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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Review] 숨은 더 짧게, 팔은 더 멀리 - 보이 인 더 풀 [영화]
물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는 불안한 감정과 짜증 섞인 덥고 습한 사춘기의 기억이 수면 위로 떠오른다. 위태롭게 일렁이던 그 시절의 여름, 청춘을 담은 <보이 인 더 풀>의 시원한 물내음이 불어온다.
오는 5월 14일 류연수 감독의 첫 장편 영화 <보이 인 더 풀>이 개봉한다. 수영을 좋아하는 13살 소녀 석영과 물갈퀴를 가진 12살 소년 우주의 이야기를 담은 청춘 성장 드라마다. 갑작스러운 이사에 석영은 불만이 가득하다. 정든 친구들과 헤어지고, 작은 동네에서 수영을 계속해 나갈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하다. 엄마와 다툰 후, 무작정 찾아간 수영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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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원 에디터
2025.05.07
오피니언
도서/문학
[Opinion] 오렌지를 빵칼로 자를 수 있을까 [도서/문학]
『오렌지와 빵칼』 또한 그로테스크의 정서가 묻어난다. 책을 읽으며 불편함을 느꼈다면 그건 단지 책이 취향이 아닐 수도 있고, 자기 내면의 부정(不正) 혹은 부정(不淨)과 마주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로테스크의 순기능은 ‘마주침’이다. 실재를 직면하지 않더라도 예술을 통해 그 주변의 만남을 가장할 수 있다.
태국 여행 중 현지 친구가 내게 지어준 이름이 ‘오렌지(ส้ม)’였다. 새로운 이름은 새로운 시작인 것 같은 설렘이 있었다. 한동안 나의 닉네임은 오렌지로 채워졌다. 마침, 다음 읽을 책을 고민하던 찰나, 추천 받은 책이 『오렌지와 빵칼』이었다. 이 책을 선택하는 과정에 어떠한 촘촘한 계획이 없었음을 미리 밝힌다. 제목만 들었을 때는 귀엽고 통통 튀는 에
by
백승원 에디터
2025.04.30
리뷰
전시
[Review] 아름다움 뒤의 아름다움 – 알폰스 무하 원화전
‘예쁜 그림’ 너머에는 그보다 깊은 서사가 존재했고, 장식적 미학 뒤에는 신념이 있었다. 무하는 단순히 ‘아름다움에 능한 화가’가 아니었다. 그는 삶으로 예술을 살아낸 사람이었고, 자본의 논리 안에서도 자기 철학을 지켜낸 예술가였다.
알폰스 무하(Alfons Maria Mucha, 1860~1939) 알폰스 무하는 아르누보(Art Nouveau)를 대표하는 체코 출신 화가이자 디자이너다. 곡선 중심의 장식적 구도와 풍부한 색채, 이상화된 여성상을 특징으로 하는 ‘무하 스타일(Le Style Mucha)’은 순수미술과 상업예술의 경계를 허물며 유럽 대중문화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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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원 에디터
2025.04.30
오피니언
영화
[Opinion] 응답하라 2025 [영화]
2014년에 개봉한 스파이크 존즈 감독의 영화 <Her>는 2025년을 배경으로 하는 인간과운영체제(OS)의 서사다. 주인공 테오도르는 감정을 글로 풀어내는 데는 능숙하지만, 정작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데 서툰 인물이다. 그는 감성 편지를 대필하는 작가로 일하지만, 정작 아내와는 관계가 틀어져 이혼을 앞두고 있고 그마저도 회피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런 그가 인격을 가진 운영체제 ‘사만다’를 만나게 되고, 마침내 사랑에 빠진다. 당시에는 공상과학에 가까웠던 이 설정이, 어느덧 현실로 다가왔다. 생성형 AI는 자연언어를 기반으로 글, 그림, 정보수집 등 다양한 영역을 섭렵하고 있다. 피로한 인간관계 대신 GPT와 고민을 나눈다는 사람도 많아졌다. <Her>는 더 이상 먼 미래이기보다 이 시대를 향한 질문이다.
