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듣는 희곡의 즐거움 - 제2회 극장나무 Coop Festival [공연예술]

제가 본 낭독극은 독립 프로덕션 광기의 "북어 대가리“라는 작품이었습니다.
글 입력 2016.02.28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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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극장나무 쿱 페스티벌 Coop Festival
"듣는 희곡의 즐거움 - 낭독으로 깨우다“


포스터.PNG
 

'2016년 2월 11일부터 2월 28일'까지
'대학로 스타시티 빌딩 아트홀 마리카 3관'에서
'낭독극 릴레이' 형태로
'극장나무 쿱 페스티벌'이 열렸습니다.
   듣는 희곡이라니, 여태껏 접해보지 못한 형식이었기에 호기심이 생겼고 
낭독극은 어떤 성격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가 많이 됐습니다.
 
 
기획의도.PNG


이 페스티벌을 주최한 곳은 ‘극장나무협동조합’입니다. ‘극장나무협동조합’은 9개의 단체가 모여 공연장을 공동으로 운영하며 공연 제작비용을 절감하고 있다고 합니다. 대학로가 상업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많았는데, 최근에는 연극인들의 연대를 통한 공연이 차츰차츰 생겨나고 있습니다. 지난 2014년에 1회 쿱 페스티벌이 열렸고, 올해 2회를 맞이하게 되었는데 홍보가 제대로 이루어지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도 페스티벌에 대한 정보를 많이 찾아볼 수 없었고, 관객도 생각보다 많지 않았던 것 같아서 그 점이 참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배우의 목소리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다는 점, 배우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머릿속으로 배우들의 행동과 표정을 상상해볼 수 있다는 점은 낭독극만의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배우가 직접 행동과 대사를 통해 자신이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표현한다고 해서 행동과 대사의 중요성이 반감된다는 것은 결코 아니지만, 대사만으로 표현하기 위해서는 목소리의 강약과 떨림에 더욱 심혈을 기울일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배우들 못지않게 저 또한 배우가 어떤 대사를 전달할지 설레고 떨려하며 더욱더 목소리에 집중하려 노력했습니다.
 
 
참여극단.PNG
 

제가 본 낭독극은 독립 프로덕션 광기의 "북어 대가리“라는 작품이었습니다.



공연 일시 : 2016년 2월 26일(금) 오후 5시, 8시
공연 명 : 북어대가리
공연 단체 : 독립프로덕션 광기
극작 : 이강백
연출 : 김용
출연 : 자앙 역 손지환, 기임 역 정문석, 달링 역 이하람, 트럭운전수 역 조규상
음향 : 김민준
음악감독 : 고병성



작품설명.PNG

 
북어대가리 무대.jpg
 

배우 4명을 위한 4개의 의자가  준비되어 있었고, 대사가 있는 장면의 배우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낭독을 하였습니다. 처음 보는 광경이었기에 낯설었지만 60분의 시간동안 차츰 적응하며 극에 빠져들 수 있었습니다. ‘북어 대가리’의 주된 인물은 성실한 캐릭터의 ‘자앙’과, 쾌락을 추구하는 ‘기임’입니다. ‘달링’과 ‘운전수’는 ‘기임’을 부추기는 인물들로 등장하게 됩니다.
 
 

극 중 ‘자앙’은 창고를 벗어나려고 하는 ‘기임’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창고를 벗어나면 또 창고가 있고, 그 창고를 벗어나면 또 창고가 있을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속해 있는 이 창고 안에서 열심히, 성실하게 자신과 같이 일을 하자고 부탁 아닌 부탁을 하면서 말입니다. 어쩌면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각자 저마다의 창고가 있으며, 그 안에서 자신의 일을 해나가는 것입니다. 자신이 갖고 있는 창고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그곳에서 벗어나 다른 창고로 갈 수도 있지만, 다른 창고에 어떤 것이 들어오며 운반되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자신의 창고도 마찬가지입니다. 창고마다의 특색은 있겠지만 오늘 하루는 어떤 물건이 들어올지, 잘못 운반되는 물품처럼 실수를 하게 될지는 미리 알 수 없는 노릇입니다.


성실하고 꼼꼼하며 창고지기라는 직업에 자부심을 느끼는 ‘자앙’이 왜 그토록 불성실하고 술 마시기를 좋아하는 ‘기임’을 붙잡으려 했는지는 온전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정말로 ‘자앙’이 ‘기임’에게서 깊은 우정을 느꼈을 수도 있고, 한편으로는 자신을 알아봐주고 공로를 인정해줄 사람이 필요했을지도 모릅니다. 하루하루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묵묵히 수행하면 그것만으로도 행복해하던 ‘자앙’도 자신을 격려해줄 사람이 필요하지 않았을까요. 어쩌면 ‘자앙’도 ‘기임’과 마찬가지로 창고에서 벗어나고 싶었지만 ‘기임’을 비롯한 주변인들의 칭찬으로 자신의 생각을 정당화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자신이 맡은 일에 끝까지 책임을 다하려는 ‘자앙’의 모습이 좋았습니다.


‘북어 대가리’의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그저 대사 속에서 소리로만 관객들에게 나타날 뿐입니다. ‘기임’이 술을 진탕 마시고 온 날이면 해장용으로 주로 북엇국이 식탁에 올랐습니다. 그 때마다 버려진 ‘북어 대가리’를 ‘자앙’은 잊지 않고 모아두었다가 북어가 다 떨어졌을 때 ‘기임’에게 전해줍니다. ‘북어 대가리’는 ‘자앙’과 ‘기임’을 잇는 마지막 수단이었을 것입니다. ‘기임’을 향한 ‘자앙’의 진실된 마음. 그러나 ‘기임’은 마지막으로 창고를 떠날 때 ‘북어 대가리’를 남겨 두고 갑니다. 특이하게도 이 장면을 보면서 쑥과 마늘을 먹으며 사람이 된 ‘웅녀’가 떠올랐습니다. 적절한 비유가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쑥과 마늘이 상징하는 바처럼 ‘북어 대가리’ 또한 ‘자앙’에게 인내와 고뇌의 시간을 가져다주는 오브제는 아닐까요. 



'제 3회 극장나무 쿱 페스티벌'을 기다리면서,
다시 한 번 낭독극의 매력에 빠질 순간이 기대가 됩니다!





이미지 출처 - JTN 이벤트 홈페이지




[박소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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