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세일즈맨의 죽음-현재를 산다는 것 [문학]

글 입력 2017.04.29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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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와 집을 오가는 일상에 뭐 하나 새롭게 보이는 일이 없는 날의 연속이다. 이런 날들에도 문득 드는 생각이 있다. 내가 그려왔던 이십대는 이런 삶이 아닌데, 무언가 청춘 영화처럼 벅차고 나태주 시인의 시처럼 애잔하지만 사랑스러운 나날일 줄 알았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이 생각했던 '미래의 나'에 대한 아쉬움과 절망을 느낄 것이다. 이에, 행복했던 그리고 더 갖지 않아도 충분했었던 과거를 위로삼아 살아갈 것이다. 과거와 현재는 공존 할 수 없지만, 우린 때때로 현재에 과거를 끌어들이기도 한다. 어쩌면 우린 현재가 아닌 '과거'에 사는 것이 아닐까? 이 질문에 대한 궁금증을 더 불러일을 키는 작품이 있다. 바로 아서 밀러의 대표 희곡 '세일즈맨의 죽음'이다. 내가 처음 이 작품을 접했을 땐 '비극'이라는 말이 가장 처음 떠올랐다. 63세 윌리 로만의 삶이 현대를 살아가는 가장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기도 했었고, 행복하고 아무런 걱정이 없었던 과거에 사로잡혀 현재를 충실히 살아가지 못 하는 그의 모습이 마치 '나'같았기 때문이다. 일생을 열심히 살아온 윌리 로만의 삶은 왜 그토록 원했던 영광을 얻을 수 없었을 까, 가장 행복하고 평범해야만 하는 그의 가족은 왜 내면의 아픔을 지녀야 했을까.


세일즈맨의 죽음 속 주제는 다양하지만, 내가 가장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은 바로 아버지로서의 윌리 로만과 아들로서의 비프, 이 둘의 관계이다. 윌리 로만은 사실 '세일즈맨'이라기 보다는 '모험가'가 되고 싶었던 인물이다. 그는 도전정신이 넘치고 화려한 인생을 살고 싶었으나, 자신의 가정을 위해 세일즈맨으로서의 삶을 선택하고 열심히 살아간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이제 더 이상 회사에서는 그를 원하지 않게 되었고 윌리 로만은 자신의 평생을 받쳐 일해온 직장에서 하루아침에 버림을 받게 된다. 이런 그에게도 놓고 싶지 않았던 희망과 같은 존재가 있다. 바로 그의 아들 비프이다. 비프는 어릴 적 선망받던 운동 유망주 였다. 그가 대회에 나가 좋은 성적을 얻어오면 아빠인 윌리 로만은 세상을 다 가진 것 처럼 기뻐했다. 어린 비프에게는 인생에 가장 큰 존재였던 아뻐의 웃음이 좋았고 더욱이 그의 기대를 저버릴 수 없었다. 하지만 씁쓸하게도 비프는 운동선수에 맞는 인물이 아니였다. 그는 성공을 위해 높은 곳을 바라보며 달려가는 열정적인 인간이기 보단 넓은 초원에 앉아 가축들을 바라보는 것이 더욱 적성에 맞는 인간이었기 때문이다.

어른이 된 비프는 변변한 직업없이 살아가는 인물이 되었고, 어릴 적 그의 아버지에게 엄청난 영광을 주었던 운동선수는 그만두게 되었다. 여기에는 아빠(윌리 로만)의 외도에 충격을 받은 탓도 있겠지만, 내 생각으로는 본래 그(비프)의 천성이 운동과는 맞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이 곳 저 곳을 떠돌다가 34살이 된 비프는 결국 집으로 돌아오게 되고, 아직도 과거의 영광에 사는 아빠(윌리 로만)와 그는 매일을 갈등 속에서 살아간다. 이 작품 속 내 마음을 울렸던 대사는 수 없이 많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큰 감정을 느꼈던 대사는 다음과 같다. 농장을 살 돈이 필요했던 비프는 예전에 일했던 곳의 사장 올리브에게 돈을 얻을 수 있다는 희망에 그를 찾아가지만, 올리브는 수 많은 직원 중 한 명이었던 비프를 기억 조차 하지 못 한다. 이 일이 있은 후, 자신의 아들이 이제 다시 영광으로 가득찬 삶을 살 것이라는 희망에서 벗어나지 못 하는 아버지에게 비프는 이제 그만 현실을 받아들이라는 듯 말을 한다.


BIFF 이제 진실을 아셔야 할 때예요. 전 금방이라도 사장이 되어야만 했지요. 이젠 그런 것들을 끝내려는 거예요!