* 해당 오피니언은 스포일러를 포함합니다. 응답하라 2025(2013) tvN 드라마의 현재 위상을 있게 한 일등 공신은 <응답하라> 시리즈다. 과감한 캐스팅, 정교한 시대 고증, 그 시절 감성을 자극하는 향수(鄕愁)를 흠뻑 담아낸 응답하라는 ‘먼 듯하지만 가까운’ 과거를 통해 세대 간의 공감의 서사를 완성했다. 시청자 중 상당수는 그 시대를 직접 살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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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원 에디터
2025.04.24
오피니언
도서/문학
[Opinion] 못다 핀 꽃을 위하여 [도서/문학]
봄눈에 일찍이 이울어진 꽃을 담아두기로 했다. 봄을 쫓기에 부지런하지 못해도, 이렇게 사랑한다고 전하고 싶다.
봄맞이 출사를 계획하던 중, 이런 글을 보았다. “이번 봄은 다했네요. 올해는 안 오셔도 될 것 같아요.” 이상하리만치 추운 봄이다. 어제도 봄 외투를 뚫고 들어오는 매서운 바람에 먼저 상처받은 이는 꽃이었다. 안부를 묻자마자 봄비에 지는 것이 벚꽃이라지만, 시린 눈발과 만나는 일은 꽤 낯설고, 어색했을 것이다. 남들보다 한 발 느린 내게도 이번 봄은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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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원 에디터
2025.04.16
리뷰
도서
[Review] 발터 벤야민이라는 장르 - 고독의 이야기들 [도서]
『고독의 이야기들』은 꿈과 몽상, 여행과 이동, 놀이와 교육이라는 3부의 구성을 가지고 있지만, 실제적으로 그저 ‘발터 벤야민’으로 수렴한다. 다양한 이야기가 있는 만큼 독자 개인이 멈춰 서는 지점은 제각각일 것이다.
고독의 이야기들 『고독의 이야기들』은 발터 벤야민이 생전 남긴 단편들을 엮은 유고 문학집이다. 이 책은 이론가로서 익히 알려진 벤야민의 철학적 사유가 문학이라는 형식을 통해 어떻게 재현되는지를 보여준다. 이성의 영역과 환상의 영역 사이의 문턱을 넘나드는 꿈의 세계, 대도시 생활에 감도는 성애적 긴장감, 이동과 여행 중에 발휘되는 상상력을 비롯해, 유희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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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원 에디터
2025.04.14
오피니언
사람
[Opinion] 오늘은 홈프로텍터 [사람]
대학 졸업을 코앞에 두고도 미련을 버리지 못한 시간 끝에 오늘이 되었다. 이 쉼은 우연이 아닌 온전한 선택이다. 뒤처질까 하는 조바심에 주말도 편히 보내지 못한 이들에게 홈프로텍터로 잘 살고, 살 쉬는 법을 공유하고 싶다.
‘쉰다’는 말이 낯설게 느껴진다면 그때가 바로 쉼이 필요한 때다. 최근 ‘쉬는 청년’들이 120만 명으로 집계되었다. 혹자는 청년들이 게으르다, 눈이 높다고들 말하지만, 120만 명 중에 한 명으로서 제대로 된 명함 하나 없이 살아가는 한 사람이 얼마나 위태롭고 불안한지 잘 안다. 쉬는 것보다 잘 쉬는 게 중요한 때이다. 자취 4년 차, 유명한 집순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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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원 에디터
2025.04.09
리뷰
도서
[Review] 힘듦의 시각화 - 뇌가 힘들 땐 미술관에 가는 게 좋다
문장으로 끄집어낸 감정은 형태를 얻으면 그 무게를 덜었다. 『뇌가 힘들 땐 미술관에 가는 게 좋다』는 이와 같은 이치를, 예술이라는 더 크고 다정한 언어로 풀어낸다.
