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달, 사진 그리고 고궁의 밤 – 루나포토페스티벌 ‘달과 사진의 밤’

글 입력 2016.09.16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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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사진 그리고 고궁의 밤

루나포토페스티벌 
‘달과 사진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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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사진을 바라 볼 때면 꼭 그 사람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것 같다. 작가가 서있던 곳에 내가 서있고, 작가가 바라보는 시선을 내가 따라가는 것 같다. 이것이 그림과는 또 다른 사진만이 줄 수 있는 생동감 인 것 같다. 작가가 담아낸 결정적인 순간이 내 눈앞에 펼쳐 질 때면, 꼭 작가와 함께 그곳에 가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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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정적인 사진을 감상하다 보면 때론 따분해지기도 하는 것은 당연지사다. 사람이라면 감상에 젖어들다가도 집중력이 흐트러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만약, 정적인 사진들을 마치 영상처럼 역동적인 배경음악과 함께 동적인 느낌이 들게 만든다면 어떨까? 그것도 한국의 미를 느낄 수 있는 고궁에서 말이다. 눈을 뗄 수 없는 사진영상, 아름다운 달빛아래 그리고 음악이 수놓은 밤, 바로 ‘서울루나포토 페스티벌’ 의 ‘Evening Screening’ 이다. 

‘Evening Screening’이란 제목에서 보았듯이 말 그대로 고궁박물관 마당의 중앙에 거대한 스크린을 설치해 관객들에게 사진을 감상하게 해주는 세션이다. 처음 이 세션을 접했을 때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것이 바로 ‘별이 빛나는 밤’ 이었다. 화려한 서울 도심의 고궁박물관 안, 담장을 둘러싸고 있는 마당의 중앙에서 사진을 감상하는 걸 상상해보자. 생각만 해도 어디선가 살랑살랑 가을바람이 불어오는 듯 설렘을 준다. 그리고 그 설렘을 현장에서 실제로 느끼기도 했다. 특히 밤이 아름다운 9월, 좋아하는 벗과 예술을 향유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벅찬 감동을 느끼기엔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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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달과 사진의 밤은 총 15명의 작가들의 작품이 상영되었다. 15명의 작가 그리고 15개의 개성이 담긴 사진영상들은 때론 감동을 주고, 웃음을 주며 아픔을 주기도 하였다. 이 중 아픔에 해당하는 작품은 ‘다이애나 마타’ 작가의 작품을 말한다. 캘리포니아 출신 사진작가 다이애나 마타는 리비아 출신 남편을 두고 있다. 카다피 정권을 반대하는 지식인이었던 그녀의 남편 ‘히샴(Hisham)’ 은 카다피가 사망하기 전까지 다시 리비아로 돌아갈 수 없었다. 

20여 년 전, 반정부인사였던 그녀의 시아버지 자발라(Jaballa) 는 이집트 비밀경찰에 의해 채포 된 뒤 소재지나 생사여부를 확인할 수 없게 되었다. 그리고 20년이 지난 2012년 가족들이 가까스로 모이고 그때부터 자발라의 행적을 추적하기 시작하였다. 그 행적들을 뒤좇아 가며 모은 증거들이 바로 그녀의 사진집 ‘Evidence’ 를 있게 하였다. 이 사진집을 보면서 필자는 사진의 또 다른 기능을 깨닫게 되었다. 단순히 추억을 남기는 것을 넘어 사진은 행적이고, 증거이며 역사가 된다는 것을. 모든 것이 사라져도 그때의 그 참혹함과 비통함을 고스란히 남길 수 있는 것이 바로 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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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애나 작가의 사진집 이외에도 사라져가는 우리네 얼굴 ‘장승’을 담아낸 육명심 작가, 남 일 같지 않은 일본 청년들의 구직난과 직장인들의 일상을 기록한 ‘히로시 오카모토’ 작가 등 훌륭한 작가들의 사진을 감상할 수 있었다. 사진이란 예술 매개체가 얼마나 큰 나비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도 새삼 느끼게 되었던 것 같다. 또한 사진 한 장이 어쩌면 세상을 바꿀 수 있지 않을까 생각도 해본다. 필자에겐 케빈 카터의 ‘독수리와 소녀’ 가 떠오르는 밤이었다.

 
[우정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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