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젊음'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 - 영화 '유스(Youth)' [시각예술]

글 입력 2016.01.29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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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유스(Youth)'
- '젊음'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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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면 젊음은 영영 떠나보내야만 하는 걸까요?
당신의 젊음은 무엇인가요?
젊음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를 전해주나요?


영화 '유스'는 은퇴를 선언한 지휘자 프레드와 마지막 작품 제작에 매진하는 영화 감독 믹을 중심으로 '젊음'에 관한 여러 생각들을 풀어놓는다. '젊음'을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봄으로써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아우르는, 인간으로서의 삶 전체를 고민해볼 수 있다. 영화 속 인물을 중심으로 영화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 소재 '젊음'에 관해 하나씩 이야기를 풀어보고자 한다. 그리고 그 외에 예술, 음악, 사랑, 성욕, 행복 등에 관해서도 이야기해보며 인생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고자 한다.




1. 프레드 벨린저(지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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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심플 송과 아내
  프레드는 은퇴를 선언하고 스위스의 고급 호텔에서 휴식을 취한다. 그런 와중에 영국 여왕으로부터 그가 작곡한 '심플 송'을 지휘해달라는 초청을 받게 된다. 하지만 그는 단칼에 거절한다. 심플 송은 그가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 작곡한 노래이며, 오직 아내만이 이 노래를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젊은 시절 온 마음을 다 바친 사랑을 녹여낸 노래인 만큼, 노래의 주인공 자리에 다른 사람이 서길 원치 않은 것이다. 젊었을 때의 사랑은 나이가 들어서도 소중하고 지키고 싶은 법이다.   
  하지만 온 일생을 영화에 다 바친 친구 믹의 죽음을 계기로 현실과 타협하는 예술도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의 예술세계에서 절대 건드릴 수 없었던 젊은 시절의 뜨거운 사랑 그리고 현재까지 이어지는 사랑이 드디어 다른 사람들도 공유할 수 있는 예술이 되었다.


1-2. 음악과 사랑
  프레드의 딸 레나는 아버지와 함께 호텔에 머무른다. 그러던 어느 날, 과거에 프레드가 음악에 빠져 자신을 돌보지 않은 것을 원망한다. 그리고 음악적 실험 차원에서 동성을 사랑하여 어머니에게 큰 상처를 준 것에 분노한다. 또한 그녀는 약혼자가 바람나서 슬퍼하는데, 그런 그녀를 프레드가 이해한다고 하자 어떻게 이해할 수 있느냐고 소리지른다. 그러자 프레드는 이렇게 말한다.


"내가 아는 건 음악뿐이었어. 음악은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경험하고 느끼는 것이지. 그래서 나는 너를 이해할 수 없을 거야. 이해하는 건 너의 어머니의 몫이겠지."


  젊은 시절의 프레드에게 음악은 인생의 전부였다. 이해보다는 경험과 느낌을 통해 세상과 마주하던 그에게 상대방을 이해한다는 것은 참으로 힘든 일이다. 남들과는 다른 젊은 시절을 보내온 그에게 뒤늦은 딸과의 소통은 큰 어려움으로 다가온다.


1-3. 자연과 음악
  작곡가이자 지휘자로서의 삶을 마감하기로 한 그는 이제 자연 속에서 음악과 만난다. 사람과 관련된 노래를 작곡하고 지휘하는 데에 지쳐서 자연으로 관심을 돌린 것일까? 소의 울음소리, 종소리, 바람소리, 풀소리를 들으며 지휘를 하는데 그 누구보다 편안하고 행복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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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미스 유니버스와 마사지사
  프레드에게 있어 '젊은 여성'은 매력적인 요소가 아니다. 그의 전담 마사지사는 앳되어 보이는 어린 여성인데, 마사지를 하면서 그의 몸을 만지는 데도 불구하고 프레드는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는다. 반면 눈부신 미모에 탄력적인 몸매를 가진 미스 유니버스에게는 계속해서 관심을 갖는다. 나이가 들어서도 존재하는 성적 욕구는 젊은 나이가 아닌 매력적인 눈빛, 풍만한 가슴, 봉긋한 엉덩이에서 자극을 받는다.


