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9) 육근병: Angelus Novus [회화, 갤러리JJ]

글 입력 2016.05.01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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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근병: Angelus Nov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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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근병: Angelus Novus


일자 : 2016. 4. 29(금) – 6. 19(일) 

시간 :  화-금 (Tues-Fri) 11:00 am - 07:00 pm
토, 일, 공휴일(Sat, Sun, Holiday) 12:00 pm - 06:00 pm
월요일 휴관 
 
장소 : 갤러리 JJ

주최 : 갤러리 JJ




문의 : 02.322.3979





<상세정보>


"우리 스스로에게 예전 사람들을 맴돌던 바람 한 줄기가 스치고 있지 않은가?
우리가 귀를 기울여 듣는 목소리들 속에는
이제는 침묵해버린 목소리들의 메아리가 울리고 있지 않은가?”

 -발터 벤야민(Walter Benjamin), 『역사의 개념에 대하여』- 
 

현실을 넘어서 시공간을 넘나드는 ‘눈(eye)’이 있다. 갤러리JJ는 세계적인 미디어 작가 육근병의 개인전 <육근병_Angelus Novus>를 마련하였다. 봉분 속에서 밖을 향해 깜박이는 모니터영상 ‘눈’이 있는 설치작업으로 잘 알려진 육근병은 세계 예술계의 중심무대라고 할 수 있는 카셀도큐멘타에 한국인으로서는 백남준에 이어 두 번째로 초대되어(1992년) 작품성을 인정받았고, ZKM의 비디오아트상을 수상함으로써 백남준의 뒤를 이은 한국 미디어예술계의 차세대 거장으로 주목 받아왔다.  
육근병은 자연, 역사, 사람 등의 관계에 주목하여 이를 주로 디지털 이미지의 영상과 사운드, 설치가 어우러지는 총체적 환경으로 풀어낸다. 특히 삶의 본질, 문명화된 세상을 ‘응시’하는 눈, 즉  ‘시선’을 매개로 기억과 기록, 역사와 삶, 나아가 우주의 근원적 문제에 관한 질문을 던진다.  
그가 다루는 매체 방식은 다양하다. 영상, 소리, 설치, 퍼포먼스 외에도 최근 사진, 회화, 드로잉까지 장르의 경계를 넘나들며 ‘예술’이라는 큰 틀에서 자유롭게 매체를 선택하며 자신의 사유를 펼쳐왔다. 이번 <육근병_Angelus Novus>전은 영상 및 회화의 공간을 구성한다. 특히 회화는 새롭게 콜라주 방식을 도입한 회화 신작들을 다수 선보이면서 그의 작업에서 일관되게 지켜온 기본 개념들이 다시금 새로운 방식으로 시도됨을 지켜볼 수 있다. 직간접적으로 경험했던 역사적 사건들의 이미지를 구성하며, 현실을 넘어 작가로서 자유로이 꿈꾸고 있는 것들을 이미지로 스캔 해낸다. 세상을 향해 미세한 것들 조차도 놓치지 않으려는 작가의 집요한 응시는 캔버스에서 새롭게 기록되고 표현된다. 
 
육근병의 작품은 ‘눈’에 대한 사유에서부터 출발한다. ‘눈’의 영상은 도큐멘타 이후 작가의 다양한 미디어와 설치 작업에서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작업의 근간을 이루면서 눈이 가진 형상과 개념, 그리고 시각 너머로까지 포괄적으로 이어져 오고 있다. 그의 아이콘이 된 커다란 ‘눈’의 응시에는 그만의 독특한 사유가 담겨있다. 그의 눈은 인식하고 표현할 수 있는 신체적 눈이자 또한 정신적 눈이기도 하다. 작품 제목에서 ‘랑데부’라는 말을 썼듯이 현재와 과거, 미래를 관통하는 시선과의 마주침, 시간이 켜켜이 누적된 역사와의 ‘만남’을 의미하며 그의 이러한 초월적 시간에의 사유는 작업에서 과거 시원과 현실, 첨단 테크놀로지와의 만남으로 나타난다. 동양과 서양, 삶과 죽음, 현실과 가상이 만나며, 작은 것이 담고 있는 어마어마한 우주, 보이지 않는 곳까지 닿으려 한다. 시선이 궁극적으로 수렴되는 곳은 하나일지 모른다. 기원, 존재의 본질 말이다. ‘원시와 현대, 꿈과 현실 같은 대립적 가치는 이분법적인 것이 아니라 현재에 내재한 동일한 양면성’이라는 발터 벤야민의 사유처럼 이러한 변증법적 이미지와의 불현듯 한 만남에 의해서 과거의 시간은 현재에서 새로운 의미를 가질 수 있음이 확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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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survival is history PN2016-17, 2016, Photo and acrylic on canvas, 33.4x24.1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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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urvival is history PN2016-05, 2016, photo and acrylic on canvas, 33.4x24.1cm


