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인간다움에 대하여-진홍빛 소녀 그리고 잠수괴물

글 입력 2016.01.16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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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jpg
 

1. 진홍빛 소녀


‘방관도 죄가 된다.’
‘방관할 수밖에 없는 인간들의 나약함’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 방관이라는 죄를 짓는 것이라면 너는 어떻게 할 것이냐’

-진홍빛 소녀  작가의도 중



진홍빛소녀 1.JPG
 
진홍빛소녀 3.JPG
 

'진홍빛 소녀'는 사회전반에 깔려있는 '방조'에 대해 강렬하게 비판하는 작품이다.
자신의 안일한 삶을 위해 다른 이에게 가해지는 부당함에 대해 어떤 이의도 제기하지 않는
우리 사회의 병들어 있는 모습을 고아원이라는 공간을 통해 담담하게 그려냈다.
앞부분 '혁'의 강의 내용에서부터 '은진'의 대사까지 부당한 상황을 목격했을 때 방조행위에 대해
끊임없이 물음을 던진다. 
특히 '은진'이 '정말 몰랐을까? 내가 피해자였음을 몰랐을까? 알면서 왜 안도와준거야?'라고 
쏘아 붙이면서 끔찍한 기억을 하나 짚을 때마다 은진이 안타까우면서도 뭔지모를 불편함을 느꼈다.
나도 한번쯤은 다른 사람의 고통을 알면서 모른 척한 경험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생각해보아야 할 것은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 죄를 짓는 것이라면...
어떻게 할 것이냐’ 라는 지점이다. 
방관 또한 죄가 되고 심판 또한 죄가 된다면,
근원적 문제는 어디로부터 오는가에 대한 심도 깊은 질문을 던져보고 싶다.
사람이 태어났을 때의 환경으로부터?
아니면 환경을 벗어나 자신의 선택으로부터?
선택권마저 주어지지 않았던 사람들이라면 어느 부분을 문제로 삼을 수 있을 것인가? 

-진홍빛 소녀 기획의도 중



보는 내내, '은진'이 너무나 안타까웠지만 '혁'또한 사회 구조의 희생양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물론 '은진'을 내버려둔 것은 잘못되었지만, 이제 겨우 보육원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작을 한 그가
할 수 있는 선택이 무엇이 있었을까. 누구도 그에게 제대로 정의와 양심에 대해 가르쳐 주지 않았는데
그또한 선택권이 없었을 것이다. 

그밖에도, 확실히 극중 내내 긴장감이 넘쳤고 집중할 수 밖에 없던 무대였다는 것이 기억에 남는다.
감상도중보단 극이 끝난 이후에 여운이 많이 남고
뒤늦게 많은 생각이 밀려오던 작품이였다. 

결말은 약간 아쉬웠다. 보는 내내 긴장감을 유지하며 이어가다가 
충격적이고 더 극단적인 결말을 예상했는데 그렇진 않았다.
나도 모르게 한국 드라마/영화의 전형적인 자극적이고 충격적인 반전을 원했던 걸까 살짝 반성이 되었다.
  
 



2. 잠수괴물 


기다려왔던 꿈이 이뤄지는 공간이 죽음의 공간으로 변질된 순간, 
이들은 살기 위해서 어떻게 변할 것인가? 
만약, 누군가가 희생해야 살아나갈 수 있다면? 
사람으로서 냉정하게 판단하여 삶의 가치를 재서 가치가 더 높은 사람을 살려 보낼 것이냐? 
아니면, 살기 위해서라면, 
괴물이 되어서라도 타인을 짓밟고 나갈 것이냐? 

-잠수괴물 작가의도 중 



잠수괴물 5.jpg

잠수괴물 3.jpg


'잠수괴물'을 보고 지난번 관람했던 연극 '나는 꽃이 싫다'가 생각났다.
'나는 꽃이 싫다'는 모녀간의 이야기이고 서로 부딪히지만 결국 화합을 향해 가는 한편
'잠수괴물'은 부자간의 이야기이고 파멸로 이르는 과정을 그린 뮤지컬이라 비교하면서 감상할 수 있었다.

앞서 프리뷰에서 언급했듯 '잠수괴물'은 연극성을 강화한 작품이다.
보통 큰 공연홀에서 하는 뮤지컬들처럼 음악이 웅장하거나 춤이나 무대효과가 화려한 작품은 아니다.
오로지 피아노 반주와 두 배우의 노래만이 극을 이끌어간다. 
오히려 심플하니 극에 더 집중할 수 있는 듯하다. 
전하려는 주제도 더욱 선명하게 보이는 편이다.

이 작품의 메세지는 한마디로, ‘그래도 사람이어야 한다.’ 라고 할 수 있다.
극 중의 '준찬'과 '혁'은 원래 각자 다른 욕망을 가지고 있었으나, 죽음의 문 앞에서 
둘다 생존하고자하는 의지를 강하게 가지게 되며 경쟁을 벌인다.
‘욕망의 실현’ 앞에서 진정 ‘인간다움’을 포기하고 결국 ‘괴물’로 변해버린 부자는 비극을 맞이한다.

어쩌면 이들이 불행한 최후를 맞이한 것은 괴물을 만들어내는 사회 구조일지도 모른다.
아버지 '혁'은 아들을 위해 군대내에서 비리를 저지르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고
아들 또한 모순된 사회구조의 피해자이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실제로 우리 사회 내에서 '인간다움'을 포기하고 자신의 욕망을 실현시키는 사례가 수도 없이 많을 것이다.이러한 사회 구조에 대한 해답으로, 이 뮤지컬은 바로 ‘사람다움’으로 사는 것이라는 것을 비극적인 결과를 통해 강조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가족간의 갈등문제에 대해서도 느끼는 바가 많았다.
극중 사건은 흔한 가정이 겪는 평범한 일이 아니지만
결국 주인공들이 갈등을 표출한 궁극적 계기는 우리모두가 한번씩 겪는 가족간의 흔한 갈등이다.
안정과 명예를 중요시하는 아버지와 불안정하더라도 진정으로 자신이 원하는 길을 가고픈 아들의 사례는
주변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얘기이다.
아마 영원한 갈등 소재이지 않을까 싶다. 그리 쉽게 해결책이 나오지 않는 문제이지만
소통이 부족하여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할 여지가 없었기 때문에 진전없이 묵혀두게 되는 것 아닐까 싶다.
서로 가족끼리 오래전부터 소통하려 했다면 이런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전체적으로 두 작품 모두 굉장히 강렬한 무대였다.
연극 무대를 처음 본 친동생은 원래 스릴러물을 안무서워하고 심지어 굉장히 좋아하는데
보면서 보는내내 긴장하면서 보고 굉장히 강렬한 무대였다는 평을 남겨주며 만족스러워했다.

무엇보다도, 우리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는 병리현상을 꼬집으면서
인간다움에 대한 고찰을 보여주는 좋은 작품이였다.






<상세정보>

공연명 : 진홍빛 소녀, 그리고 잠수괴물
공연일시 : 2016. 01.05 (화) ~ 01.17 (일)          
              평일 8시 
              토요일 3시, 7시 
              일요일 3시 (월요일 공연없음)
공연장소 : 대학로예술극장 3관
티켓가격 : 일반 30,000원 , 학생 20,000원
관람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
후원 : 2인극 페스티벌 조직위원회
예매 : 공연예술센터 02-3668-0007 www.koreapac.kr 인터파크, 옥션티켓, 예스24티켓, 대학로티켓닷컴
공연문의 : 한강아트컴퍼니 02-3676-3676, 02-3676-36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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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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