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잘 지내시나요?
봄 날씨가 항상 그렇긴 하지만, 요즘 들어 날씨가 더욱 들쭉날쭉한 것 같습니다. 감기 조심하세요.
글의 제목을 읽은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이번 글은 저를 소개하는 자리입니다. 저에 대해 소개하기 전, 우선 제 이야기를 들어주실 분들께 안부를 한번 물어보았습니다. 그리고 더 부드럽게 존댓말을 써서 글을 쓰고 있습니다.
본격적으로 제 이야기를 시작해 보려 합니다. 항상 글에서 시작을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입니다. 시작할 때 발을 잘 디뎌야, 그다음도 술술 풀려간다는 생각이 있어서요. 이번 글도 어떻게 어디서부터 시작할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저에 대해서 어떻게 설명해야 이 글을 여러분들께도 전달될까요.
저를 인터뷰할 수 있다면 정말 좋을 텐데, 아쉽게도 자신을 인터뷰하기란 어려운 일입니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 그렇다면 자신이면서도 오늘의 자신과는 살짝 다른, 어제의 저와 '일상'을 주제로 인터뷰해 보기로 합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3월 31을 기점으로 어제, 그러니까 30일의 제 일상을 따라가며 한번 저를 소개해 보고자 합니다. 마침 30일은 일요일, 제가 일주일 중 가장 자유로운, 자신다울 수 있는 요일입니다. 그럼, 한번 제 일상을 따라가 보겠습니다.
에디터가 관람한 연극의 빈 무대 사진
저는 웬만하면 저만의 정해진 루틴이 있는 편입니다. 일요일마다, 저는 웬만하면 연극을 보러 대학로로 나섭니다.
원래는 어느 요일이든 원하는 요일에 마음대로 공연을 보러 갔었는데, 이번 학기에는 평일에 늦게까지 강의가 있어 어쩔 수 없이 일요일에도 사람이 많은 대학로로 기어 나와야 합니다. 어제도 그랬고요.
일요일 대학로는 사람이 항상 너무 많습니다. 그래서 좀 끔찍합니다. 제 공연을 본 뒤의 루틴은 항상 카페에 앉아 있는 건데, 주말에는 카페에 자리를 잡기가 너무 어려워 쉽지 않은 일입니다.
오랜만에 연극을 봤다고 말하고 싶었는데, 다시 확인해 보니까 3일 연속으로 연극을 봤더라고요. 어쩐지 객석에 앉자마자 허리가 너무 아팠습니다.
살짝 과하게 많이 봤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고, 저도 그랬지만 막 흔치 않은 일은 아닙니다. 뒤에 이어질 글에서 쭉 말하겠지만, 저는 연극을 정말 좋아합니다. 연극 하나로 저에 대해 많은 부분을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제 봤던 연극은 지인들에게 추천을 아주 많이 받았던 극이었습니다. 3시간 가까이 되는 공연이라 걱정했지만, 걱정이 무색하게 3시간 내내 집중해서 봤습니다. 오랜만에 심장이 뛰는, 정말 좋은 연극이었습니다.
제 삶에서 연극은 정말 많은 부분을 차지합니다. 매주 연극을 보러 다니고, 연극에 대해 계속해서 글을 쓰는 자신을 보며, 매번 제가 연극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느끼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연극을 좋아하는지에 대해서도 가볍게 질문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잠시 조금 더 과거의 제 말을 빌려와 보겠습니다. 한 번은 제가 생각하는 연극에 대해 진지하게 말해볼 기회가 있었고, 그 자리에서 연극은 소외된 존재들의 목소리를 끌어오는 곳이며, 거기에 의미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연극을 보는 사람으로서도, 연극을 만들고 싶은 사람으로서도 똑같은 생각입니다.
연극과 같은 예술, 이야기의 의미는 간접 체험에 있습니다. 이야기 속에서는 왕족이 되어볼 수도 있고, 도적이 되어볼 수도 있고, 평소 성격과는 완전히 정반대가 될 수도 있고, 무엇이든 될 수 있습니다. 이야기만이 가지는 정말 멋진 능력입니다. 이야기 속에서 우리는 여러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창작자는, 작품을 향유할 사람들이 어떤 목소리를 듣게 할지 결정하게 됩니다.