삶이 힘들다는 감각은 대개 조용히 다가온다. 너무 사소해서 말하기 애매한 불안, 이유 없는 무기력 같은 것들. 그래서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문장으로 끄집어낸 감정은 형태를 얻으면 그 무게를 덜었다. 『뇌가 힘들 땐 미술관에 가는 게 좋다』는 이와 같은 이치를, 예술이라는 더 크고 다정한 언어로 풀어낸다. ["감정과 느낌에 언어를 부여하는 행위가 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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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원 에디터
2025.04.07
오피니언
미술/전시
[Opinion] 비워낸 배경, 선명한 사람 [미술/전시]
워너 브롱크호스트는 타협한 절제가 아니라, ‘과감한 비우기’를 선택한다.
워너 브롱크호스트(Werner Bronkhorst)에 대하여 워너 브롱크호스트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으로 현재 호주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현대 미술 작가이다. 그는 SNS(@werner_bronkhorst)에서 120만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으며, 회화와 영상이 결합된 작업 영상을 공유하며 대중의 폭넓은 관심을 받고 있다. 그의 작업은 거칠게 채색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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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원 에디터
2025.04.02
오피니언
문화 전반
[Opinion] 더 아파야 한다 [문화 전반]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일은 늘 고통이다. 창작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되지도 않는 욕심을 버리고 무로 돌리는 과정에 가깝다. 그러나 오랜 다짐에도 하얀 종이 앞에 서면 꿈틀거리는 야망을 외면하기란 힘들다. 뭔가를 써야 한다는 압박, 새로워야만 한다는 강박. 정체 모를 불쾌한 구역질이 입덧처럼 찾아오고, 그 앞에서 쉽게 무너진다.
예술가는 종종 자기 작품을 “내 자식”이라고 부른다. 그저 비유에 그치는 표현이 아니다. 자녀는 부모를 닮듯, 작품 안에는 애틋함을 넘어 창작자 자신의 DNA가 녹아있기 때문이다. 예술은 공정을 거친 산출물이 아니라, 살을 떼어내는 자기 복제에 가깝다. 그래서인지 작가들은 입을 모아 이렇게 말한다. “이 작품은 곧 나예요.”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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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원 에디터
2025.03.27
오피니언
사람
[Opinion] 리더가 되라 [사람]
좋은 팀원이 되고자 한다면, 리더가 되어야 한다.
사람들은 흔히 리더가 되는 것을 두려워한다. 자신이 그 자리에 맞지 않는다고, 적합하지 않다고 말한다. 때론 말조차 하지 않고 조용히 한 걸음 뒤로 물러난다. 그 자리에 선뜻 나서지 않는 대신, '그 사람'을 찾는다. 이전에 비슷한 자리를 맡았던 익숙한 이름이 다시금 불린다. 자기에게는 ‘팀원’이 어울린다고 말한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좋은 팀원이 되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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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원 에디터
2025.03.19
오피니언
영화
[오피니언] 향수 - 화려함과 잔혹함 사이 [영화]
라깡은 ‘욕망은 결핍에서 시작된다’고 말했다. 욕구(need)는 요구(demand)로 표출되고, 충족될 듯 충족되지 않는 잔여물은 욕망(desire)으로 이어진다. 그루누이의 욕망 또한 자신의 결핍에서 비롯되었다. 흔히 사람들이 ‘무취’라고 말하는 것들에서도 고유의 향을 감각하는 천부적인 재능을 지녔지만, 결국 자기 몸에서 어떤 냄새도 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마치 그의 존재는 세상에서 지워진 듯 희미했다. 그는 이러한 소외감에서 벗어나고자 완벽한 향을 찾아가둠으로써 자기 존재를 증명하고자 했다.
욕망의 비극 18세기 프랑스, 생선 비린내로 가득한 시장에서 태어난 장 바티스트 그루누이(이하 그루누이)는 태어남과 동시에 버려졌다. 만약 그가 울지 않고 그대로 죽어버렸다면, 그의 존재는 오물과 썩은 내음 사이에 묻혀 흔적도 남지 않았을 것이다. 살고자 발버둥 치며 끝내 울음을 터트렸을 때, 자식을 버린 그의 어미는 사형을 선고받았다. 그루누이는 남다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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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원 에디터
2025.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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