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 에세이]일리야 레핀 - 한 사람의 감정에서 사회 속의 풍파로 < 이반 뇌제와 그의 아들 >

글 입력 2014.12.29 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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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내가 소개할 화가는
러시아의 19세기 사실주의 화가, 일리야 레핀이다.

일리야 레핀은 작품 속의 인물을 통해 사회를 비판하는 화가였는데,
인물의 표정과 제스쳐를 사실적으로 표현하여
현실을 우회적으로 비판하곤 했다.

때문에 그의 작품에는
인물에서 뿜어져나오는 감정과 그 표현에
짙은 매력을 느낄 수 밖에 없는데,

 그 중에서 내가 가장 강렬한 인상을 받았던 것은
<이반 뇌제와 그의 아들>이라는 작품이다.

내가 이 작품에 매료된 것은
단지 자극적인 소재여서가 아니다.

작품의 중앙에서 갈 곳을 잃은채,

 광기와 절망으로 점철된 황제의 두 눈알이 나를 사로잡은 것이다.


캡처.PNG
일리야 레핀,<이반뇌제와 그의 아들>,모스크바 트레티야코프 미술관


"
이반 4세는 그저 며느리의 복장이 거슬렸다.
임신중이었다는 사실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심한 욕설과 함께
아들부부와 격렬한 언쟁이 시작되었다.
순간, 황제는 알 수 없는 광기에 휩싸여 
못마땅한 며느리를 향해 쇠지팡이를 휘둘렀다. 
임신중이었던 아내를 지키려던 황태자가의 머리가 지팡이에 맞았으며,
힘없이 나동그라져 움직이지 않는 그의 머리에서
비정상적인 속도로 핏줄기가 쏟아졌다.
황제는 여전히 광기에서 벗어나지 못한채
공포와 절망으로 휘감겨 아들을 부둥켜 안았다.
"


흐트러진 양탄자, 나뒹구는 의자, 
그리고 아직 피가 마르지 않은 채 나뒹구는 쇠지팡이.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것은
아직 격렬한 몸싸움의 흔적이 채 가시지 않은 잡동사니들이 아니다.

붉은 배경 속에서 아들의 시체를 부둥켜안고
초점 없는 눈을 홉뜬 황제는 무엇을 두려워하는 것일까.
그의 눈에서는
아직 잔인한 광기가 가시지 않았지만
수많은 감정이 강렬하게 남아있다.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절망,
믿을 수 없는 아들의 죽음과
돌이킬 수 없는 이 순간, 

어쩌면 자신의 광기에 대한 두려움.

레핀은 이 모든 감정을 놀라울 정도로
고스란히 작품 속에 담았다.
그리고 사실적이면서도 강렬한 그 인상은
필시 나뿐만이 아니라 
오랜 시간 동안 
다른 감상자들의 시선 역시 빼앗았을 것이다.

레핀은 19세기 알렉산드로 3세의 폭정아래
이를 비판하기 위해
그 잔인함과 폭력성으로 뇌제(雷帝)라는 별칭을 가진
과거의 이반 4세를 모티프로 차용했다.

폭정 아래 남는 것은 
광기와 절망 뿐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에
작품 속 이반뇌제의 모습은 부족함이 없어보인다.

레핀은 이처럼 작품 속 인물의 표정을 사실적으로 재현하여
생생한 감정과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것으로
현실의 문제점을 신랄하게 집어내곤 하였다.

그의 다른 작품에서도 역시 이를 찾아볼 수 있다.

s.PNG
일리야 레핀,<볼가강의 배끄는 인부들>, 모스크바 트레티야코프 미술관


러시아가 과거 소비에트로 체제변화를 이루었을 때,
변혁의 한 과정으로 
노예제의 폐지가 이루어졌었다.

이 노예제 폐지는 언뜻보면 빈곤계층의 자유를 위한 정책으로 보이지만,
사실상 아무 대책도 없는 급격한 일자리의 상실로 인해
농노들이 할 일을 잃고 사회빈곤층으로 전락하는 계기가 된다.

이로써 농노들은 일자리를 구하기위해
뱃일과 같은 험하고 힘든 일을 해야만 했다.
<볼가강의 배끄는 인부들>은 이러한 사회 빈곤층을 그린 그림이다.

그림 속의 인부들을 보면,

구부정한 자세, 다떨어져가는 누더기옷,
헤어진 신발과 함께
고단함과 피로로 얼룩진 얼굴표정을 볼 수 있다.

더군다나 배를 끌기위해 몸에 엮은 끈들은
빈곤에서 헤어나올 수 없을 것 같은 굴레와 같이 보인다.

레핀이 이러한 인상을 극대화 시키기 위해 준비한 장치는
이것이 끝이 아니다.

인부들의 시선을 감상자와 맞춤으로써
감상자가 작품 속의 인부들에게 느끼는 연민과 함께,
현실에 대한 문제점에 직면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레핀은 이러한 작품을 통해
소비에트 체제가 간과하는 사회빈곤층과 정치의 사각지대에 대해 
인부들을 빌어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이처럼 현실을 비판하기 위해
작품 속의 인물들을 좀더 사실적으로,
좀더 인상적으로,
좀더 깊게 공감할 수 있도록,

인간의 감정을 천재적으로 표현한 화가 레핀.

레핀의 작품을 빌어 우리는
작품 속 인물들의 감정을 이해하며 소통할 수 있으며,
사회에서 고통받는 이들을 위해
비판의 손가락을 거두지않은 작가의 애정을 느낄 수 있다.






[정종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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