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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기고
The Artist
[까막별] 홀씨
꽃이 진 자리에는
[illust by EUNU] 아직도 다 보지 못한 세상이 있다. '한 떨기 꽃이라 하길래, 나도 언젠간 맺게 될 거라 생각했는데.' 끝내 넌 맺지 않았다. 다시 씨로 돌아갈 일은 없다고 여겨왔는데. 한 뼘 남짓했던 곳에서 피워냈던 일들은 이제 먼지 한 톨에 불과하다. 얼마나 더 견뎌야 다음 세상을 만나게 될까. 내일은 참으로 냉정해서 성장통 없이 함부로
by
박가은 에디터
2025.12.03
작품기고
The Artist
[까막별] 외로운 달토끼 이야기
우리는 모르는 새 누군가의 간절한 내일이 되었는지 몰라
[illust by EUNU] 달에 사는 한 토끼가 있었어요. 토끼는 온종일을 별에 둘러싸여 지냈지만, 가까워질 수 없어 늘 외로웠어요. 토끼를 달래주는 건 가끔 마음을 타고 날아오는 이름 모를 염원들뿐이었어요. 어느 날 토끼는 생각했어요. '나는 왜 이곳에 홀로 남겨졌을까?' 그때 복작복작 소리를 내는 한 별이 보였어요. 서로를 위해 떡방아를 찧고 있는
by
박가은 에디터
2025.10.28
작품기고
The Artist
[까막별] 낙화
개화의 끝, 그리고
[illust by EUNU] 처음에는 화가 났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이별이 이것뿐이라는 것에. 진작 알았어야 했는데. 그동안 너의 키는 한 뼘도 자라지 않았다는 것을 왜 몰랐을까? 머무름은 우리에게 안정을 가져다주었지만, 점점 너는 좀처럼 벗어나질 않았어. 난 여전히 더 높이 날아보고 싶었는데. 그때 나는 너와의 이음새를 꺾었어. 잘라내고 나서야
by
박가은 에디터
2025.10.17
사람
Project 당신
[Project 당신] 간절하면 이루어진다고? 웃기고 있네 [버킷리스트]
어느 여름날, 나의 마음에 들어온 홀씨들에 대하여
가장 차가운 여름을 보냈다. 1순위로 여겼던 것이 더 이상 1순위가 아니게 됐다. 아끼던 취미가 일이 됐다. 내게 첫 영감을 주었고, 가장 자랑스러웠던 무대 위 꽃에게 더는 물을 주지 못하게 됐다. 어릴 적 꿈이라는 이름으로 지은 목표가 지워졌다. 지금껏 '간절함'에서 비롯된 열정으로 삶을 일궈 왔다. 그로 얻은 결과까지 진정으로 나의 몫이라 믿었다. 최
by
박가은 에디터
2025.09.30
작품기고
The Artist
[까막별] 파도
어제와 오늘의 경계에서
[illust by EUNU] 억겁을 퍼내고 산다던 바다는 자꾸만 내게 돌을 내려놓는다. 내 바다는 이리도 속이 좁나보다. 무심한 듯 뱉어낸 작은 조각들이 발 사이를 파고든다. 부드러운 돌, 까슬한 돌, 뾰족한 돌…. 파도가 깎아낸 매일이다. 오랜 어제에 또 쓸려 피가 났다. 아마 오늘 일도 오래도록 이곳에 남을 것이다. 살다가 바다가 생각날 때면 나는
by
박가은 에디터
2025.09.19
작품기고
The Artist
[까막별] 별의 그림자
닿을 수 없는 서로라서
[illust by EUNU] 그림자를 사이에 두었다는 건 나 또한 밤이라는 것 그림자를 등지고 섰다는 건 내가 그들의 주인이라는 것 건너편의 다른 별에게 묻고 싶어도 갈수록 더 멀어져서 닿을 수 없는 서로라서 영영 보이지 못한 그늘 벗고 가끔은 나도 햇살이고 싶어라 온 세상 물들이고 싶어라
by
박가은 에디터
2025.08.26
작품기고
The Artist
[별바라기] 10. 나의 바다
어지러이 낙하, 일렁이며 내가 걸어온 바다 속으로
