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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문학
[Opinion] 수많은 퍼즐 조각을 맞춰내는 일 [도서]
정세랑이 그려낸 인물들의 지도는 결국 하나의 세계로 이어진다.
죽음, 사랑, 슬픔, 행복, 우정. 이 모든 단어를 하나로 묶으면 결국 ‘삶’이라는 말이 된다. 정세랑 작가의 『피프티 피플』은 섬세하고 조밀한 인물 지도를 펼쳐 보이는 소설이다. 하늘의 빈 공간을 찾아 가지를 뻗는 나무처럼 작가가 만들어낸 수많은 주인공들은 각자의 방향으로 살아가다가 서로의 삶에 닿는다. 그 접점은 우연처럼 보이지만 읽다 보면 필연에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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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파 에디터
2025.12.30
리뷰
영화
[Review] 말하지 않아도 들리는 것들, 가족이라는 가장 가깝고도 먼 타인에 대하여 -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 [영화]
소란스러운 세상 속, 가족이라는 이름의 가장 조용하고도 뜨거운 안식처
‘인디 영화계의 아이콘’ 짐 자무쉬가 돌아왔다. 신작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Father Mother Sister Brother)>는 제목 그대로 가족 구성원을 지칭하는 세 개의 챕터로 이루어진 옴니버스 형식을 취한다. 언론에 공개된 시놉시스가 예고했듯, 영화는 각기 다른 장소와 시간 속에 놓인 가족들의 일상을 다루지만, 결국에는 하나의 거대한 혈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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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파 에디터
2025.12.18
리뷰
영화
[Review] 가족이란 영원히 익어가는 존재다 - 고당도 [영화]
아버지들의 가짜 장례식에서 달고 씁쓸한 고당도 감을 베어 물다.
‘고당도(High Brix)’. 과일 상자에나 적혀 있을 법한 이 단어가 영화 제목이라니, 묘하게 이질적이다. 부고(訃告)의 ‘고(故)’가 먼저 떠오르는 탓일까, 이어지는 ‘당(糖)’은 낯설다 못해 서늘하다. 마치 죽음을 둘러싼 관계의 쓴맛 끝에서야 아주 조금 남겨지는 단맛, 혹은 죽음조차 하나의 상품으로 반죽해 꿀처럼 포장하려는 자본주의의 서글픈 농담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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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파 에디터
2025.11.27
리뷰
도서
[Review] 무너진 자리에서 다시 쓰는 지속의 문법 - fin [도서]
“막과 장, 그 사이에서” 흔들리는 우리들의 시작과 마지막에 관한 이야기
위수정의 소설 세계에서 실패나 상실은 파국적인 사건이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삶의 디폴트(기본값)에 가깝다. 소설집 『은의 세계』를 비롯해 그녀의 작품들을 관통하는 정서는 뜨거운 절망이 아니라, 차라리 서늘한 체념이다. 단편 『Fin』은 이러한 작가의 세계관이 잘 드러나는 작품 중에 하나이다. 이 소설은 제목이 암시하는 끝(Fin)이라는 절대적 상태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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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파 에디터
2025.11.27
오피니언
영화
[Opinion] 이 세계는 멋져 보이지만 모두 환상이야 [영화]
멋져 보이는 환상으로부터 탈출한 코렐라인은 통제된 행복보다 불완전하지만 자유로운 삶을 살 것이다.
약속에는 대가가 따른다. 당신은 누군가가 눈에 단추를 다는 대신 영원하고도 완전한 행복을 준다고 약속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 불길한 제안은 상상 속 이야기가 아니라 완전함을 갈망하는 인간의 욕망을 내포한다. 영화 〈코렐라인〉(2009)은 바로 이 유혹과 선택의 문제에서 시작한다.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의 대가 헨리 셀릭 감독의 작품으로 흥미로운 스토리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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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파 에디터
2025.11.21
오피니언
음악
[Opinion] 진심을 노래한 사람들 - 비투비라는 장르 [음악]
무대 위엔 그들이, 무대 아래엔 멜로디가.
나는 가끔, 어떤 노래가 사람의 시간을 바꿔놓을 수 있다고 믿는다. 비투비를 처음 알게 된 건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 초등학교를 다니던 어느 여름 저녁이었다. 휴대전화로 노래를 듣다가 흘러나온 한 소절. “힘들어도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잘 될 거예요 I believe in you” 그 단순한 문장이 그 시절의 나를 잠시 멈춰 세웠다. 그날 이후,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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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파 에디터
2025.10.31
문화는 소통이다
ART insight
[ART insight] 좋은 직업? 난 잘 모르겠다. 일단 뭐 해보는 거지.
