버는 라이브로 진행된다. 그것이 내가 높이 사는 제작자의 도전정신의 큰 부분인 것 같다. 뮤지컬 배우가 대단하다고 여겨지는 큰 이유 중 하나는 뮤지컬배우는 연기를 하면서 노래도 하고, 춤도 출 줄 알아야 하는 만능 엔터테이너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디션>에 출연하는 배우들은 여기에 악기까지 다뤄야 한다. 그것도 아마추어의 실력이 아니라 관객들을 매료하는 실력으로! 이런 실력으로 공연이 끝난 이후에도 약 20분간 광란의 커튼콜을 함께 해준 것은 관객에게 정말이지 큰 선물로 다가온 것 같다. 나 또한 콘서트에 온 기분으로 마음껏 소리지르고 노래부르고 몸을 흔들면서 스트레스를 풀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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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미와 메시지에 대한 너무 큰 기대를 하고 가서일까, 조금은 실망한 마음이 컸던 공연이었지만 일상 속 하나의 특별한 기억을 위해서 가벼운 마음으로 공연을 찾는 사람들에게는 훌륭하고 재미있는 공연이 될 것 같다.


[정다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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