[illust by EUNU] ‘그곳은 무엇이든 만들어내는 곳이었지.’ 잠시 내려두었던 파도가 내리는 빗살에 철썩였다. 성난 파도가 옛 기억을 싣고 떠밀려온다. 흐르는 운명에 다시 몸을 맡기고서 그의 이야기에 귀 기울인다. 가장 처음으로 돌아가 보는 거야. 건너오기 전에는 무엇이 있었는지, 왜 건너왔는지. 그런데 아무것도 그릴 수가 없네. 첫 장면을 떠올렸
by
박가은 에디터
2025.08.11
작품기고
The Artist
[별바라기] 9. 낙하
또다시 그 화살, 어지러이 낙하
“뒤돌아보지 않아.” 살점이 타들어 가는 줄도 모른 채로, 내일이라 여기는 곳에 겁 없이 칼날을 쏘아댔다. 궤도 없이 쏘아 올린 탓일까, 아니면 바닥에서 출발한 탓일까. “처음부터 날아오를 수 없었던 거야.” 포물선의 끝을 알면서도 손 쓸 수 없음에 질끈 눈을 감았다. ‘눈 감아도 우리의 내일이 앞에 선하구나.’ [illust by EUNU] 어지러이 낙
by
박가은 에디터
2025.07.30
리뷰
도서
[Review] 부디 헛된 여행이 아니기를 - 창조적 영감에 관하여 [도서]
산만함을 잃어버린 이들에게 새로운 영감을 안겨줄 수 있다면
꾸준히 해오던 것에 회의를 느끼는 요즘이었다. 무용한 것에 의미를 붙이려 애썼다. 스스로 증명하고자 그리고, 쓰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끝내 세상이 원하는 '눈에 보이는 성과'를 가져왔지만, 불안감을 잠재우기엔 역부족이었다. 철저한 이익구조로 돌아가는 이 딱딱한 세상은 예술을 그다지 반기지 않는다. 듣고, 만지고, 그리고, 쓰는 일은 산업의 발달에 이바지
by
박가은 에디터
2025.07.06
작품기고
The Artist
[별바라기] 8. 화살이 되어, 날아.
뼈가 다 닳아 없어질 때까지
붙잡고 싶어 샘의 곁으로 손을 뻗었다. 우습게도 일렁일수록 별은 모습을 감출 뿐이었다. 더 이상 샘은 내게 원하는 것을 주지 못했다. 다시 다음으로 달아날 때인 듯했다. [illust by EUNU] 나의 발끝이 닿을 수 있는 가장 높은 곳으로 향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그들은 손에 쥐어지지 않는다. 시작부터 놓여 있었을까, 펄쩍 뛰어올랐을까. 그것도 아니
by
박가은 에디터
2025.05.27
작품기고
The Artist
[까막별] 전시 [틔움]을 마무리하며 (2)
적막밖에 모르던 사막이 그리도 소란했다
2편 후기까지 모두 마무리하니, 정말로 전시가 끝이 났다는 게 실감이 나네요. 저는 이제 ‘틔움’의 여운을 잠시 내려두고, 다시 다음으로 향하려 합니다. 여러분께서 남겨주신 이야기들은 사막의 가장자리에 간직하여, 내일에 헤맬 때마다 꺼내보겠습니다. 다시 한번 귀한 발걸음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저의 세상을 함께 거닐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더
by
박가은 에디터
2025.05.13
리뷰
도서
[Review] 그림책에 그치지 않는 이야기 - 그림책 작가와 함께하는 그림책 만들기 7단계 [도서]
글과 그림을 한다면 꼭 만나보아야 할 질문들
글 쓰는 그림 작가가 된 지도 1년이 넘었다. 가끔 글과 그림 중 무엇이 우선인지 스스로 묻는다. 정답을 내릴 수 없는 질문인지라 매번 꼬리를 물곤 했다. '글과 그림을 뒤섞어 놓을 수는 없을까?' 전시를 준비하는 내내 이 질문은 나의 머릿속을 괴롭혔다. 작품의 바로 옆에 글을 가져다 두려 하니 왜인지 딱딱한 캡션처럼 느껴지고, 글을 빼고 그림만 두자니
by
박가은 에디터
2025.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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