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바다의 온기가 느껴지는 감성 그림책 '나만의 바다'

글 입력 2017.09.13 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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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릴 적, 큰집에 가는 날마다 묘한 감정을 느끼곤 했다. 지하철을 타고 서울을 벗어나 경기도로 가는 데엔 1시간이 조금 넘는 시간이 소요됐고 큰집까진 지하철역에서 30분을 더 가야 했다. 나와 동생은 끝없는 지하철 여행에 지쳐 잠에서 깨 부모님께 짜증을 내곤 했다. 온몸에 쏟아지던 피로는 큰집에 도착하며 서서히 사라졌다. 정말 오랜만에 친척들과 만나 놀다 보면 지하철을 타던 악몽의 시간도 잊혔다. '나만의 바다' 주인공 여자아이도 우리와 비슷했을 것이다. 낯선 곳으로 향하는 스트레스가 치솟다가도 바닷물을 보며 마음을 진정시키는 모습을 보면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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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아침, 침대에서 폴짝 뛰어나왔어. 이불이 휘날릴 만큼 힘껏. 오빠도 나를 따라 바닷가로 달려왔어. 우리는 바다 위에 누워서 둥둥 떠다녔어. 바람이 불어 수면에 잔물결이 생기고, 물결이 점점 자라 파도가 되어 자꾸만 우리 몸을 들어 올렸어”


  
 이름을 붙인다는 건 대상에 대해 애정이 있음을 가장 명확히 드러내는 상징이기도 하다. 바다를 경험하고 기쁨을 맛본 주인공이 '고유의 바다'라는 이름을 붙여준 모습을 보며 몇 년 전 우리 집에서 태어난 고슴도치에게 '삐삐'라는 이름을 붙여주던 나를 떠올렸다. 어떤 대상을 순수하게 바라볼 땐 어른이건 아이건 비슷한 모습을 보이는 것 같다. 바다를 사랑하게 된 나머지 주인공은 '바다를 갖고 싶다'라는 생각에까지 이른다. 하지만 오빠의 말을 듣고 곧 바다를 담아 가는 것을 포기한다. 대신 '바다는 소리로 가득 차 있다'라는 아이답고 독창적인 말로 독자를 감동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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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래는 첨벙, 청어는 팔딱. 고래가 노래 부르는 소리도 들려. 심지어 어두컴컴한 바닥 가까이 얌전한 바다달팽이 소리와 꾸벅꾸벅 조는 불가사리 소리까지도. 누군가가 물어본다면, 바다는 소리로 가득 차 있다고 알려 줄 테야. 가만히 귀를 기울이면 우리가 내뱉는 숨소리에서도 바닷소리가 들린다고 말이야.“


    
 온전히 아이다운, 그러나 어떤 면에선 어른보다 훨씬 성숙한 생각으로 매 순간 독자들을 감동시키는 주인공. 이 책의 매력을 물어본다면 순수하고 고운 주인공뿐만 아니라 보고 있으면 마음이 진정되는 캐티 모리의 그림도 빼놓지 않고 언급할 것이다. 파스텔톤으로 물들여진 페이지를 한 장 한 장 정성스레 넘기다 보니 어느새 이야기는 끝이 나 있었다. 따뜻한 바닷물에 잠시 몸을 담갔던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형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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