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3월을 기다리며, 사무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를 읽다. [공연예술]

글 입력 2015.02.23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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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고도를 기다리며〉
날짜: 2015년 3월 12일 ~ 2015년 5월 17일
연출: 임영웅
출연: 정동환, 박용수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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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사무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 

오는 3월 12일에 산울림 소극장에서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가 막을 올린다. 연극이 무대에 올라가는 순간 작품이 새롭게 재창조되는 것이 연극의 매력이지만, 원작 텍스트를 통해서 극의 언어를 곱씹어보는 것도 큰 즐거움이라고 할 수 있겠다.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이 고도를 기다리는 동안, 단절된 시간이 한데 모여져 있는 것 같은 작품〈고도를 기다리며〉는 인물과 인물의 사이에 단절이 돋보여 연극에서 쏟아져 나오는 말들이 난해하게 다가올 수 있을 것이다. 사실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는 처음 마주쳤을 때도, 다시 마주쳤을 때도 언제나 난해하게 다가올 것 같은 느낌이다. 인간의 관계 그리고 인간이 보내는 시간의 분열과 단절이 돋보이는 부조리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연극으로 보기 전에, 단절된 순간과 서로 엇갈리는 언어들을 텍스트를 통해 되풀이하고 그 관계를 되짚어 보는 것은 연극을 더 폭넓은 시각으로 보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고도를 기다리며〉의 저자 사무엘 베케트(Samuel Beckett 1906년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출생했다. 1930년 모교인 트리니티 대학에서 프랑스어 강사로 근무한 베케트는 1938년 프랑스로 이주하고 정착했고 이 당시 같은 더블린 출신의 작가 제임스 조이스와 친분을 맺었다. 그는 1953년에 그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고도를 기다리며〉를 발표했다. 베케트는 〈고도를 기다리며〉를 통해 종래의 희곡과 연극방식을 완전히 뒤엎어버리고 이후의 새로운 연극 형식의 발전에 획기적인 전환점을 가져왔다고 평해졌고, 우리의 시대까지 고전 작가로 남게 되었다. 그는 1969년에 노벨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앞서, 순간마다 변화하는 연극의 성격에 대해 언급했는데, 이런 연극의 성격이 〈고도를 기다리며〉의 작품 안에 녹아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고도를 기다리며〉안에서 극의 진행은 정해진 단계를 따라갈 수 있는 '서사'에 집중하기보다, 언어의 확장과 변화에 집중한다. 현대시의 실험적인 시도가 〈고도를 기다리며〉의 텍스트에 녹아있다고 말하고 싶다. 그래서 〈고도를 기다리며〉안에는 어떤 전개, 위기, 절정의 단계가 돋보이지 않는다. 고도를 기다린 시점과 고도가 도착해서 기다림이 끝나게 될 시점까지,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일정하게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올라가지 않는다고 말해야 할까? 말의 번복을 반복하는 연극의 대사를 통해, 어디가 시작지점이고 어디가 끝인지 인물조차도 알 수 없다.


뽀조… 그 빌어먹을 놈의 시간을 가지고 나를 작작 못살게 구는구료. 주책없는 짓이요! 언제! 언제! 그것밖에 모르니. 다른 날과 하등 다른 게 없는 어느 날이라고 하면 충분치 않단 말이요? 저놈은 어느 날 벙어리가 되었고 나는 어느 날 장님이 되었고 또 어느 날엔가 우리는 귀머거리가 될 거요. 어느 날 우리가 태어났던 거와 같이 그 어느 날과 마찬가지 날, 마찬가지 순간에 죽을 거요. 그걸로 충분치 않단 말이요?  - 〈고도를 기다리며〉 중에서


인간이 인식하는 시작과 끝에 대해 대해 뽀조는 이렇게 외친다. 우리가 태어났던 순간과 우리가 어떤 사고를 당했던 순간, 우리가 죽는 순간, 이 어떤 '순간'이 서로 비교할 수 있는 지점이 없이 그저 순간, 그 자체일 뿐이다. 어느 정해진 형식 없이 개별적으로 존재해왔던 순간의 조각들이 한데 엉켜있는 모습이 우리 삶의 모습이리라. 〈고도를 기다리며〉에서 내뱉는 말 자체가 새로운 연극의 형식을 이루면서, 동시에 연극의 성격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불규칙한 순간의 조각들로 이루어진 우리의 삶을 압축해서 보여주고 있다. 

기존의 연극 방식을 뒤집은 베케트의 시도는, 또한 인간의 삶을 새롭게 바라보는 전위적인 시도라고 말할 수 있다. 이런 면에서 〈고도를 기다리며〉를 보면, '연극은 곧 인간의 삶'이라는 비유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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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슬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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