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가상과 현실이 뒤섞인 세상에서 당신의 윤리는? 연극 '네더'

가상과 현실이 뒤섞인 세상에서 당신의 윤리는? 연극 '네더'
글 입력 2017.08.30 0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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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더 The Nether
- 상상이 현실을 지워버린 곳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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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VIEW


(연극 내용의 일부가 포함될 수도 있습니다.)


지난주 목요일. '네더'라는 연극의 첫 공연 일날 친구와 함께 보러 갔다. 공연시간보다 일찍 도착한 우리는 '동양예술극장'에 있는 카페에서 공연에 대해 얘기하며 시간을 보냈다. '가상과 현실이 뒤섞여버린 세상. 상상이 현실을 지운 곳.'이라는 문구를 떠올리며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지 기대감에 부풀어 시간이 빠르게 흐르길 기다렸다. 어느새 시간이 흘러 입장할 시간이 돼서 들어간 공연장은 생각보다 컸다. 그리고 평일이었지만 사람이 가득 차있어 공연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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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에서 가상의 공간을 어떤 식으로 표현할지가 내가 가지고 있던 가장 큰 의문이었다. ‘오로지 무대라는 한정적인 공간에서 가상을 표현을 할 수 있을까? 가상을 표현한다고 해도 현실과 구분이 잘 되어서 공간이 이해가 갈까?’ 라는 궁금증은 연극이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라졌다. ‘모리스 형사’가 수사를 진행하는 현실의 공간과 ‘심즈’가 운영하는 가상의 공간은 단순하면서도 완벽하게 분리가 되어있었다. 무대 위에 세워진 세트가 빔 프로젝터, 조명과 만나면서 관객 누구나 다 이해할 수 있게 공간이 분리됐다. 좁고 한정된 무대에서 두 공간을 표현한 것은 무대 디자인 측면에서도 높이 평가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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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세트와 효과를 이용해 공간을 분리시켜 스토리를 진행함으로써 연극에 몰입을 할 수가 있었는데. 여기에 배우들의 연기력이 더해지면서 더더욱 집중을 할 수가 있었다. 도일, 심즈, 모리스, 우드넛, 아이리스 역할을 맡았던 5명의 배우들 모두 열정적으로 연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었다. 나는 두 번째 줄에 앉아서 관람을 했었는데, 연기를 할 때 배우들의 기운이 나에게까지 확 느껴질 정도였다. 그런 배우들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았던 배우는 ‘도일’ 역의 ‘이대연’ 배우였다. 모리스 형사와 함께 가상의 세계로 접속하던 장면이 있었는데, 현실의 공간은 불이 꺼지고 가상의 공간에서 스토리가 진행되는 중이었다. 불이 꺼지고 자신에게 집중되지 않는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몸의 움직임을 통해 감정을 표현하시는 것을 보게 되었다. 그 움직임을 보는 순간 나는 그 역할이 느끼는 감정이 어떤 것인지 확 와닿는 느낌이 들었다. 이런 배우들의 연기력은 극에 대한 몰입뿐만 아니라 스토리를 이해시키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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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과 현실이 뒤섞여버린 세상.’ 연극을 다 보고 난 후의 나는 이 문장이 다른 무게감으로 다가왔다. 연극을 보기 전에는 SNS와 같은 가상의 공간을 사용하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그 범위가 커져 현실과 혼돈이 오는, 조금은 가벼운 느낌의 스토리를 상상했었다. 하지만 연극에서 말하고자 하는 가상과 현실이 뒤섞인 세상은 이런 가벼운 느낌과는 차원이 달랐다. 연극의 ‘네더’라는 가상공간은 완벽한 감각 몰입을 제공한다. 시각, 청각, 미각, 후각, 심지어 촉각까지. 모든 감각을 느낄 수 있다. 그런 공간에서 소아성애, 살인과 같은 현실에서는 금기되는 일이 이루어진다.

“얼마나 자유롭게 느꼈는가?” 도일이 모리스에게 던질 말이었다. ‘네더’라는 상상의 공간, 가상의 공간에서 중요한 것은 ‘자유로움’이라는 것이다. 현실에서는 할 수 없었던 것을 할 수 있으며, 책임지는 것 없이 자유롭게 느낄 수 있다는 것. 너무나 무서운 말이었다. 소아성애, 강간, 살인 등 허용되지 않은 일들을 하면서도 그곳이 가상의 세계라는 이유로 책임지지 않고 즐긴다는 것이.

우리의 세상은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그러한 생각이 들기 시작하니 ‘가상과 현실이 뒤섞여버린 세상.’ 이란 것이 너무 무섭고 무겁게 다가왔다. 만약 이러한 일이 실제로 일어나게 된다면 우리는 어떠한 윤리의 기준을 가지고 살아야 할까. 가상의 공간에서 저지른 일이기 때문에 책임을 묻지 않고 넘어가야 하는 것일까? 우리는 이러한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볼 필요성이 있다. 가상과 현실이 뒤섞인 세계에서 당신의 윤리는?





# SYNOPSIS

무대 위는 가까운 미래, 인터넷 다음 세상의 어디. 사용자들은 로그인을 통해 '네더'로 들어가고 또 다른 자신을 창조해 원하는 욕망을 마음껏 누린다.
이런 세상에서 형사 모리스는, 소아성애나 살인과 같은 극단적 환상을 만끽하도록 유도하면서 수익을 내는, '은신처'의 존재를 파악하고자 소유주인 심즈를 심문한다. '파파'라는 아이디를 쓰는 심즈는 19세기의 풍속과 취향을 현실보다 더욱 현실처럼 설정한 뒤, 가장 은밀한 욕망을 가진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인물.
모리스는 그 공간의 불법성을 감지, 심즈의 범죄를 추적해 들어가지만....


# 작품 설명

가상현실과 실제 삶의 관계에 대해 예리한질문을 던지는 작품
가상세계의 범죄는 어떤 윤리적 근거로 처벌이 가능할까? 상상과예술의 자유가 허용되는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현실 윤리를 앞세운 가상세계의 ‘검열’은 과연 타당할까? 여전히 블랙리스트가 존재하는 대한민국, 위정자의검열 논리와 가상세계의 검열 논리는 과연 무엇이, 얼만큼 다를 수 있을까? 모바일, 인터넷이 그랬듯 가상현실기술 또한 아주 빠른 시간 안에 우리 삶을 급격하게 바꿔놓을 것이다. <네더>는 가상세계의 윤리관 정립이 시급함을 일깨우는 작품이다.

상상과 현실의 공간을 거침없이 넘나드는 범죄 수사극
<네더>는 수사극의 형식을 빌어 사건에 연관된 인물들의 갈등을 가장 좁은 공간에서생생한 대사로 구축해 낸다. 그리고 그들의 언어를 통해 상상의 공간을 무대로 불러낸다. 무대 위에 재현된 가상공간을 통해 우리는, 그간 생각없이 익숙하게받아들였던 가치와 윤리에 대해 부지불식간에 재검토하게 된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이야기, 이루어져서는 안되는 사랑이야기
<네더>의 세계는 완벽한 감각몰입을 제공하는 새로운 가상세계다. 사람들은 현실에서 얻기 힘든 것들을 이곳에서 찾는다. 하지만 한편으로, 그들의 가슴 가장 밑바닥에 자리하는 욕망은 ‘진정성 있는 관계’에의 간절함이다. 사랑하고 사랑받는,기본적인 관계의 충족도가 네더로 넘어가느냐 현실에 남느냐의 관건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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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미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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