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너는 악마가 되어가고 있는가, 연극 < 진홍빛 소녀, 그리고 잠수괴물 >

글 입력 2016.01.17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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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너는 악마가 되어가고 있는가, 연극 <진홍빛 소녀, 그리고 잠수괴물> 


지난 주말 대학로 아트홀에서 열린 ‘진홍빛 소녀, 그리고 잠수괴물’을 관람하였다. 2인극 형식, 2개의 장르, 2개의 극이라는 점에서 다소 특별해보이는 작품이었다. 각 이야기는 극단적인 갈등상황을 통해 인간이 지닌 추악성을 표면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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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스터에서 느낄 수 있듯, 극들이 다소 칙칙하달까, 뭐 밝은 분위기는 아닌지라, 이러한 연극이 그러하듯 마냥 착한 인물이 나오지는 않는다. 다들 악하고, 그래서 불쌍하고. 또 불쌍해서 끔찍하고 그러한 사람들 뿐이라 안쓰럽다.

첫번째 이야기 <진홍빛 소녀>의 혁은 15년 전 보육원에서 유린당하며 살아가던 은진에 보육원에대한 분노를 키워가고, 이에 방화를 저지르기에 이른다. 그러나 오히려 은진이 무기복역수로 징역을 살게 되고, 혁은 무죄판결을 받는다. 다시 찾아온 은진에 혁은 냉담하게 반응한다. 모르는 척 거짓말하고, 상황이 극에 치닫자 혁은 분노하여 은진을 범하기에 이른다. 그런 추악한 이 행동들에 안쓰러움을 느꼈던 게 나 뿐은 아니었을 것이다. 죄책감에서 기인한 이기적인 모습에서 아직도 혁 역시 그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하였음이 느껴진다. 상처를 외면하고 위악을 저지르는 모습, 불쌍하다.

 한편 은진은 다소 끔찍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불쌍한 모습을 보인다. 괴로움과 원망, 사랑으로 점철된 삶을 살아가며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기억을 되새기는 것 뿐이었다. 지겹도록 원망스럽고 끔찍한 일들이지만 기억할 것이라고는 그것 뿐인 세상이기에. 괴로운 기억으로나마 살아가고, 그 고통을 극에 치닫도록 만들면서까지 은진이 확인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일까. 너무 안 된 사람을 보면 마음이 무거워지기도 하지 않는가. 그런 점에서 끔찍하다고 느껴지기도 했던 은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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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이야기 <잠수괴물>에서는 바다에 갇힌 부자 간의 갈등을 보여준다. 장성을 앞둔 군인 아버지, 그는 일명 별을 달기 위해 악착같이 노력해온 인물이다. 다 널 위해서 그랬다며 아들에게 엄마의 치료비를 뇌물로 바쳤다는 사실을 고하는 아버지. 이해라도 바랐던 걸까. 오히려 아들에게 마음의 짐을 안겨주는 아버지이다. 그렇다고 진짜 아들을 위한 마음이었는가하면 그것도 아니다. 아들을 위한 행동까지도 사실은 권력에 대한 욕심 때문이었다. 아버지가 이리도 권력에 집착하는 것은 사실 욕심보다는 외면하고자 하는 의지에 기인한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욕심이라기엔 너무 억지스럽고 과민하기에. 결국 그 끝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아버지, 욕심으로 인해 망가져가는 모습에 연민이 들 지경이다.

한편 아들은 착하고, 이상적이라 안타까운 케이스다. 어머니가 상처받는 일화에 집착적으로 반응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부모와 관련한 문제에서 과민하지 않은 자식이 어디있겠냐마는 그 모든 게 어찌 아버지 때문만이겠는가. 아들이 이리도 아버지를 탓하고 증오하는 까닭은 그 문제를 터부시하고는 속으로만 키워나간 탓일 것이다. 그게 자신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어리광이자 한탄이라 생각하면 또 불쌍하고 싫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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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쌍하고 또 싫은 사람들을 보며 미간이 찌푸려지면서도 어쩐지 연민의 마음이 드는 것은 다들 그런 위악적인 모습 하나쯤은 갖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모두 되게 보기 싫을 걸 알면서도 행하게 되는 순간이 한번쯤은 있었을 것이다.

캐릭터들을 살펴보는 재미가 있는 연극이었다. 그러나 스토리가 다소 뻔하다. 대사의 연결이라거나 말들이 어색할 때가 있어 민망한 순간도 있었다. 그럼에도 2인에만 집중하여 감정선을 따라갈 수 있었다는 점에서는 의미 있어 보인다. 2인극, 나아가 장르별 연극에 관심이 더욱 증대되길 바라보며 글을 마친다.





<공연정보>

공연명 : 진홍빛 소녀, 그리고 잠수괴물
공연일시 : 2016. 01.05 (화) ~ 01.17 (일)
             평일 8시 | 토요일 3시, 7시 | 일요일 3시 (월요일 공연없음)
공연장소 : 대학로예술극장 3관
티켓가격 : 일반 30,000원 , 학생 20,000원
러닝타임 : 135분 (인터미션 15분 포함)
공연문의 : 한강아트컴퍼니 02-3676-3676, 02-3676-3678


[조은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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