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삶을 말하는 극작가, 체홉 -2탄 [문학]

4대장막의 테마와 특징을 중심으로
글 입력 2016.11.24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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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홉의 4대 장막의 가장 큰 특징이자 테마는 바로 삶이다. 물론 모든 작품이 결국 인간의 삶에 대해서 논하고 있지만, 체홉은 그 삶 전체를 말한 작가였다. 즉, 인간 개개인보다 인생 그 자체를 주인공으로 두었으며, 이런 주제의식은 결국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야한다 라는 메시지로 연결된다. 이런 삶에 대한 시각은 4대 장막 전반에 걸쳐 녹아져 있다.


체홉 4대 장막의 특징이라면 일단 첫 번째로 뚜렷한 사건이나 갈등이 잘 안 보인다는 점이다.
저번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셰익스피어는 뚜렷한 사건과 갈등이 존재한다. 그러나 체홉의 작품을 읽으면 도대체 큰 사건은 무엇이고, 갈등은 뭐지? 라는 의문이 들 수 있을 정도로 뚜렷하게 나타나 있지 않다. 그러나 사실 체홉의 작품에도 갈등은 있다. 그 갈등이란 인물들 간의 작은 갈등이기 보다 현실과 이상의 괴리 혹은 인간존재의 부조리함에 대한 것이다. 그러한 것들에서 오는 갈등이 체홉 장막 전반에 흐르고 있는 것이다.


두 번째 특징은 등장인물들이 다양하면서, 동등하게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다. 대게 희곡작품에서 프로타고니스트가 존재하면, 안타고니스트가 존재한다. 그리고 주연이 있으면 조연이 있고, 단역이 있다. 그러나 체홉의 4대 장막 속 인물들은 그러한 구분이 딱히 중요해 보이지 않는 편이다. 주연이라고 볼 캐릭터도, 조연이라고 볼 캐릭터도 없다. 그렇다고 뚜렷한 선인이나 악인이 존재 하는 것도 아니다. 대신 모든 인물들이 평범하고, 동등하게 그려져 있다. 누구 하나에게 쏠려있기 보다는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에게 애정을 가질 수 있게끔 캐릭터들이 잘 구축되어있다. 물론 엄밀히 말해서 작품마다 비중이 더 있는 인물들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비교적 다른 작품들과 비교했을 때 체홉의 극은 그런 느낌이 덜 든다.
사실 난 이 두 번째 특징 때문에 체홉을 좋아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희곡을 읽다보면 어느 순간 한 명의 캐릭터에게만 정이 가는 것이 아니라 모든 캐릭터에게 정이 가고, 연민을 느끼게 된다.

예를 들어 <세 자매>에서 어쩌면 주인공이라고 볼 수 있는 인물들은 세 자매이겠지만 그 세 자매를 둘러싼 남자들과 그녀들의 오빠, 새언니 등등 다양한 인물들이 저마다의 매력과 깊이를 갖고 있어서 눈길이 간다. 예를 든 <세 자매> 뿐만 아니라 다른 세 작품 또한 마찬가지이다. 분명 등장하는 인물의 수가 많은 편인데도 불구하고 그 많고 다양한 인물들을 탄탄하게 구축해 놨기에 독자로서 그런 감정을 받을 수 있다고 본다.


세 번째 특징은 언어가 다가 아니라 숨겨진 이면의 의미들이 다양하게 내포되어 있다 라는 것이다. 사실 어떤 희곡이든 언어적인 측면 이외에 그 내적인 서브텍스트를 갖고 있지만, 체홉의 작품은 그 서브 텍스트가 더 강하다고 말할 수 있다. 그렇기에 단지 희곡으로써의 가치만 있는 것이 아니라 무대 위에 공연 될 만한 가치 있는 희곡이다. 왜냐하면 내적인 의미들을 연출마다 혹은 배우마다 다양하게 해석해서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특징에 덧붙여서 체홉의 독특한 대화체에 대해서도 언급해본다면 침묵의 사용이 있고, 인물간의 대화에 있어서 어긋나는 경우도 많으며, 독백을 활용한다. 이런 방식의 대화체를 통해서 작가는 상대방에 대한 이해 불가능성이나 사람들과의 단절, 고독 등을 드러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구성 또한 내가 그의 작품을 좋아하는 이유이다. 우리의 일상 속 대화를 보다보면 우리는 흔히 내 이야기 하는 것에 급급해 남의 이야기는 흘려듣는 경우가 종종 있다. 혹은 난 A라는 것에 대해 이야기 할 때, 상대방은 B라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며 상대와 소통하기보다 각 자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하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사람들의 평범한 대화를 잘 포착해 작가는 작품 속에 넣어놨는데 그것이 우리가 사는 일상을 그대로 반영했기에 더 공감이 잘 되어 내게 흥미 있게 다가온 것 같다.

구조적으로 가장 돋보이는 특징이라면 도착과 떠남의 구조가 사용된다는 것이다. <갈매기>에서 아르까지나와 뜨리고린이 호숫가에 도착하면서 사건이 벌어지고, 후에 그들이 떠난다. <바냐 아저씨>의 경우에도 세레브랴코프와 엘레나가 오면서 일상이 뒤 흔들리고, 4막에서 그들이 떠나면서 다시 원래의 일상으로 돌아온다. <벚꽃동산>에서는 류보비 일행이 벚꽃동산에 도착해 다시 떠나는 구조를 갖고 있으며 <세 자매>에서도 세 자매가 사는 마을에 군인들이 도착했다가 결말에 이르러서 떠난다. 이렇게 인물의 도착과 떠남의 구조를 취함으로써 명확하게 사건이 벌어지고 떠나면서 종결되고, 다시 일상의 상태로 회복하는 순환을 보여주면서 우리 인생과도 같은 흐름을 이러한 구조를 통해 보여준 것이 아닌 가 생각한다.


저번 글에 이어 체홉에 대해 글을 쓰면서 다시금 그의 희곡들이 읽고 싶어졌다.
이 글을 읽고 체홉에 대한 관심을 가지신 분이 있다면 꼭 그의 작품을 읽어 보셨으면 한다. 그의 4대 장막 중 가장 대중적이면서도 재밌게 읽을 수 있는 극은 <갈매기>인데, 체홉의 작품을 읽고 싶어졌다면 이 작품부터 읽어 보는 것도 좋지 않나 생각하는 바이며, 추천하는 바이다.


[남궁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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