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멘디니의 철학을 만날수 있는 디자인 전시회 < 알레산드로 멘디니展 >

알레산드로 멘디니展에 다녀왔어요!
글 입력 2016.01.10 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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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레산드로 멘디니展
-디자인으로 쓴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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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essandro Mendini
-The Poetry of Design-


 오랜만에 다녀온 디자인 전시회!! 마침 시작된 도슨트의 친절한 설명 덕에 더 재미있게 볼 수 있었다.

 작품들 뿐 아니라 전시공간 자체도 멘디니가 직접 관여하여 전시를 준비했다고 한다. 디자인 전시회 답게 첫인상부터 유쾌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두 손을 들어 인사하는 거대한 Mr. Ciao인형부터 그랬고, 멘디니가 장난스럽게 유성펜으로 낙서를 해놓았다는 전시회 벽의 캐릭터도 그랬다. '안뇽?"하고 한국인들에게 인사하는 듯한 어린이 캐릭터였다. 디자이너는 낙서를 해도 참 조형적으로 귀엽게 하는 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동심가득한 아이스크림케익이나 은빛 주방도구들이 회전목마 한 가득 빙글빙글 돌고 있는 조형물도 관람자들을 웃음짓게 만들었다. 빙글빙글 돌면서 주방도구들이 달가닥거리는데, '안녕, 안녕, 안녕, 안녕' 하면서 인사하는 즐거운 소리가 들려오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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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디자인 전시회에서 놀라웠던 점은 이런 귀여운 디자인을 선보이는 멘디니가 기존 디자인 사조에 대해 굉장히 비판적이고 또한 철학적이었다는 것이다.  의자가 높은 재단 위에 올려져 있는 형태의 조형물을 불로 태워버린 퍼포먼스에 대한 사진과 에피소드가 소개되어 있었는데, 불로 태워버릴 것 까지야…?! 하면서도 이런 비판적이고 철학적인 사유가 바탕이 되어 그의 작품들이 더 예쁘고 귀엽게 빛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탈리아 가정에서는 누구나 하나씩 가지고 있는 전형적인 모양의 모카포트에 색칠만을 해서 자신의 작품으로 출품했다는 조형물도 전시되어 있었다. 한국으로 치면 항상 똑같은 모양으로만 제작되는 장독대 항아리를 색깔만 바꿔서 출품한 것과 비슷하다고 할까? 귀여운 디자인으로 우리에게 “안뇽?”하고 인사하는 인형을 만드는 그의 이면에 이런 냉소적이고 비판적인 면모가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나도 비판적이고 냉소적이어지면 살아가는데 도움이 될 만한 좋은 생각이 좀 나오려나?! 하는 생각도 했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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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자를 위한 가구> 섹션에서는 기이하게 큰 조형물이 차가운 느낌의 사무용품처럼 보이는 캐비넷위에 기형적인 느낌으로 붙어 있었다. 회색의 캐비넷은 아예 있는지 조차 몰랐다. 일반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조형물이나 장식은 특별한 상황 속 감상을 위해 제작되어진다고 생각하지만, 실용적이어야 한다고 생각되는 가구에 오히려 장식물을 거대하게 강조함으로 디자인이 우리의 삶 속 공간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우리의 감성을 얼마나 자극할 수 있는지 알게 하기 위해 실험적으로 만든 가구라고 한다. 언뜻, 이해하기 어려운 개념이기는 하지만, 대충 어떤 의미인지 알 것 같았다. 그리고 멘디니는 정말 일명 디자인빠인가보다 하는 생각도 들었다. 가구에 붙어 있는 황금빛 거대 조형물은 가구라기 보다 거대한 피라미드 같은 느낌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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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멘디니는 친근한 느낌을 들게 하는 인간을 모티브로 한 디자인을 통해 생활 속에서 친숙하고 따뜻한 느낌으로 사람들의 감성을 유연하게 만들어주고 싶어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시회 중 <인간의 형상을 한 디자인>이라는 섹션은 따뜻한 느낌이 드는 색감의 동글동글한 조형 속에서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섹션이었다. 그리고 미소짓는 표정을 한 얼굴 형상 등도 전시되어 있었는데, 괜히 예전에 톰행크스가 나왔던 영화 <캐스트 어웨이>가 생각이 났다. 그 영화에서 주인공 척 놀랜드(톰행크스 분)는 무인도에서 혼자 생존해 나가면서 동그란 공으로 친구 <윌슨>의 형상을 만들어 항상 곁에 두고 대화를 한다. 