1-5. 첫사랑
  프레드는 믹을 만날 때마다 첫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한다. 프레드에게 있어서 '사랑'한 경험은 아주 소중하다. 그에 반해 믹은 첫사랑에 대해서 잘 기억하지 못한다. 딱히 사랑에 대해 큰 관심을 갖고 있지 않다. 혹은 나이가 들면서 첫사랑의 기억과 점점 멀어져서 그런 것일 수도 있겠다.




2. 믹 보일(영화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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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영화를 향한 열정
  믹은 영화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다. 마지막 영화를 찍는 순간까지도 스텝들과 시나리오에 대해 열심히 논의한다. 소변도 제대로 못 볼 만큼 나이가 들었지만 영화와 관련해서는 아직도 그의 마음에 젊은 시절의 열정이 불타오른다.


2-2. 망원경

"젊은 사람들은 멀리 있는 것을 가까이 보고,
늙은 사람들은 가까이 있는 것 조차 멀리 있는 것으로 본다."


  영화 내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대사다. 망원경을 똑바로 하고 산을 볼 때는 모든 것이 가까이 있는 것처럼 보이고, 이것은 미래가 매우 가깝게 느껴지는 젊은 시절과 같다고 할 수 있다. 반대로 망원경을 거꾸로 돌려 놓고 보면 모든 것이 멀리 보이게 되는데, 이는 노인이 됐을 때 멀어진 과거를 보게 됨을 의미한다. 젊었을 때는 살아온 날들보다 앞으로 살아갈 날들을 계획하고, 그것을 향해 달려가는 데에 집중한다. 반면에 나이가 들어서는 기억력이 감퇴하여 과거에 있었던 일이 잘 기억이 안 날 뿐만 아니라, 과거의 순간순간들은 살아온 긴 나날들의 작은 조각들에 불과해지면서 굉장히 사소한 것이 되어버린다.


2-3. 브렌다 모렐(영화배우)
  브렌다는 믹의 영화 인생을 함께 한 배우이다. 믹은 무명 배우 브렌다를 발굴해내어 그의 영화에 매번 출연시킴으로써 그녀를 스타의 자리에까지 오르게 해줬다. 그의 마지막 영화 역시 브렌다가 출연하기를 원했으나, 그녀에게 배신당하면서 큰 충격에 빠지게 된다. 푸른 언덕에 영화에 출연한 여배우들의 환영이 보이기 시작하고, 브렌다의 배신으로 인해 그동안 잘 구축해왔던 자신의 예술세계가 한순간에 무너져 내리는 기분을 맛본다. 결국 변해버린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어버리고 만다.


2-4. 미스 유니버스와 매춘부
  프레드와 마찬가지로 믹에게도 젊은 여성은 그의 성적 욕구를 자극하지 못한다. 젊은 매춘부는 믹이 자신과 밤을 함께 보내기를 기대하지만, 믹은 산책을 하는 정도로 데이트를 마친다. 그런데 역시나 프레드처럼 아름다운 외모와 몸매를 가진 미스 유니버스에게는 눈길이 가고 성욕이 불타오른다.




3. 레나 벨린저(프레드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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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줄리안(레나 약혼자)
  레나는 약혼자 줄리안으로부터 배신당한다. 줄리안은 팝스타는 레나와 달리 잠자리를 잘한다는 이유로 약혼한 레나를 버리고 팝스타와 결혼하려 한다. 젊은 줄리안에게 사랑이란 외부로부터의 강렬한 자극과 육체적인 교류를 의미할 뿐이다. 그는 정신적 차원의 사랑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3-2. 암벽 등반가
  레나는 호텔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 암벽 타기를 두려워하는 그녀에게 등반가는 다음과 같은 말을 해준다.


"두려움은 경이로운 감정이에요."