좋은 직업은 마트 장바구니에 먹고 싶은 것들을 담는 것과 같다.
제 1장. 장바구니 철학이란 좋은 직업을 이야기하면서 장바구니라니, 조금 생뚱맞게 들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나는 아직도 좋은 직업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다만, 그걸 찾아가는 방법에 대해서는 조금은 알 것 같다. 그 방법은 대단한 비밀이 아니라, 마트의 통로를 천천히 걸으며 장바구니에 물건을 하나씩 담는 일과 닮아 있다. 좋아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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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파 에디터
2025.10.26
오피니언
도서/문학
[Opinion] 푸른 들판 너머 ‘당신 문제 있어요’라고 말하는 사람 [도서/문학]
선택의 연속인 인생에서 푸른 들판을 걸어가는 방법
소설에서 클레어 키건은 긴 문장을 허용하지 않는다. 대부분 두 줄이 넘지 않는 짧은 문장들로 이야기가 결합 되어 있다. 그럼에도 문장 사이사이에는 인물의 복잡함이 잘 담겨 있다. 끝내 문장 뒤에 숨겨져 있던 인물들의 삶의 굴곡을 찾아내게 만든다. 개인적으로 숨은 그림 찾기와 십자말풀이 게임을 하는 기분으로 읽었다. 소설의 지면에 숨겨진 단서들을 찾으며 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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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파 에디터
2025.10.18
오피니언
영화
[Opinion] 사람은 떠나지만, 기다림은 계절처럼 다시 찾아온다 [영화]
언젠가 다시 돌아올 계절처럼, 공허 속에서도 여전히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
1. 영화 <만추>, 기다림과 이별 사이에서 김태용 감독의 2011년 영화 〈만추〉는 이만희 감독의 1966년 작품을 리메이크한 영화다. 동일한 제목으로 여러 차례 재해석되어 온 이 작품은, 시대와 배우가 달라져도 여전히 인간의 정서를 반복해서 소환한다. 바로 기다림과 이별의 감각이다. 그런 의미에서 〈만추〉는 한 사람의 이야기를 넘어, 매해 다시 찾아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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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파 에디터
2025.10.10
리뷰
도서
[Review] 우리는 모두 어떤 의미에서는 아마추어야. -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도서]
가장 경이로운 세계 속으로 숨어버린 한 남자의 이야기
나는 개미이자 베짱이입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을 명명한 채 타인에게 인정받고자 한다. 앞선 소개는 에디터가 스스로를 소개할 때 자주 사용하는 문구다. 성실한 개미이자 예술을 즐길 줄 아는 베짱이라니. 그런 인생은 누구나 살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말뿐인 명명과 행동으로 옮기는 삶은 다르다. 저자 패트릭 브링리는 말한 대로 살아간다. 인류의 위대한 걸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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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파 에디터
2025.10.06
오피니언
사람
[Opinion] 시인은 온몸으로 타자되기 위해 노력하는 이 [사람]
시인이 되고 싶은 사람이 본 진정한 시인, 김수영
김수영은 자신의 시론에서 시를 쓴다는 것과 시를 논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묻고 답한다. 그의 말처럼 시를 대하는 사람은 두 부류가 있다고 생각한다. 시를 쓰는 사람과 논하는 사람, 한 부류를 더 논하자면 둘 모두에 속하는 사람이 있다. 읽기만 하는 사람은 언젠간 쓰게 되고 또 언젠간 시를 논하게 된다. 자연스럽게 시 세계에 들어와 한 명의 시인이 되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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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파 에디터
2025.10.04
오피니언
공간
[Opinion] 내 책상은 매달 이사를 다닌다. [공간]
오늘은 책상 이삿짐을 꾸려보는 게 어떨까요?
시험 기간만 되면 우리들의 방과 책상은 새로움을 위해 쓸고 닦고 정리된다. 정갈한 마음으로 집중하여 공부하려면 책을 놓을 책상이 깨끗해야 하고, 오랫동안 앉아 있을 방이 깔끔해야 하기 때문이다. 시작이 반이다, 라는 말처럼 공부 역시 주변 정리가 반이다. 어찌 보면 정리와 재배치란 공간 자체를 새롭게 옮기는 ‘이사’ 그 자체일지도 모르겠다. 그렇기에 이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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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파 에디터
2025.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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