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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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속사정] 바다 3 (完)
나는 계속해서 바다를 향해 걸어갔다.
초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아버지 일자리 때문에 급하게 이사를 해야 했다. 아쉬움보단 기대감이 더 컸다. 수많은 계단을 올라 집에 가는 것보단 계단을 내려가는 집이 더 편해보였다. 그 집이 빛이 들어오지 않아 아무리 쓸고 닦아도 곰팡이가 피어나는 곳이라는 건 나에게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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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기운,지운] 에필로그
우리는 분명 홀씨와 햇살과 빗방울만큼의 서로 다른 사람임이 틀림없지만, 한 풍경 안에 우리가 함께 존재한다는 것. 그 풍경을 떠올리는 우리가 분명 같은 풍경을 상상하고 있을 것이라는 사실이 중요했다.
내 이름은 -2월 17일 지운. 지은씨의 ‘지’와 기운의 ‘운’에서 따온 이름이다. 지혜 지와 구름 운이 합쳐진 내 이름은 아빠의 독단으로 지어졌다. 웃기게도 지은씨는 아직도 그 사실을 모른다. 모르지만, 내 이름을 부르는 걸 좋아한다. 지은씨의 목소리는 남들의 목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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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에서 시작하는 이야기] 0번째 이야기, 그리고 첫 번째 이야기. '엑스가 두번이면'
0에서 시작하는 이야기. 첫 번째 이야기.
0번째 이야기. '0에서 시작하는 이야기'에 대해 (기획의도) 최근 지방에서 꿈을 위해 상경했습니다. 자연스레 취업준비생들을 포함한 20대 또래 중후반 청춘들의 이야기에 유독 더 자주 눈길이 가곤 합니다. 영화던, 책이던, 드라마던 무엇이 되었던 간에 20대 중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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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기운,지운] 거짓말/마음/떠남
다음에 만날 때는 우리가 그동안 쌓아온 이야기의 한 장을 매듭지어도 좋을 것 같다고 지은은 기운에게 말했다.
거짓말 지은의 부모님은 지은이 오래전 자신의 방에 데려온 친구가 남자애라는 사실을 모른다. 그저 지은의 엄마는 평소처럼 딸의 친구를 위한 전기장판과 이불을 미리 준비해두었고, 지은은 매트리스 기운은 전기장판 위에 누워 같이 영화를 봤다. 지은의 부모님은 딸의 방에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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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불] 까마귀
스물아홉이나 먹어서 무슨 어린애 같은 짓이냐고 꾸지람 들을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아홉 살 때나 열아홉 때나 지금이나 똑같은 꾸지람을 들어왔다. 그럼 대체 나는 언제 어린애 같을 수 있었던 거지?
레진 몇 조각을 손톱에 얹고 기계로 굳히기를 반복하다 보니, 어느새 손톱이 알록달록하게 가득 채워지고 있었다. 꽤 오랜 시간 탐내던 반짝이는 동심이 손 위로 얹어진 듯했다. 오직 나만의 기준으로 형성된 엉성한 미(美)라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물론 누군가 세련된 취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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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기운,지운] 홀로/어느 날의 일기/혼자가 아닌
그들은 말하자면 눈을 치워서 길을 만들고, 상대의 머리에 모자를 씌워주며 살아왔다.