중의적인 의미를 갖는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암벽 타기에 대한 두려움과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 두가지를 아우르는 대사라고 생각한다. 물론 암벽 등반가는 레나의 사정을 모를 것이다. 그렇지만 영화의 전체적인 맥락상에서 이렇게 해석해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사랑으로부터 받은 상처가 있는 사람에게는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는 것이 암벽타기만큼이나 두려운 것일 수 있다. 하지만 두려움을 부정적으로만 바라보지 않고, 다른 대상에게서는 느낄 수 없는 경이로운 감정이라고 생각해보면 오히려 그 두려움으로 인한 장애물들을 잘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4. 지미 트리(영화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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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최고의 자리
  지미 트리는 유명한 배우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를 알아보고 좋아하지만 지미는 행복하지가 않다. 사람들이 그의 최고 흥행작만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비록 흥행하지는 못했다 할지라도, 그가 출연한 영화들은 그에게 있어서 배우로서의 열정과 가치관이 녹아들어 있는 소중한 것들이다. 그런데도 이를 기억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하지만 유일하게 한 사람만이 흥행작 외의 영화에 대해 알고 있었다. 다름 아닌 어린 꼬마 소녀였다. "준비된 사람은 없다. 그러니 걱정할 게 없다."는 대사를 언급하며 흥행하지 못한 작품을 인상깊게 봤다고 말한다. 이에 감명 받은 지미는 다시 힘을 얻어 배우로서의 삶에 대한 회의감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다. 최고의 순간에만 관심을 가지고 기억하는 어른들과는 달리, 이 소녀는 하이라이트가 아닌 순간도 소중히 여길 줄 안다. 한 사람의 인생은 가장 주목을 받았던 시기뿐만 아니라 열정을 가지고 노력한 다른 시간들도 있음을 기억해야겠다는 교훈을 얻게된다.




5. 그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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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축구선수 마라도나
  한 때는 잘 나가는 인기 스타였으나, 이제는 배가 남산 만하게 튀어나와 거동조차 힘든 전직 축구선수 마라도나가 나온다. 젊은 시절 유명세를 누리고 많은 돈을 벌었지만, 나이가 들어서는 과거에 운동선수였다는 것이 놀라울 정도로 숨쉬기 조차 힘들어한다. 젊었을 때의 건강함과 활력은 다 어디로 가버린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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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무기력한 사람들
  최고급 호텔에 머무르고 있는 사람들은 부와 권력을 쥐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수영복을 입거나 혹은 나체인 상태로 무기력한 모습을 하고 있는데, 휴식을 취하는 것인지 멍해져 정신이 나간 것인지 분간이 잘 되지 않는다. 쥐고 있는 부와 권력을 벌거벗은 채 축 늘어져 있는 이들은 많은 것을 소유하고 있지만 내면은 공허하게 비어 있다. 행복은 돈, 사회적 지위같은 데에서 오는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글을 마치며 . . .

  포스터랑 예고편만 봤을 때는 음악 영화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인생에 대한 무거운 주제를 다루는 다소 난해한 영화였다. 보는 동안 영화가 완벽하게 이해가 되지 않아서 글쓰기까지 꽤나 많은 시간 생각해보고 정리해봤다. 나름대로 정리가 되는 듯해서 뿌듯하다. 다른 영화도 마찬가지지만 특히나 이와같은 예술영화는 이해하기도 참 힘들고, 해석도 다양하다. 이런 맛에 간간히 예술 영화를 찾게 된다. 
  젊음을 누리고 있는 사람들과 이미 나이 들어버린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젊음'에 관해 여러가지를 생각해보고, 삶을 살아가면서 경험하게 되는 욕구, 형성된 가치관, 여러가지 느낌 등에 대해서도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다양한 고민을 하고 많은 것을 배워가는 좋은 영화라고 생각한다. 또 스위스의 고요함과 평화로움이 영화의 잔잔함과 잘 어우러져 영화를 보는 내내 차분해졌다. 이런 분위기의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봐도 좋을 듯하다.



[정선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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