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내게 ‘처음’을 선사해준 뮤지컬 [공연예술]

글 입력 2017.07.14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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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8일, 이전 직장에 있던 선배님께서 뮤지컬 티켓을 주셨다(제가 뮤지컬을 좋아하는걸 어떻게 아시고....!!). 뮤지컬 세계에 입문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주로 <시카고(Chicago)>, <킹키부츠(Kingki Boots)>, <보디가드(Bodyguard)>처럼 이미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품들을 위주로 관람해왔다. 하지만 이번 작품 <리틀잭(Little Jack)>은 소극장 형태, 그것도 콘서트형의 뮤지컬이었다. ‘소극장 형태라... 그럼 뮤지컬보다는 연극에 가까울 것 같은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고로 나에게 뮤지컬이란 [ 화려한 무대세트가 빡!!!!! 조명이 빠박!!!!! 유명한 배우들의 파워풀한 가창력도 빠바박!!!!! ] 하면서 나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해주어야만 하는 것인데! 러닝타임 내내 시간가는 줄 모르고 빠져드는 것이야말로 내가 나에게 주는 유일한 선물과도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극장’ 뮤지컬이라고 하니... 그런건 하나도 없겠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까지 버스를 타고 이동하면서 과연 이 작품이 내게 어떻게 다가오고 어떤 기억을 선사해줄지 걱정 반 설렘 반이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모든건 그저 기우(杞憂)일 뿐이었다^^



Chapter 1. 뮤지컬 <리틀잭(Little Jack)>을 파헤쳐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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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틀잭(Little Jack)>의 배경은 영국이다. 공연장에 들어서는 순간, 우리는 1960년대 영국의 라이브 클럽 ‘마틴'을 방문한 손님들이 된다. 클럽에 밴드 단원들이 차례로 자리하고, 뒤이어 보컬이자 남자 주인공 잭 피셔가 무대에 오른다. 잭은 노래로 첫 인사를 한 뒤, 조심스럽게 그리고 진솔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과거를 회상한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바로 자신의 첫사랑이었던 줄리 해리슨이었다. 예전에 클럽에서 공연을 준비하던 중 피아노를 연주해줄 사람을 급하게 구하고 있었는데, 그때 도움을 주었던 사람이 바로 그녀였다. 사진을 찍어 영원히 기록으로 남기는 것을 좋아하는 줄리는 사실 이전에 휴양 차 방문했던 이곳에서 잭이 노래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었다. 그 이후 운명적으로 두 번째 만남이 이루어진 것이다. 합주를 위해 줄리에게 자신감을 불어 넣어주는 잭과, 잭에게 새로운 음악적 영감을 주는 줄리. 이렇게 그들은 서로에게 이끌려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역시 둘 사이는 쉽게 이루어질 수 없었다. 줄리를 위해 노래를 부르고 공연을 하면서 미국까지 진출할 만큼 성공가도를 달리지만, 해리슨씨의 반대로 둘은 더 이상 만나지 못하게 된다. 사랑의 징표로 줄리에게 선물했던 조개껍데기 목걸이도 소용이 없었다. 심지어 줄리의 결혼소식까지 들리자, 잭은 결국 모든 것을 잃은 슬픔에 술과 약에 찌들어 살게 된다. 사랑의 메시지를 담아 행복하게 노래하던 잭의 모습은 온데 간데 없어졌다. 과연 잭은 어떻게 이 역경을 헤쳐 나갈 수 있을까...?



Chapter 2. 황순원 작가의 「 소나기  

  나는 공연을 보러가기 전에 공연과 관련된 정보나 후기들을 보지 않는 편이다. 괜히 편견이 생길 것 같기도 하고, 왠지 모르게 김이 빠지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공연을 관람한 후에야 알았다. 이 작품이 황순원作 「 소나기 」에서 모티브를 가져왔다는 사실을. 기억하는가? 비 내리던 날 물이 불은 개울가를 소년에게 업혀 건너고, 소녀는 다음 날 헬쓱한 모습으로 소년을 맞이했었다.

  < 리틀잭 >의 배경이 영국이라서 그런지 「 소나기 」와 관련이 있다고는 정말 단 한 순간도 생각하지 못했었는데, 의외였다. 검색을 해보니 이 두 작품의 연관성을 기반으로 홍보를 하고 있던데 효과가 약하지는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Chapter 3. 콘서트형 뮤지컬

  소극장 공연이다 보니 무대 연출이나 조명, 연기 하나하나가 정말 관객들의 눈에 오롯이 전부 잡혔다. 배우의 숨소리, 손가락 움직임, 시선처리까지.... 잭의 심경변화를 섬세하게 느낄 수 있었다. 이게 바로 소극장 공연의 매력이었다고 생각한다. 또한 콘서트형 뮤지컬이었기 때문에 관객과 소통하는 부분이 있었던 것이 기억난다. 잭은 우리에게 줄리를 처음 보자마자 사랑에 빠졌었다고 이야기하며 “그리고 나서 우리 어떻게 됐을 것 같아요?”하고 한 관객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 관객은 “썸 탔을 것 같아요!”라고 대답했다. 잭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써... 썸이요....? 지금이 1960년대인데 썸.. 썸이라뇨! 그게 뭐죠? 미래에서 오셨나?” 라는 재치있는 대답으로 위기를 모면했다.

