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우린 다 같은 마음인걸까? - 도서 찬란하고도 쓸쓸한 너라는 계절

글 입력 2017.03.31 23:56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우린 다 같은 마음인걸까?



1.jpg
 
 
연애 초반에는 티비에 나오는 그 어떤 드라마의 여주인공이 부럽지 않았다. 내가 이미 로맨스의 주인공이었고 핸드폰을 손에서 놓지 않았으며, 어떻게 해서든지 연인을 보려고 고군분투했었다. 시간이 꽤 지난 지금, 나는 저 네모낳고 딱딱한 티비에게 설레 빠져든다. 이런 감정이 내 연인이 싫어진것이 아닐뿐더러 사랑이란 감정이 식어버린것은 아니다. 아마 연애초반처럼 지금까지 계속 설레는 연애를 했더라면 그건 연애가 아니라 감정 노동이었을 것 같다. 설렘의 색깔이 조금 변했다. 새빨갛던 짙은 빨강에서 지금은 초록쯤으로 해두고 싶다. 초록이 주는 편안함과 상대에 대한 믿음은 빨강이었더라면 결코 느끼지 못했을 또 다른 소중한 감정이다. 그래서 가끔 빨강으로 변할때, 더 뜨겁게 사랑할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2.jpg
 
 
내게는 좀 특이한 커피 취향이 있다. 아메리카노를 연하게 시켜서 시럽을 듬뿍 넣어서 마신다. 남들은 이런 나를 보면 차라리 캬라멜 마끼야또같은 달달한 것을 시키라고 한다. 그러나 나는 또 그런 달달함은 싫다. 그래서 아메리카노에 시럽을 넣는 일은  나밖에 할 수 없었다. 그런데 이제는 나보다 더 내 입맛에 딱 맞추는 사람이 생겼다. 그는 커피를 좋아하지도 않았을뿐더러 달달한 것도 즐기지 않는 사람이었다. 나를 만나고 내 커피 취향과 닮아 가는 그의 모습을 보면 그렇게 흐뭇할 수가 없다. 취향이 닮아간다는 것 얼마나 낭만적인 일인가. 결코 단시간에는 이뤄지지 못하는 시간이 만들어 놓은 아름다운 결과물이다.


3.jpg
 
 
침대 맡에 인형이 한가득있다. 원래 나는 인형뽑기를 좋아하는 사람도 아니었고 인형을 돈주고 사는 사람은 더더욱 아니었다. 그런데 유독 그가 가져오는 인형 앞에서는 환하게 웃을 수 밖에 없었다. 나는 인형을 좋아했지만 집에 두는 그저 장식품에 돈을 쓰지 못해서 항상 구경만 했었다. 구경하는데에 푹 빠진 내 모습을 보면서, 카카오톡 이모티콘에 그렇게 좋아하는 나를 보면서 인형을 하나씩 건네주기 시작한 그의 마음이 좋았다. 내가 인형을 받고 환하게 웃은건 나에게 건넬 생각으로 그 인형을 들고 오던 그의 모습이 그려져서였다.


4.jpg
 
 
이 글이 그렇게 공감될 수 가 없었다. 내일이면 만우절인데, 학교를 다니던때에 속으로 좋아하던 친구에게 저렇게 장난을 치면서 애써 자연스러운척 하려고 애쓰던 내 모습이 한번에 떠올랐다. 그 친구. 아마 지금까지도 내 마음이 그랬는지 모를 것이다. 그래 가끔은 이런날도 있어야 한다. 거짓말인척 내 진심을 보여줄 날도 정말 진심으로 다가갈 수 없음에 슬프긴 하지만 이렇게라도 말할 수 있어 속 시원하지 않을까?


5.jpg

 
요즘들어 아주 완벽하게 공감한다. 지금 내나이에서 한살 더 많았을때, 우리 엄마는 결혼을 했다. 그것도 같은 나이인 우리 아빠와. 그리고 지금 내 남자친구의 나이가 되었을때에는 벌써 나와 내 동생이 있었다. 그래서 요즘 자주 물어본다.



"엄마, 엄마는 대학생인 아빠랑 어떻게 결혼할 생각을 했어?"
"그땐 아무것도 몰랐어. 결혼이란게 뭔지 알려주는 사람이 없었어.
그래서 할 수 있었어."



정답인 것 같다. 엄마가 결혼을 했을 나이쯤 되어보니 너무 많은 걸 생각하면 결혼을 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래서 적당히 모를때 해야하나 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는 너무 어렸고 생각해보니 많은 걸 젊은 나이에 포기했었다는 걸 새삼 실감하게 되었다. 아빠도 너무 어린 나이에 책임질게 많아졌을 것이다. 그래서 나에게 아직까지도 통금을 강요하는 걸까...?


6.jpg
 
 
아직도 기억이 난다. 티비와 핸드폰에서는 분명 전원구조라고 했다. 그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배에 갇혀 있는 수 많은 사람들의 명단이 뉴스에 공개되었다. 더 놀라운 일은 이 일이 생긴지 벌써 3년이나 되어간다. 며칠 전, 세월호는 깊숙한 바다에서 올라왔다. 그동안 잠잠했던 언론은 다시금 세월호에 대해 너나할것 없이 앞다투어 보도했고 오늘 목포에 세월호가 마지막 항해를 마쳤다. 세월호에 대한 관심은 다시 뜨겁게 타올랐다. 이런 상황을 보면서 나 역시 지난 3년간 너무 무딘 생활을 했구나 싶었고, 떠오른 세월호의 참담한 모습은 저 안에 아직 있을 미수습자에 대한 걱정으로 이어졌다. 그런데, 누군가는 그렇게 말한다. '아직도 세월호 이야기냐, 세금이 아깝다, 보상 많이 받았다고 하더라.'

그런 분들에게 묻고 싶다. 자신의 가족이 저 차가운 배 속에 있었어도 저런 말을 쉽게 할 수 있을까. 그리고 세금은 하나도 아깝지 않다. 오히려 이상한데 쓰이는 것보다 이렇게 내 눈으로 내 세금이 가슴 아픈 사건에 쓰이는걸 볼 수있는 것이 백배 낫다. 세금은 이런 일을 위해 낸다는 유시민 작가님의 말씀이 옳다. 오늘도 생각한다. 역지사지. 쉬운 말이지만 지키기 어려운 말이다. 잊지말자.


책 표지.jpg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준 책이었다. 쉽게 읽히지만 쉽게 책장이 넘어가지 않았던 책이다. 이런 좋은 책 언제나 꺼내 읽고 싶다.





※도서 정보※
글 석류
그림 오령경
출판사 따스한 이야기
ISBN 979-11-85973-22-7


[이정숙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19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