홀로 갑자기 혼자가 되어버린 일은 긴 시간을 함께 보낸 사람과의 다름을, 나 자신을 찾아가는 일이었다. 요즘 지은은 심심할 때마다 일기장을 읽는다. 일기장 속 기운과 다른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중이다. 비슷한 점이 많아서 같이 살아갈 수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지은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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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속사정] 바다 2
내가 그날 바다에 가지 않았더라면
‘퍽이나’ 예상하지 못했던 소리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민석의 결혼 소식이 터무니없게 느껴진 이유는 민석과 알고 지내는 동안 여자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기 때문이다. 몇 년전 민석과 같이 다녔던 토익학원에서 있었던 일이다. 토익 스터디원 중 여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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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불] 까마귀
눈앞에는 작은 파츠들이 와르르 쏟아져 있었다. 형형색색의 비즈 조각들과 반짝거리는 레진 작품들, 작은 사탕처럼 생긴 구슬들 사이로 조그만 조개 하나가 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엄지손톱엔 어떤 파츠*를 붙여드릴까요?" 그녀의 말이 쓸데없는 생각들에 잠겨있던 나를 다시 현실로 꺼내왔다. 눈앞에는 작은 파츠들이 와르르 쏟아져 있었다. 형형색색의 비즈 조각들과 반짝거리는 레진 작품들, 작은 사탕처럼 생긴 구슬들 사이로 조그만 조개 하나가 내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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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기운,지운] 동맹/습관
습관은 한순간에 고칠 수 없어서 그들은 서로의 미숙함에 웃으며 혹은 서로의 부재를 실감하며 살았다.
동맹 너는 만약 다른 사람들을 영원히 못 만나고 지운이랑 단둘이 살아야 한다면 어떨 것 같아? 지은은 간혹 기운에게 물었다. 기운은 웃으며 너는 어떤데, 되묻고 끝내 답을 안 했다. 답을 하는 건 매번 지은이였다. 나는 너희랑만 살아야 한다면, 그건 괜찮을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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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속사정] 바다 1
내가 그날 바다에 가지 않았더라면
오랜만에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이번에 대출을 받아 차를 뽑았으니 시승식 겸 오랜만에 얼굴이나 보자는 내용이었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그냥 집에나 있고 싶었다. 그러나 이번에도 그랬다간 또 귀찮은 일이 생길 것 같아서 마음에도 없는 말을 내뱉었다. “나는 언제든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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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기운,지운] 지운
지은은 이상한 세계의 연약한 어른들 속 단단함을 가진 아이로 성장한 그 아이를 볼 때마다 경이로움을 느꼈다.
지운 지은과 기운은 그들이 각자의 집을 마련하기 전까지, 딱 한 번 크게 싸웠다. 기운이 지운이를 집으로 데려왔을 때. 백일이 넘어 갓 걷기 시작한 지운을 친엄마로부터 데려온 건 기운의 독단이었다. “보육원에 데려가기 전에 문자 보내는 거라고 하는데, 그 길로 회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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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와 별] 개와 고래의 시간
모든 것이 천천히 낡아가는 계절이었다
<개와 고래의 시간>은 영화 프리퀀시(2000)의 설정을 빌린 글임을 밝힙니다. * 1-1. 아버지는 열일곱 살 난 적 담배를 배웠다고 했다. 빨갛게 타들어 가는 연초 끝으로부터 시선을 올리면, 어김없이 심 굵은 머리를 슬슬 쓰다듬는 친부의 손길이 느껴졌다고. 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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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기운,지운] 만남
“시간이 참 빨라.” 지은이 말하면, “시간이 빠르지.” 기운이 답했다.
만남 유독 겨울치고는 날이 따뜻했다. 손대지 않은 음악의 소리가 커서 바로 옆자리에 앉아있는 학생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펼쳐 읽고 있던 책은 오랜만에 마음에 들었기에 음악이 귀를 뚫고 들어오는 것 같았지만 그대로 둔 채 책을 읽어나갔다. 그 순간이었다. 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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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불] 까마귀
어릴 적 내 별명은 까마귀였다. 온갖 반짝거리고 쓸모없는 것들은 지나치게 좋아했기 때문이다. 하굣길에 내가 너무 늦게 들어와 걱정하던 엄마는 늘 예쁘다고 골라온 돌들로 주머니가 불룩해진 작은 나를 마주해야 했다.
어릴 적 내 별명은 까마귀였다. 온갖 반짝거리고 쓸모없는 것들은 지나치게 좋아했기 때문이다. 하굣길에 내가 너무 늦게 들어와 걱정하던 엄마는 늘 예쁘다고 골라온 돌들로 주머니가 불룩해진 작은 나를 마주해야 했다. 엄마와 손을 잡고 지나가던 상점에 반짝거리는 무언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