실수로 윌슨을 잃어버렸을 때 척의 절규는 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너무 아프게 했다. 언뜻 그런 상황에서 인간에게 제일 필요한 것은 생존만을 위해 최적화된 실용적 도구들뿐이라고 생각될 수도 있지만, 어쩌면 극한 상황에서 우리 인간에게 필수불가결한 것 중에 하나는 감성을 자극해 주는 그 어떤 존재일지도 모른다. 감성이 없는 인간이란 바위와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일까? 스스로 무생물과 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견딜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요즘 점점 각박해 지는 삶 속에서 감성을 건드려주는 디자인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적인 존재로 우리 내면에 자리잡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 섹션의 멘디니의 작품들은 따뜻한 느낌이 많이 들어, 하나 가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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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 디자인> 섹션에서도 이러한 그의 철학을 느낄 수 있었는데, 친숙하고 친근한 웃음을 짓고 있는 모양의 와인오프너, 모카포트 등을 볼 수 있었다. ‘시계는 천체와 별의 움직임이 연동되어 있다’는 그의 코멘트와 함께 시계를 디자인 하는 그의 철학을 엿볼 수 있었다. 또 손자를 위한 조명등 등도 전시되어 있었는데, 지구와 달의 움직임을 담고 있다고 한다. 가격은 나에게 좀 비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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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전시회에서 멘디니가 훌륭한 순수예술가이며, 디자이너이기도 하고, 철학가, 사상가임을 확인 할 수 있었지만, 또 한가지 느낀 점은 그가 훌륭한 마케팅 전문가 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디자인 영적인 세계를 만나다>라는 섹션에서는 ‘까르띠에’라는 작품을 만나 볼 수 있었는데, 이 작품은 까르띠에 디자이너로 활동하면서 회의를 끝에 창고 속에 보관하던 보석들을 꺼내 실린더와 조명을 이용하여 보석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도록 만든 조형물이었다. 아무리 보석이 예쁘다고 해도 몇몇 소비자에게만 보여지고 판매되기 위해 창고 속에 보관 중이라면 그것들이 빛을 발할 기회란 없을 것이다. 그것을 꺼내어 전시하고 사람들이 즐길 수 있게 한 그의 아이디어가 빛나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의 이목을 끌 수도 있고, 명품 브랜드 까르띠에의 이미지를 상징하는 작품으로 평가 받는다.
 주방용품 브랜드 알레시와 함께한 프로젝트 <100%메이크업>에서도 100명의 화가, 건축가, 디자이노, 뮤지션들과 협업을 통해 도자기 100개를 디자인 했는데, 이를 통해 알레시는 상품들을 예술로 대하는 회사 이미지를 얻게 되었다고 한다. 예술이 우리 삶에 적용되도록 하는 특별한 아이디어들을 만들어내는 멘디니의 면모를 만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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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도슨트분의 설명을 다 듣고 성명을 말씀하시기에 얼른 검색을 해보았더니 김찬용이라는 전시해설가분이셨다. 설명을 잘해주셔서 기억에 남았는데, 블로그(클릭)안내를 보니, 수요일과 금요일에는 11시, 2시, 4시, 7시에, 목요일과 일요일에는 11시, 2시, 4시에 해설을 진행하신다고 하니 혹시 나중에 가시는 분들은 참고하세요! 설명이 끝나고 오디오 가이드와 함께 다시 한번 전시장을 돌아보고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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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술과 과학, 산업이 발달하면서 우리 사회는 발전하고 있기는 하지만 정서적으로는 오히려 더 각박해지고 있다. 기술이 인간을 앞서고 인간이 기술의 부품 같기도 하다. 기술이 발전되는 것도 좋지만 아무리 빛나는 기술발전이 이루어진다고 해도 그것이 사람들에게 비판적 사유과 철학적 배경 없이 사용된다면, 그리고 또 인간 친화적이지 않고 정서적, 감성적으로 어필할 수 없다면 기술은 쓸모 없어지거나 오히려 인간에게 해가 될 것이다. 어쩌면 최악의 경우 무기로 사용될 수도 있다. 미술과 디자인에 대한 그의 생각과 철학을 엿볼 수도 있고, 그의 생각을 바탕으로 한 많은 작품을 접할 수 있었던, 의미 깊기도 하고 귀엽기도 한 전시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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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미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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