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보그 라이크 어 페인팅 [전시]

머리가 아픔과 아프지 않음 그 사이
글 입력 2017.08.04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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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그를 루브르 박물관으로 만들어봅시다!”
Let's make Vogue a Louvre!
 
- 에드워드 스타이켄 Edward Steichen
(1879-1973,보그 수석 포토그래퍼)



처음 보고 나왔을 때는 많이 혼란스러웠다. 지금도 그렇지만, 어떻게 이 호화스러운 작품들을 감상해야 할 지 몰라 촌스럽게 머리를 싸매고 있었다. 그리고 며칠 간 어떻게 이 전시회 구성을 설명해야 하나 고민도 했다. 사실 말은 쉽다. 이 전시회는 서양미술사의 그림 관련 언어를 똑같이 따라하고 있다. 초상화, 정물화, 풍경화, 로코코, 아방가르드, 팝아트 등등. 괜히 수석 포토그래퍼가 그런 말을 한 것은 아닌 것 같았다.





보고 나왔더니 머리가 너무 아프다. 같이 갔던 동행자분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그에게는 이 전시회의 사진 구성은 두 가지였다. 머리가 아픈 것과 머리가 아프지 않은 것. 머리가 아픈 것은 수많은 사진 하나하나를 분석하느라일 것이고, 머리가 아프지 않은 것은 종종 그런 방법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감상한 사진들이 분명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먼저 머리가 아픈 사진들 중 하나를 소개해보겠다.

어떤 바닥에서 전설이 된다는 것은 지망자에게는 일종의 우상이 된다는 것일 것이다. 전설의 작품은 지망자에게 파도 파도 의미를 주는 일종의 교과서가 된다. 패션 사진계의 전설이 된 사진은 무엇을 교과서로 생각했으며, 이 후 그 분야를 어떤 방향으로 이끄는 교과서가 되었을까. 그런 점에서 전설인 그들이 명화를 일종의 교과서로 활용했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즉, 이 전시회는 전설의 오마주이자, 또 다른 전설을 위한 교과서들을 모아 놓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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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카라바조의 이유 모르게 위험한 색감 표현을 좋아한다. 특히 「과일바구니」 는 그 그림작가가 카라바조라는 것도 모르고, 그리고 카라바조가 뭐하는 사람인지 모르기 전에도 분명 이 색깔들을 한데 모을 생각을 하고 그린 사람은 대단한 변태일거라고 생각하고 침흘리며 좋아했다. 사진작가 그랜트 코넷은 그런 색감과 질감을 사진으로 오마주했다. 신기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화가가 전시회 중 있다면, 그 화가가 담아내려고 했던 끝 - 색깔의 끝이나 구도의 끝 같은 것 - 을 사진 속에서 어떻게 담아냈는지, 그렇게 해서 어떻게 사진은 또 자신의 반경을 넓혀가는지에 대해 고민해보면 좋을 것이다.

또는 자신의 전공에 따라 분석해 보아도 좋을 것이다. 감상하다가 옆에 감상하시던 분이 그러셨다. 이게 직업병인가 자기는 가구 쪽 일하는 사람들이라 자꾸 사진 속 가구 소품들에 눈이 간다고. 사진 분야나 의상 분야도 그렇겠지.


Cecil Beaton_Charles James gowns French & Company, 1948_ⓒ Conde Nast Archive.jpg
Cecil Beaton Charles James gowns French & Company, 1948 © Condé Nast Archive


가구, 구도, 사람들의 시선 배치, 의상 등등. 이 사진에서 분석할 거리들은 많다. 하지만 나는 이 사진을 봤을 때 아리따운 여성분들이 종달새처럼 지저귀면서 수다를 떠는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마치 고등학생 때 공식적으로 여자아이들이 꾸며도 되는 날인 축제날 반에서 축제를 보러 가기 전 입술에 빨간 틴트를 바르고 얼굴에 비비를 바르며 앞머리 고데기를 하면서 이런 저런 수다를 떠는 것처럼 말이다. 이리저리 나 예쁘냐고 묻고 정신 없지만 즐거운 상황은 비슷한 것 같다. 이렇게 이야기로 풀면 머리가 덜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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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m Walker The Dress Lamp Tree, England, 2004 © Tim Walker


멀리서 팀 워커의 사진이 보였고 약간 지쳐 있었던 동행자를 북돋아 주기 위해 '여기서부터는 재밌을거야'라고 말해주었다. 명화를 오마주한 다른 사진들과는 달리, 재미있게도 이 사진이 오마주한 것은 팀 워커의 경험이었기 때문이었다. 오래된 옷가게의 천장에 걸려 있던 옷들을 보고 이 사진을 찍게 되었다고 했다. 옷들은 아래서 봤을 때 하늘하늘하게 움직였을 것이고, 사람이 입지 않은 옷들이 춤을 추는 것 같았을 것이다. 할로윈 데이나 등축제 분위기에 인간이 없는 것 같은 동화같은 느낌이다. 마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처럼. 또는 반딧불이들처럼 인간 없는 곳에서 조용히 남몰래 여는 빛축제 같기도 하다.


감상 대상으로 추천하고 싶은 사진 중에는 「The lady of shalott」가 있다.


The Band Perry - If I Die Young


팝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 보았을 노래다. 노래나 노래 가사도 좋지만, 뮤비를 보면 물 위의 보트에 누워서 둥실둥실 떠가는 모습이 있다. 이 모습은 만화 빨강머리 앤에서도 나왔던 모습이다. 샬롯의 아가씨(The Lady Of Shalott)라는 시를 소설 빨강머리 앤의 작가 모드 여사가 활용했기 때문이다. 소설 속 빨강머리 앤은 교과서에서 나온 시를 감명깊게 읽고 스스로 백합 공주가 되어 시 속 주인공을 따라한다. 그리고 그 소설 빨강 머리 앤을 읽고 감명받은 패리는 노래 'If I Die Young'을 만든 것이다.


빨강머리 앤 둥실둥실.jpg

 
There's a boy here town says
He 'll love me forever
Who would have thought
Forever could be severed by
The Sharp knife of a short life
Well, I've had just enough time

한 소년이 있었어요. 나를 영원히 사랑할 거라고 말하는.
'영원히'가 계속되지 않을 수 있다고 누가 상상할 수 있었을까요
날카로운 칼처럼 짧은 삶이었어요.
근데, 난 충분한 시간을 보냈는걸요

-If I die young 가사 중에서.


보그 The lady shalott.jpg
Tim Walker The Lady of shalott , 2010 © Tim Walker


팀 워커 또한 이 낭만적인 모티프를 활용해 사진을 찍었다. 사진을 보면서, If I die young 노래를 떠올렸고, 만약 내가 사랑 때문에 일찍 죽게 된다면 어떤 기분일까라는 생각을 했다. 일찍 죽으면 화장도, 무덤도 필요 없이 강 위에 떠다녀야 하는 것일까. 강에 삶의 날카로움과 충분함을 서서히 씻으면서. 그 뒤에는 내 사랑 이야기가 불리우겠지. 이런 낭만적인 죽음이라니. 설명해주는 녹음기에서 이 사진에 대한 설명과 함께 음악이 흘러나왔는데, 어디서 들어본 듯 익숙했지만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혹시 이 글을 읽고 전시회에 가시는 분이 계시다면, 그리고 근처에서 나오는 음악 이름이 뭐였는지 알고 계시다면 알려주세요.

감상하고 나오니 두 시간 반이 지나 있었다. 동행자에게 미안해졌다.



성채윤.jpg
 

[성채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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