  이런 식으로 관객과 소통하는 부분이 극 초반에 약간 있었는데, 이 부분 하나만으로 ‘콘서트형’ 뮤지컬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부족하지 않았나 싶었다. 혹은 진짜 콘서트처럼 관객들이 다 같이 일어나서 즐기는 곡이 있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내가 토요일 낮 공연에 갔기 때문에 분위기가 더욱 차분하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지만).



Chapter 4. 다채로운 무대조명

  < 리틀잭 >은 좁은 무대에서 장소의 이동, 날씨의 변화와 같은 시간의 흐름을 보여주어야 했기 때문에 무대조명의 사용이 관건이었다. 무대조명은 컨트리사이드(countryside) 느낌의 클럽이면서도 미국의 핫(HOT)한 큰 무대를 표현해야했고, 잭의 심경변화에 따라 행복할 때, 시련을 당했을 때, 정신 나간 것처럼 미쳤을 때 등 여러 가지를 나타내야만 했다. 그동안 대규모 뮤지컬만 관람해왔던 터라 소극장 뮤지컬에서만 볼 수 있는 굉장히 디테일하고 효과적인 조명의 쓰임을 볼 수 있었다. 사실 처음 공연장에 들어섰을 때, 무대가 웬만한 연극 무대보다도 작게 느껴졌기 때문에 도대체 이 공간에서 어떻게 극을 이끌어갈 지가 궁금했었다. 그 궁금증을 조명변화와 음향의 사용으로 극복해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잭이 줄리와 헤어지고 난 후 모든 것이 나락으로 떨어졌을 때 부르는 "리틀잭이 노래한다"의 마이너(단조) 버전이 압권이었다. 이 곡은 본래 공연의 첫 시작을 밝고 활기차게 여는 곡이었다. 하지만 잭의 급격한 심경변화에 따라 장조와 단조 코드를 번갈아가며 한 차례 더 등장한다. 이 부분에서 잭이 정말 '정신줄을 제대로 놓았구나'라는게 너무나도 잘 느껴질 정도로 조명의 변화와 배우의 연기가 찰떡궁합이었다.



Chapter 5. 노래와 연주까지 모두 라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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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악적인 측면에서는 다소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 리틀잭 >의 대표곡이라고 할 수 있는 “Simple"과 ”YOU"는 극의 중요한 부분에서 지속적으로 불리며 감동을 준다. 둘이 함께 한다는 의미가 가장 큰 곡들이기 때문에 남녀 배우의 호흡이 매우 중요한 곡이다. 하지만 그때마다 줄리의 노래가 아쉽게 느껴졌다. 여주인공이 노래를 못한다고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아쉽게 느껴졌던 이유는 아무래도 전체적으로 다수의 곡들이 남자(잭) 키로 맞춰져 있기 때문에 여자(줄리)가 부르기에 버겁게 들렸던 것이 가장 크다고 생각한다.

  이 뮤지컬은 거의 90%가 남자 주인공의 노래로 이루어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대사나 연기, 노래까지 남자 주인공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다. 그렇기 때문에 극 사이사이에 등장하는 줄리의 곡은 매우 소중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줄리의 매력과 실력은 솔로곡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여리여리한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허스키하고 파워풀한 목소리였다. 하지만 듀엣곡에서는 오히려 그 매력이 반감되었다. 전체적으로 곡이 숨 쉴 틈이 없이 쓰여 있고, 음의 높낮이가 너무 급격하게 쓰여 있었다. 심지어 피아노 연주와 함께 노래를 병행하고 있으니 보는 내내 맘 졸이기까지 했다. 듀엣곡이니 잭을 쳐다보기도 해야겠고, 피아노를 치니 건반도 봐야겠고. 그러다보니 노래의 감정 전달이 어색하고 음정도 불안하게 느껴졌다. 허스키한 목소리가 매력적인 배우였는데, 입 모양이나 발성에 편하게끔 쓰인 곡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다소 아쉬웠다.


뮤지컬 < 리틀잭 > - "Simple" (2016)



뮤지컬 < 리틀잭 > - "YOU"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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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컬 < 리틀잭 >은 내게 첫 소극장 뮤지컬이었고, 소극장 공연의 매력을 알려준 작품이 되었다. 그리고 잭과 줄리의 사랑을 통해 나의 첫사랑도 떠올릴 수 있게 했던 시간이었다. 두 주인공만큼 가슴 절절한 사랑은 아니었지만, 두근두근 설렜던 감정만큼은 모두가 공감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평생 잊지 못하는 것이 첫사랑이라고 했던가? 시간이 흘러 지금쯤 내 첫사랑이었던 그 아이는 뭘 하고 있을지 궁금해진다. 평소 화려하고  좁은 공간에서 내 모든 감각을 공연에 집중해, 두 남녀의 잔잔한 러브스토리를 느끼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해보고 싶은 작품이다.

  뮤지컬 < 리틀잭 >을 보고싶다면, 8월 20일 일요일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소극장을 찾으면 된다.


[김주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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