WILLY 그러면 나가 죽어라! 아비에게 반항하는 자식아, 나가 죽으라고!

BIFF 아뇨! 아무도 나가 죽지 않아요. 아버지! 전 오늘 손에 만년필을 쥐고 11층을 달려 내려왔어요. 그러다 갑자기 멈춰 섰어요. 그 사무실 건물 한가운데에서 말예요. 그 건물 한복판에 멈춰 서서 저는, 하늘을 봤어요. 제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것들을 봤어요. 일하고 먹고 앉아서 담배 한 대 피우는 그런 시간들을요. 그러고 나서 만년필을 내려다보며 스스로에게 말했죠. 뭐 하려고 이 빌어먹을 놈의 물건을 쥐고 있는 거야? 왜 원하지도 않는 존재가 되려고 이 난리를 치고 있는 거야? 왜 여기 사무실에서 무시당하고 애걸해 가며 비웃음거리가 되고 있는 거야? 내가 원하는 건 저 밖으로 나가 내가 누군지 알게 되는 그때를 기다리는 건데! 전 왜 그렇게 말하지 못하는 거죠, 아버지? (윌리의 눈을 자신에게 돌리려 하지만 그는 멀리 떨어져 왼쪽으로 간다.)

WILLY 네 인생의 문은 활짝 열려 있어!

BIFF 아버지! 전 1달러짜리 싸구려 인생이고 아버지도 그래요!

WILLY 난 싸구려 인생이 아냐! 나는 윌리 로먼이야! 너는 비프 로먼이고!


극의 마지막에 달했을 때 윌리와 비프의 갈등은 최고조가 된다. "전 1달러짜리 싸구려 인생이고 아버지도 그래요"라는 말이 어쩌면 씁쓸하고 슬픈 말이 겠지만 그 긴장되는 상황 속에서 이 대사는 팽팽했던 온갖 것들을 다시 느슨하게 만들어 준다.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자신의 모습을 받아들일 수 도 없었던 어쩌면 진짜 현실을 파악할 수 없었던 윌리는 결국 그의 아들 입에서 그가 그토록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말을 듣게 된 것이다.  그런 윌리는 자신의 아내 린다와 아들 비프 그리고 환상 속의 과거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바친다. 보험금을 위해 스스로 자동차 사고를 낸 것이다. 극의 마지막은 그의 죽음을 더욱 비극적으로 만드는 장치가 있다. 바로 장례식 장면이다. 평생을 윌리와 함께 살아왔던 린다는 남편이 죽은 후 무덤 앞에서 이런 말을 한다.


LINDA forgive me, dear. i can't cry. i don't know what it is, but i can't cry. i don't understand it. why did you ever do that? help me, Willy, i can't cry. it seems to me that you're just on another trip (생략).

나를 용서해요 여보. 하지만 난 울 수 가 없어요. 이게 뭔지 모르겠어요 울 수가 없어... 이해 할 수 가 없어요 도대체 왜 이런 일을 한 거예요? 나 좀 어떻게 해줘요 윌리, 정말 울 수 가 없어요. 그냥 당신이 출장을 나간 것 만 같아요(생략).


자신의 목숨으로 얻은 보험금을 통해 남은 가족들이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살길 바랐던 윌리를, 결국 그녀는 이해하지 못 했던 것이다. 그녀에게는 그저 남은 빚을 다 갚고 노후를 '평범'하게 사는 것이 행복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그녀는 평생을 더 나은 삶을 위해 발버둥쳐온 윌리의 삶을 이해하지 못 한 것이다. 오랜 시간 곁에 있던 존재가 그가 목숨을 바친 이유와 평생을 열심히 살아온 이유를 이해하지 못 한다는 것은 윌리의 삶을 더욱 비극적으로 만든다. 평생을 과거에서 살며 현실을 볼 수 없었던 윌리 로만은 결국 스스로의를 파국으로 몰아간 것일 수 도 있다. 34살이 되도록 방황하는 비프의 삶 또한 자신 대신 성공한 삶을 살아주길 바랐던 윌리의 탓이라 할 수 도 있다. 여기서 작가는 우리에게 '과거에서 사는 삶'에 대한 비극을 보여준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희망을 전달하기도 한다. '현실을 직시하는 것'과 '나 자신을 아는 것'에서 오는 희망말이다. 이런 면에서 나는, 아직 끝나지 않은 비프의 삶에는 '희망'이 있다고 믿는다. 그는 현재를 살아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를 살아가는 인간에게는 없는 '나 자신을 아는 힘'을 갖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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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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