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신의 컬쳐에세이 - 나오시마의 하늘

글 입력 2014.12.28 00:45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1.jpg
2014   12  8 

 

나오시마의 하늘
 

 
실망시키지 않았다
섬 전체가 미술관이 된 나오시마直島는

 
일본 시고쿠四國 (옛 이름 사누키)의 섬, 
나오시마 폐촌이 한 건축가의 땅밑 미술관의 건립과 집 프로젝트로 세계의 수많은 관광객이 찾아든다는 기사와 칼럼과 영상을 그간 보아왔는데 가가와현 香川縣의 보조금을 조금 받고야 가게 되었다

 
우리보다 몇 도 높아 포근하기만한데 그들은 갑자기 추워졌다고 종종걸음을 했다
시고쿠는 처음인데 비행기를 타자마자 내리고, 눈에 들어오는 풍경이 우리의 남도 어디쯤인 것만 같아 외국이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일본 건축의 전설이 된 안도 타다오 安藤忠雄의 이름을 내가 처음 들은 것은 70년대 와싱톤에서 시내 국립미술관을 자주 갈 때에 그것을 지은 중국계 세계적인 건축가 아이 엠 페이 I M Pei 와 함께 일본에서 고등학교 밖에 나오지 못한 건축가가 하버드에서 건축학을 가르친다는 말을 들은 때였다

 
한참 후 10년도 너머 전 과천 국립미술관에서 그의 전시가 있어 미술관 속 건축 전시란 대체 무엇인가 하고 가 보았다.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의 특이한 철학이 엿보였고 무엇보다 재미가 있었다


서울에서 한 그의 강연이 비싼 티켓값에도 동이 나 못 갔고 그의 사무실이 있다는 오사카에 갈 적마다 그를 유명하게 만든 빛의 교회, 물의 교회를 가보려고 택시를 타면 시내에서 멀다고 해 시간이 촉박하여 다음으로 미룬게 여직 가보질 못하고 있다 

 
시멘트에 동전만한 크기로 살짝 들어가게 만든 그의 벽이 우리나라 여기 저기에 본을 떠 만든 걸 늘 보고 있고, 제주에서 그의 작품을 보았으며, NHK TV에서 현재 하고 있는 중국 프로젝트만, 60개라고 말하는 그를 보았을 뿐, 아직 만난 적은 없다

 
어렵게 자라 권투 링에 올랐고 진학을 못한 젊은 날 혼자 유럽엘 가서 건축을 보았을 뿐인데 역경을 헤치며 프리츠커상을 받고 세계적인 건축가로 우뚝 서게 된 그의 삶과 헝그리 스피릿에 일본 국민이 환호하며 중국에서도 인기가 높고 우리나라에도 꽤 알려진 편이다

 
다카마츠 高松에 내리면 그 앞바다엔 무인도까지 수천개의 섬이 있다
한시간 배를 타고 그 중 하나의 섬, 나오시마에 도착하니 구사마 야요이의 커다란 철제 펌킨이 나를 맞는다

 
일거리가 없으니 주민들이 섬을 떠났고 폐촌이 되었었다 
근처 오카야마 岡山가 고향인 일본 굴지의 교육 그룹, 베네세 홀딩스의 후쿠다케 소이치로 福武總一郞 회장이 나오시마의 토지를 사들였고 안도 타다오와 손을 잡고 '베네세 하우스 미술관'을 만든 것이 22년 전, 그 후 모네의 수련 다섯 작품과 미국 작가 제임스 터렐, 월터 드 마리아, 세 작가의 예술을 위해 땅을 깊이 파고 '지중 미술관'을 지은 게 10년 전, 2010년에는 한국 작가 '이우환 미술관'도 거기에 생겼다

 
공중 목욕탕 유리문에는 I LOVE YOU를 써붙치어 설치 미술이 되었다, 일어로 유는 목욕탕의 탕湯, 끓는 물을 뜻한다. 작품이 된 그 탕에 들어가면 실제로 목욕을 할 수도 있다 
일본인들이 서울에 와서 때밀이 목욕을 하는 것과는 발상이 다르다

 
빈 집 여기저기 줄을 서 들어가면 절벽같이 새카매 공포심이 생기는데 손으로 더듬으며 앉으면 한 4, 5분 후 절대로 바뀔 것 같지 않던 눈이 거기에 적응되며 진공같은 짙은 보라빛 속을 약간 걸어보는 게 작품인데 싱겁다고 할 수도 있으나 개인에 따라 느낌은 크다. 터렐의 빛의 예술 몇 작품으로 흑암과 두려움이란 원래 없다라는 걸 나는 깨우치게 된다

 
저 멀리 작은 섬들이 보이는 바닷가에 횟집이나 그 유명한 오리지날 사누키 우동집 하나 있을만도 한데, 간판 하나 보이지 않는 고요하고 새삼스럽지도 않은 자연 그대로의 바다에 건축과 작품이 어우러져 명상하고 사유하기에 그만이다

 
도회지에서 어쩌다 바라보는 하늘을 당연시 했었다
그러나 땅속에서 높은 천정에 둥글게 뚫어놓은 제한된 하늘을, 열이 들어오는 천정 크기의 둥그런 돌 벤치에 앉아 고개를 한껏 젖히고 바라다보는 것은 느낌이 많이 달랐다 
서양인들이, 특히 예술의 나라이며 일본과 공유하는 것이 꽤 있어 보이는 프랑스인들이 많아 보이는데 새파란 하늘과 거기에 떠가는 하얀 뭉게 구름을 처음 보는 듯 마냥 올려다 보며 힐링을 하고 있었다

 
3년마다 주위 12개 섬에서 '세토우치 국제예술제'가 열리고 있고, 쇼도시마 小豆島와 나오시마 直島를 이틀 급히 보며 사누키 우동 한 젓가락 못 먹은 짧은 일정이었으나 절제된 여운이 있다

 
수 많은 절과 집을 건축했던 백제가 멸하고 1400여 년 전 모두가 죽음을 피하기 위해, 일본의 아스카 오사카 교토 쪽에 정착했다는데 안도 타다오는 아마도 집 짓던 백제 장인의 安씨 후예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건축은 지구의 모습을 바꾸는 대단한 예술이다
나오시마의 건축은 그 속살 속에 있었다

 

                    둥그런 하늘이 있었다
                    첨 보는 듯 
                    땅속에서 올려다 보았다

 
                    그 하늘이 
                    모네의 예술과 
                    나를 내려다 보았다


                    나 오 시 마  

                                     

2.jpg▲ 대중목욕탕, I ♥ you 아이 러브 유湯 - 2014 11 18

3.jpg▲ 안도 타다오 Musium 입구 - 나오시마 가가와현 2014 11

4.jpg▲ 극히 작은 절 미나미테라南寺의 유리 계단이 지하토굴로 이어지는 설치 미술

5.jpg▲ 안도 타다오의 역작, 지중미술관 ~ 나오시마 2014 11 18

6.jpg▲ 구사마 야유이의 철제 '호박' - 나오시마 가가와현香川縣 2014 11 18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18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