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피아노로 전하는 침묵의 소리 - 임현정 리사이틀 ‘Sound of Silence’

글 입력 2017.02.12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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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전당 무대에 입장하기 전 나는 관객에 대해 생각한다. 아니, 더 정확히 이야기 하자면 그 한 분 한 분의 귀중한 인생의 2시간, 우리가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이 소중한 시간에 대해 생각해본다. 이것이 나에게는 청중이 주는 최고의 선물이며 영광이기 때문이다.
- 임현정 피아노 리사이틀 ‘Sound of Silence’ 프로그램 북 중


 관객과 공감할 수 있는 시간을 소중히 여기는 그녀이기 때문일까. 두 시간 가량의 연주는 혼신의 힘을 다한 연주였다. 왕벌의 비행에서도 인상적이었던 매우 빠른 템포를 아주 세심한 감성으로 풀어내는 그녀의 연주는 청중들을 열광시켰다. 공연은 슈만의 사육제를 시작으로 요하네스 브람스의 8개의 피아노 소품, 라벨의 거울, 프랑크의 전주곡, 코랄과 푸가 순서로 진행됐다.


임현정 리사이틀 무대.jpg

 

 그리고 드디어 오늘이 왔다. 2017년 2월 4일, 10년의 숙제를 끝낸 후 꼭 연주하려고 아껴두었던 프로그램을 연주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베토벤 소나타가 피아니스트로서 나의 숙제였다면, 즉 나를 한 음악인으로 잘 성장하게 해주는 건강에 좋은 웰빙 음식이었다면 오늘 연주하는 프로그램은 너무 맛있어서 몰래 군것질 하는, 나로서는 거의 오락프로그램인 것이다.

- 임현정 피아노 리사이틀 ‘Sound of Silence’ 프로그램 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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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의 오락은 많은 청중들을 환호케 했다. 클래식과 친하지 않은 사람들이 그렇듯, 나는 프로그램 북의 힘을 빌려 곡을 해석했다. 슈만의 사육제와 브람스의 8개의 피아노 소품은 프로그램 북을 사기 전에 흘러간 곡이라 색채 같은 느낌만을 받을 수 있었다. 2부에서 연주한 라벨의 거울과 프랑크의 전주곡, 코랄과 푸가는 곡의 제목과 설명의 힘을 빌려 비교적 선명한 이미지로 느낄 수 있었다. 가장 좋았던 곡은 라벨의 거울 중 슬픈 새였다. 음악의 힘이 위대하다고 느끼는 것은 선율에 이름을 붙이는 순간 그것이 각자의 머릿속에서 이야기가 되기 때문이다. 비를 맞고 있는 처량한 새 한 마리가 연주 내내 내 머릿속을 채웠다. 피아니스트로서의 자질이나 역량을 평가할 기량은 갖추지 못했기에, 나는 그저 연주를 들으며 내 앞에 펼쳐진 슬픈 새의 이야기를 지켜볼 뿐이었다. 임현정의 말을 빌리자면 라벨의 거울은 한 인간의 영혼의 감정표현이라고 하기보다는 그 영혼이 자연을 음미하면서 물, 바람, 불 땅, 새, 나비, 산과 하나가 되어 그 경이로움을 그대로 담아낸 자연의 거울이다. 결국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비춰낸 곡이라는 뜻일텐데, 제목에 설득당했는지 그대로의 느낌이 전해져 좋았다.

 ‘침묵의 소리’라는 그녀의 에세이 제목이자, 이 날 공연의 제목을 들었을 때 조금은 의아했다. 음악을 전하는 피아니스트가 바라는 공연의 제목이 ‘침묵의 소리’라니? 그녀가 얘기하는 침묵은 이런 것이다.



이것을 난 감히 침묵의 길이라고 말하고 싶다. 내가 연주회를 통해서, 객석과 내가 하나가 될 정도로 음악의 은총이 느껴질 때면 이따금씩 만났던 길이다. 피아노는 우리가 음악을 통해서 서로가 서로에게 연결되는 그 공간을 열어준다. 그러면 나는 세상과 하나가 된다. 말이 필요 없고 표현을 초월하는 음악이라는 것을 통해서 아름다움을 찾고자 연주회장을 찾은 청중 한 분 한 분과 하나가 된다.

- 임현정 피아노 리사이틀 ‘Sound of Silence’ 프로그램 북 중



 결국 그녀가 얘기하는 ‘침묵’은 궁극적 공감이 아닐까 한다.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그녀의 연주에 녹아있는 이야기를, 감정을 이해한다면 그 외에 무슨 말이 필요할까. 궁극적 공감에 다다른 순간의 경험이 얼마나 짜릿했을까 글을 읽으며 부럽기도 했다. 열정적으로 예술을 사랑하는 피아니스트와 함께한 2시간. 그녀는 함께해줘 영광이라고 얘기했지만 나 역시 그녀의 연주를 들을 수 있어 영광이었다고 전하고 싶다.


임현정 리사이틀 티켓.jpg




[김마루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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