/SURVIVAL IS HISTORY  
이번의 신작 회화는 캔버스 위에 사진과 자연물이라는 현실의 오브제들이 직접적으로 제시된다. 우연히 들른 베를린의 한 역사박물관에서 그는 내면 한 켠을 건드리는 역사의 한 자락을 만났고, 이를 소환하여 그만의 코드로 기록하고 형상화하였다. 작품 < The survival is history >에서 역사 속 소년의 사진 한 장은 그날의 지표이자 새로운 현실로 구축되었다. 이러한 사진 콜라주 작업은 예전 동명의 작업, 즉 인류의 역사와 생존의 문제에 대한 다큐멘터리적 영상물을 포함한 거대한 설치작업이었던 < The survival is history >(생존은 역사다, 1995과 2006)에서의 영상 콜라주의 연장선으로도 보인다.  
역사적 진리란 계속하여 소환하지 않는다면 흩어지게 마련이다. 이미지의 대립과 연결, 과거와 현재의 마주침을 통해서 삶은 방향을 제대로 잡아가는 것일 거다. 과거의 이미지, 사건들은 앞으로 다가올 것들의 흔적을 담고 있다. 끊임없이 정체성을 찾으며 역사를 통해 현재를 풍부하게 인식하고자 하는 그에게 있어, 역사는 현재를 위해 존재한다.  
벤야민이 역사의 통찰을 위한 알레고리로 사용했던 파울 클레의 그림 <새로운 천사>(Angelus Novus) 한 점이 떠오른다. “천사는 마치 자기가 응시하고 있는 어떤 것으로부터 금방이라도 멀어지려고 하는 것처럼 묘사되어 있다… 천사는 머물고 싶어하고 죽은 자들을 불러일으키고 또 산산이 부서진 것을 모아서 다시 결합하고 싶어한다.” 우리는 많은 것들을 보지 못하고 지나쳐 간다. 


/THE SOUND OF LANDSCAPE 
회화 ‘풍경의 소리’는 사람, 도시 혹은 자연이 들려주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풍경의 형식으로 풀어낸 것이다. 여기서 풍경이란 세상 삼라만상의 풍경으로, 작가는 그들이 내는 조그만 목소리에도 귀 기울이고 싶어한다. 개인적 서사는 역사의 한 부분이 되고 순환되고 반복된다. 그가 화면 속에 숨기듯 암호처럼 포진해 둔 텍스트들은 지금까지 그가 지녀온 사유의 흔적을 가리키는 표지로서 기능한다. 
작가가 인간의 역사로부터 최근에는 자연의 역사에 좀더 관심을 보이는 것은 그가 현재 거주하는 자연 환경의 영향이다. 새롭게 선보이는 콜라주 작업은 작업실 근처의 들판에서 어느덧 메말라 버린 겨울 식물들을 채집하여 그들에게 새로운 꿈을 대입한 것이다. 이들은 실상 죽은 듯 하지만 봄이 오면 다시 생명을 얻는다. 메말라있는 풀일지라도 그 속에 생명을 품고 있다는 당연한 본질은 새삼 경이롭게 다가온다. 작가는 풀 한 포기에도 나름의 거대한 역사, 우주가 있음을 발견하고 그것을 잊지 말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이는 잡초의 현재시간들을 하나의 화면에 담은 예전의 사진작업과 연결된다. 또한 죽어있어도 죽은 것이 아니라는 이와 같은 인식은 일찍이 그의 작품 < THE SOUND OF LANDSCAPE + the field for eye > (풍경의 소리+터를 위한 눈)에서의 무덤 형상과 맥을 같이 한다. 봉분이란 ‘사자의 집’으로, 물리적인 것은 사라져도 정신은 남아있음 이며, 밖을 향해 깜박이는 눈은 죽음과 부활, 생명의 윤회에 대한 사색이기도 하다. 고대부터 ‘본다는 것’은 ‘살아있음’과 같은 의미였다. 
 

/NOTHING  
순수하고 절제된 영상작업 < nothing >은 바람이나 눈, 비 등 있는 그대로의 자연의 순간을 포착하는 연작 중 하나로서, 소리가 제거된 채 보이지 않는 바람을 조용히 보게 만든다. 그때 불던 바람의 시간은 기록되어 아름다운 명상적 순간으로 ‘지금 시간’에 남아있게 된다.  
작가는 이렇게 바람 혹은 잡초와의 만남의 시점도 기록하고 역사화한다. 프랑스 철학가 앙리 베르그송에 의하면, 현재라는 의식 속에는 과거나 미래도 모두 포함되어 있으며, 모든 것이 변하는 현재의 시간이야말로 우주의 가장 본질적인 것이다. '있다'는 것은 오직 우리들의 체험을 통한 경험이나 느낌으로만 알 수 있음에서다. 바람처럼 늘 있지만 보이지 않는, 하지만 느껴지는 것들. 육근병은 예술이란 이러한 것들을 표현하는 것이라며 이들을 형상화하고 느끼게 한다. 
 
화려한 기술, 화려한 이미지를 내세우는 현 세태 속에서 개념과 철학적 사유가 두드러지는 그의 작업은 특별하다. 전시는 명상적 공간에서의 잔잔한 울림, 한편 뿜어져 나오는 날것의 에너지를 전하며, 또한 그 가운데 지속되고 있는 사유의 흔적들을 들여다보면 그것들의 변신과 무한한 가능성이 다시 한번 주목된다. 역사의 거대한 순환 혹은 사소한 것에 깃든 거대한 우주를 조용히 응시해온 작가의 내면적 사유를 공유함으로써 대중 편에서 보면 어쩌면 편안하지만은 않았던 그의 작업들에 이제 한걸음 더 친숙하게 다가가는 계기가 되리라 기대한다. 

글 강주연/ GalleryJJ Direc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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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survival is history PN2016-18, 2016, Photo and acrylic on canvas, 33.4x24.1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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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survival is history PN2016-03, 2016, photo and acrylic on canvas, 33.4x24.1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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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survival is history PN2016-02, 2016, photo and acrylic on canvas, 33.4x24.1cm



[나유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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