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갈 수 있는데 태워주셔서 감사드려요. 날씨가 추워졌더라고요. 지하철 도착 시간 보다 8분 일찍 도착했지만 그래도 감사합니다.
아빠가 말씀해 주신 세 손가락 안에 드는 듀엣곡. 회기로 오는 50분 동안 반복해서 들었어요.
저도 모두 알던 노래인데 또 감회가 새롭더군요.
K팝스타를 항상 챙겨보셨잖아요. 덕분에 제 인생에서도 노래는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가 됐어요. 주입식 교육이 무섭긴 한가 봐요. (그런적 없다고 하셨지만)
특히 정승환과 박윤하의 '슬픔 속에 그댈 지워야만 해'. 벌써 10년이 지났네요. 제가 13살, 초등학교 6학년 때 처음 들었던 노래인데. 나이가 들수록 다르게 들려요. 저만의 어린 왕자랄까요.
오늘은 정승환의 멀리 밝아오는 새벽하늘 바라보아요-가 제일 좋고, 내일은 박윤하의 후회할지도 모르지만-이 제일 좋기도 하더라고요. 날 것의 목소리의 떨림이 아름다워요.
정제되지 않은 풋풋한 목소리들에서 진한 진정성이 느껴져요.
진심은 언제나 통하나봐요.
제목을 몰랐어요. 첫 소절 그리고 멜로디를 흥얼거릴 수는 있는데 말이죠.
난 난 눈을 감아요- 라고 한 소절 불러주시던 아빠도 그러하셨을까요. 저 시기를 살아보진 못했지만, 90년대의 감성이 물씬 느껴지는 음악이에요. '그대 안의 블루'라는 영화도 너무 궁금해지네요.
김현철의 조화로운 재즈 발라드 그리고 이소라의 세련된 목소리. 사랑은 아니지만 우리의 만남-을 외치는 가사도 완벽해요.
사랑에 이름 빼앗기지 못할 만남의 시간들 그리고 빛으로 물들어 또 다시 흐르는 시간들.
아빠는 어떤 시기에 이 노래를. 어떤 기억을 이 노래에 투영하고 있을까요.
헤어질 결심의 모티브가 되었다죠.
한동안 푹 빠져있던 노래였어요. 정말 이 노래만을 위한 영화. 꼭 맞아요. 정훈희 혼자 부른 원곡 그리고 송창식과 함께 부른 듀엣곡. 다른 버전의 노래라기 보다는 아예 다른 노래 같아요.
묵직하게 치고 나오는 송창식의 목소리는 가히 예술이네요. 단순히 듀엣이라 하기엔 아쉬울 정도로 훌륭한 기타 반주도 빼놓을 수 없어요. 제목까지 완벽한 안개. 제가 아는 노래 중 가장 쓸쓸하고 인생을 가장 닮아 있는데 아빠도 그러신가요.
아무래도 우리 엄마는 노래를 잘 안들으시잖아요. 제 노래 취향의 팔할은 아빠에게서 왔다는 뜻이죠. 그러니 더 더 추천해주세요. 노래를 빌려 이야기를 해주세요.
아빠의 세 손가락은 10대, 20대 그리고 70대를 담고 있네요. 좋은 솔로곡은 많지만 좋은 듀엣곡을 찾기란 어렵잖아요.
좋은 솔로, 좋은 듀엣, 그리고 좋은 그룹이 될 수 있도록 무럭무럭 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둘째딸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