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크리스마스]를 보고

글 입력 2014.12.28 0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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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시간에 교수님께서 이 영화를 소개해주신 적이 있다.

교수님께서는 '8월의 크리스마스'는 사랑에 관한 영화가 아니라 죽음에 관한 영화라고 말씀하셨다.

 

그 말씀을 듣고 나서 영화를 접하게 됐기 때문인지

정원과 다림의 로맨스보다는 정원이라는 인물의 삶 자체에 대해 생각을 하면서 보게 됐다.

정원은 어느 날 술을 잔뜩 취해 가장 친한 친구에게

철규야, 나 곧 죽는다.”라고 이야기한다.

정원의 곧 죽는다는 한 마디는 관객을 먹먹하게 만든다.

 

관객을 슬프게 하거나, 울게 만들기는 쉽지만 가슴을 먹먹하게만들기는 쉽지 않다.

이 영화는 어떻게 이토록 사람의 마음을 먹먹하게 만들 수 있었던 걸까?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그들의 삶이라고 부를 수 있는 어떤 것을 가지게 된다.

자신의 삶을 equal로 정의할 수 있는 그 어떤 것.

3에게는 수능이 그들의 삶이고, 뻔한 드라마의 주인공에게는 사랑이 그들의 삶이고

직장인들에게는 회사가 그들의 삶이고, 부모에게는 자식이 그들의 삶인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각자 자신의 삶을 정의하는 그 어떤 것에 충실하며 세상을 살아간다.

그래야만 자신이 존재하는 이유가 충족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한부 선고를 받은 정원에게는 말 그대로 자신의 목숨 자체가, 삶 자체가 그의 삶이 되어버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다림을 향해 너털웃음을 지어보이며, 친구와 술 한 잔 기울이며 그리고 가족들과 여생을 보내며

덤덤히 자신을 살아있게 했던 모든 존재들과의 헤어짐을 준비한다.

 관객들은 삶이 무너지는 상황에서도 단단한 그의 모습에

제멋대로 정의해버린 삶에 치여 나의 그대로의 단면을 돌아보며 살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정원이 처한 상황에 대한 짠한 감정들이 함께 밀려오며 먹먹해지고야 마는 것이다.


영화를 보면서 머릿 속에 떠오른 수많은 생각과 마음 속으로 밀려온 복잡한 감정들 중에서

영화가 끝나고서도 오랫동안 내 속에 남아있던 것은  살아 있다는 사실에 대한 감사함,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한 감사함이었다.

 좌절하고 무너져버린 누군가에게 이 영화를 추천하고 싶다. 영화가 다시 삶 속으로  들여보내 줄테니 말이다.



 

[이정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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