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ALICE : Into The Rabbit Hole [전시]

글 입력 2017.09.10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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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샷 남기기 좋은 전시회’에 다녀왔다. 이 표현은 좋은 뜻과 내키지 않는 뜻 두 가지를 동시에 지니는 중의적인 표현이다. 요즘 특히 SNS에서 ‘사진 찍기 좋은 전시회’ 라는 곳이 많이 나온다. 이 문구를 보면 드는 생각이 있다. 예술이 일상으로 들어오는 것은 좋으나 한낱 배경에서 그치지 않았으면 한다. 내가 다녀온 앨리스 전시회도 그 중에 속해있었다. <[ALICE : into the rabbit hole>은 현대적인 감성에, 트랜드에 딱 맞는 전시였다. 우리의 입맛에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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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정말 좋은 작품이다. 고전이다. 환상과 현실의 경계에서, 맨 정신으로도 꿈을 (텍스트로) 읽을 수 있게 해주는 동화책이다. 아름다운 무의식의 대잔치. 처음 들어갈 때에는 ‘아무 말 대잔치’를 처음부터 바로 읽기 힘들 듯, 전시회에 들어가는 데에도 오래 걸렸다. 마치 놀이공원에서 꿈의 나라로 가려고 대기 줄을 서있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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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를 보며 급하게 뛰어가는 토끼를 따라가듯이, 전시관에서 토끼를 따라 원더랜드로 입장했다. 아름다운 숲속을 지나, 춤추는 레빗홀을 건넜다. 그러자 넓은 원더랜드가 한 곳에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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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거실 같은 광장과, 몇 개의 작은 방들이 있었다. 뮤비룸, 눈물샘, 체스판, 아무 말 대잔치, 앨리스의 방. 거울 방 등 다양하게 있었다. 거실부터 둘러보아 작은 방들도 다 자세히 보고 싶었으나, 사진 찍는 사람들이 워낙 많아 줄이 길었다. 입장 줄로 알고 기다렸는데 알고 보니 사진 찍는 명당을 기다리는 줄이었다. 그래서 사진은 일찌감치 포기하고. 전시의 목적에 맞게 작품만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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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도 예쁜 놀이공원이었으며, 벽면에 있는 인물 소개 액자도 일러스트가 다 달라서 보는 재미가 있었다. 눈물샘의 공간은 푸른 분위기와 반투명한 조형물이 조명과 어울려서 벽면을 보면 정말로 물속에 빠진 느낌이 들었다. 직접 커진 채로 들어간 집의 공간은 사방이 거울이어서 셀카 찍기 좋은 묘한 곳이었다. 앨리스의 집은 아늑하고 동화적이어서 꿈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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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갑자기 현대적으로 된 이질감이 느껴지는 영상의 방들이 있다. 홀린 듯이 멍 때리며 볼 수 있는 뮤비룸도 있었고, 아무 말을 입력할 수 있는 고전 게임 방도 즐겼다. 기묘한 체스 경기들도 공간 전체로 지켜보고 같이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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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파트이던지 상관없었다. 순서가 중요한 것은 아니었으니까. 원더랜드를 실컷 즐기고 나면 큰 토끼가 정중하게 EXIT 로 안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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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끝이야? 라고 시무룩해질 무렵 ‘누구의 꿈이었을까?’ 마지막 텅 빈 공간이 맞이한다. 꿈에서 깨어나듯, 잠에서 깨어나듯이 서서히 일어난다. 놀이공원에서 ‘친구들 안녕~’하고 인형이 인사해주는 느낌이었다. 이제 벗어날 시간이야. 원더랜드를 나오면 마지막 공간, 팬들이 좋아할 상품들이 있는 아트샵이 있다. 아기자기하고 예쁜 것들이 많아서 끝까지 보는 맛이 즐거웠다.

앨리스 전시회는 미디앤아트에서 진행한 여섯 번째 프로젝트이다. 예전에 같은 곳에서 진행한 클림트 인사이드 전시를 본적이 있었다. 고전이 현대에 와서는 어떻게 살아갈 수 있는지, 클림트의 회화를 사랑한 나는 그 전시를 보고 기분이 묘했었다.

우리가 사는 이 공간에서 느낄 수 있는 체험 형 전시였다. 한낱 그림 하나가 영상으로 움직이면서 크게 공간으로 느껴졌다, 그에 맞춘 조명과 음악이 어우러졌으며, 또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냈다. 전시는 단순히 보는 행위만 하는 것이 아니라, 사진도 예쁘게 찍을 수 있고 현실과 다른 공간 자체를 즐길 수 있는 예쁜 곳이 되었다. 현대에 살기 위해 함께 적응한 전시인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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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전시 자체가 포토 존이었다. 인생샷 찍기 좋은 전시회다. 우리의 예술은 공간 자체로, 인증 샷을 남기는 것이 중요한 우리 시대에도 잘 맞았다. 하지만 너무 예쁜 나머지 모든 공간에 버퍼링이 걸린 걸까. 대기 줄만 엄청나게 길었다. 하지만 아쉬운 점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주옥같은 문구들을 제대로 읽기가 힘들다는 점이다. 일단 사진만 찍고 떠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물론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개연성 하나 없이, 온갖 맞는 말 대잔치를 벌이는 괴상한 소설이지만, 그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매력적인 소설인걸. 스쳐지나가는 한낱 배경이 아닌, 작품 하나하나마다 작가의 개성을 보고, 그 문구 하나하나에 마음을 느꼈으면 한다.

직접 앨리스가 되어 23팀의 다양한 아티스트 작품을 보고 느끼고 체험할 수 있어서 좋았다. 원작 자체도 매력 있고, 다양한 베리에이션을 감상할 수 있어서도 더 좋았다. 놀이공원에서 다양한 놀이기구를 타듯이 –줄은 좀 길지만- 재밌게 잘 즐겼다. 하지만 너무 ‘예쁜‘ 나머지 많은 사람들이 전시를 배경으로, 포토존처럼 사진만 찍고 바로 가는 게 너무나 아까웠다. 그래서 앞으로 보러 갈 사람이라면 전시의 작품들에게 더욱 주의를 기울이며 전시를 느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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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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