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여행이 그리울 때, 책 속으로의 여행을 떠나보자. -'끌림'(TRAVEL NOTES) [문학]

글 입력 2015.05.30 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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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나에게 여유가 있다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가를 묻는다면, 나는 하나의 망설임 없이 ‘여행’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사람의 성향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많은 사람들은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것을 경험하기 위해, 마음의 안식을 찾기 위함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여행을 떠나고자 한다. 여행을 떠난다는 것은 그 말만으로도 우리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하지만 사정이 여의치 못해 여행을 가는 것이 쉽지 않을 때, 나는 책을 통해 머나 먼 나라로 여행을 떠나곤 한다. 여러 다양한 책 속으로의 여행 중 나에게 있어 가장 잊지 못할 여행을 선사해주었던 책 한 권을 소개하고자 한다.



1994-2005 끌림(TRAVEL NOTES) 이병률 산문집


끌림.png


사람과 사랑과 삶의 이야기가 담긴 이병률 산문집 ‘끌림’, 에서 저자는 여행을 하면서 만난 끌림의 순간들을 하나하나 말하고 있다. 시인이자 MBC FM '이소라의 음악도시'의 구성작가였던 이병률이 1994년부터 2005년 초까지 50여 개국, 200여 도시를 돌며 남긴 순간순간의 기록이다. 여행자의 가슴에 남아 결코 사라지지 않는 기억들을 보여준다. 뚜렷한 목적이나 계산 없이 발길 닿는 대로 길 위에 머물면서 저자는 스물아홉에서 서른아홉이 되었다. 그 시간 동안 중국, 베트남, 캄보디아, 스위스, 프랑스, 이탈리아, 그리스, 터키, 미국, 모로코, 페루, 인도, 네팔 등을 여행하며 눈에 담은 풍경들을 감성적인 글과 사진으로 풀어냈다.

 

개인적으로 이 책이 정말 좋았던 이유는 책 안에 쓰여진 글의 부피만큼 사진 또한 굉장히 많이 실려 있었다는 점이다. 그가 직접 여행을 하며 찍은 다양한 사람들, 그리고 풍경의 사진이 실려 있어 책을 계속 보고 있노라면 내가 직접 사진 속 나라에 가서 사진 속 인물과 대화를 하는 느낌이었다. 그 신기한 느낌이 나를 사로잡아 책을 읽는 내내 지루할 틈 없이 책 속으로의 여행을 떠날 수 있었다.

 

저자가 말하던 여행하면서의 여러 가지 순간들 가운데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으로 나는 ‘옥수수 청년과의 만남’을 말하고 싶다. 이 만남의 배경은 이름만으로도 심장을 뛰게 하는 나라 ‘페루’이다. 새벽 어스름이 걷히기도 전 관광객에게 무언가를 팔기 위해 페루 원주민들은 일찌감치 기차역으로 모두 나온다. 저자는 그 틈에서 찐 옥수수를 팔던 한 청년을 발견한다. 반가운 마음에 돈을 내기 전 미리 옥수수를 한 입 베어 문다. 그리곤 옥수수 값을 치르기 위해 10솔을 내밀지만 소년은 잔돈이 없어 난감해하다가 그냥 옥수수를 가져가라고 한다. 그날 밤, 우연히 찐 옥수수를 팔던 청년을 다시 만나게 되어 새벽에 주지 못했던 1솔을 청년에게 건넨다. 청년은 매우 고마워하지만, 저자는 계속해서 돈을 받지 않고 옥수수를 건네던 청년의 모습이 아른거리며 미안한 마음이 든다. 그리고 다 다음날, 저자는 다른 도시로 떠나기 위해 기차역에 갔고, 그 곳에서 다시 그 청년을 만난다. 청년 또한 저자를 기억하는 듯 미소를 보인다. 그리고 이내 다가와 옥수수를 건넨다. 저자는 당연히 돈을 지불할 생각에 지갑을 꺼내지만 그런 그를 청년은 막으며 돈은 주지 않아도 되고 기차에서 맛있게 먹으라는 몸짓을 보인다.


나는 이 에피소드를 읽으면서 왠지 모를 가슴 뭉클함을 느낄 수 있었다. 하루에 많은 옥수수가 팔리는 게 아님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고 맛있게 먹으라던 그 소년의 얼굴이 떠오르면서 진정한 ‘따뜻함’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그 가슴 따뜻함이 책을 읽는 나에게까지 전달되어 감동을 느끼게 해주었다. 우리는 흔히 지금 살아가는 사회가 너무나도 삭막하고 서로의 이익만을 바란다고 말하며 한숨을 내쉰다. 그런 와중에 이런 소소한 따뜻함을 느끼니 내 마음이 사르르 녹아내리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옥수수를 팔던 청년과 저자는 인종도 다르고 살아가는 문화도 다르지만 마치 그 순간만큼은 가장 친한 친구가 된 듯 기분 좋은 ‘교감’이 이루어진 것 같았다. 나도 이러한 순간을 느껴보고 싶다. 전혀 다르지만, 서로에 대해 많이 아는 것도 아니지만 마음 따뜻한 교감을 느낄 수 있는 그런 순간을.

 

저자의 10년 동안의 여행의 순간들, 그리고 그 당시의 느낌들을 한 권의 책으로 읽으면서 내가 직접 그 많은 나라를 여행한 것은 아니지만 저자의 소중한 순간, 순간들을 함께 공유해나가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이러한 순간들의 공유가 나의 생각과 마음의 깊이를 더욱 넓혀주었다. 


여행이 너무나도 그리울 때, 가끔 한 번씩 책 속으로의 여행을 떠나보자. 



내가 걸어온 길이 아름다워 보일 때까지

난 돌아오지 않을 거야.

-'끌림'中-


[임수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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