특히, 연극에서 어떤 사람의 목소리를 들을지는 더더욱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극장이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이뤄지는 예술인 만큼, 연극은 현장성이 강합니다. 같은 공간에서, 연극을 보는 관객들, 그리고 연극을 만들어내는 배우를 비롯한 창작진들까지. 직접적인 상호작용이 있지는 않지만, 극장 안의 모든 사람이 함께 하나의 공간에, 같은 공기를 마시며 존재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는 예술입니다. 그리고, 연극이 진행되는 시간만큼은 모두가 무대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수 있습니다.
목소리는 특히 직접 발화되었을 때 더더욱 힘이 있습니다. 무대 위 목소리를 듣다 보면, 매번 나와는 다른 새로운 삶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 사람들이 느꼈을 생각, 감정과 호흡하고, 그 사람의 이야기에 깊이 귀 기울이는 시간이 좋습니다.
어떤 분이 해주셨던 말씀을 인용해 보면, 숏폼과 릴스가 일상에 자리 잡으며 한 사람의 말을 오랜 시간 동안 들어주기 어려운 시대가 왔습니다. 타인의 긴 말에 귀 기울이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것 같습니다. 그런 세상일수록, 한 사람의 말을 오랫동안 들어줄 수 있는 연극이라는 공간이 소중해집니다. 삶에서, 누군가의 말을 오랫동안 들어볼 기회가 있을까요. 이런 생각을 하며 극장에서 나옵니다.
혜화역과 한성대입구역 사이의 길
연극을 다 봤으니, 이제 밥도 먹고 커피도 마시러 가려 합니다. 특별한 선약이 없다면 원래는 혼자서 밥을 먹는 편이지만, 어제는 우연히 극장에서 지인을 만나 같이 밥을 먹고는 카페로 향했습니다.
혜화 쪽에서 최대한 해결하려 했으나, 아쉽게도 오늘은 항상 가던 카페에 사람이 가득했습니다. 지인과도 헤어지고, 대신 사람이 비교적 적은 한성대입구역 쪽으로 향합니다.
오랜만에 온 좋아하는 카페에서 파이를 먹습니다. 파이를 맛있게 먹으며 글을 씁니다. 아까 봤던 연극에 대해서, 연극 속 목소리를 들으며 어떤 생각을 했는지 길게 글을 씁니다.
원래는 후기를 쭉 적은 후에는 자유롭게 쓰고 싶은 글을 쓰는 편이지만, 학기 중인 만큼 어쩔 수 없이 과제를 합니다.
조용한 공간, 제일 좋아하는 디저트를 먹으며 자신에게, 지금 쓰고 있는 글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너무나도 소중합니다. 그래서 카페에서 글 쓰는 일을 정말 좋아합니다. 카페에서 온전히 제 생각을 담은 글을 쓰다 보면, 저에게 더더욱 깊이 집중할 수 있는 기분입니다.
과제로 주어진 글을 읽고, 자유롭게 감상문을 씁니다. 쓰고 고치고 다시 쓰기를 반복하다 보니 어느새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 됩니다.
에디터와 3년을 함께해주고 있는 이어폰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늘 음악을 듣습니다.
최근에는 9와 숫자들의 라는 노래에 꽂혀 있습니다. "높은 마음으로 살아야지 낮은 몸에 갇혀있대도"라는 가사가 맘에 듭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단순히 좋은 가사를 넘어 마음에 콕 박히는 느낌이 있습니다.
그렇게 가장 저 다운, 그리고 평범한 하루를 보내고 다음 날을 맞이하러 갑니다. 또 다음 일주일은 바쁜 시간이 되겠지만, 그럼에도 담음 하루는 조금 더 높은 마음으로 살아가기로 결심하며, 일상을, 그리고 글을 마무리합니다.
가볍게 어제의 저를 통해, 저를 소개해 보았습니다. 저에 대해서 많은 부분을 설명했다는 생각과, 아직 설명하지 못한 부분이 너무 많다는 생각이 동시에 듭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자신을 소개하는 데에는 나쁘지 않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
글을 마무리 역시 여러분들의 안부를 물어보고 싶습니다. 잘 지내시나요? 어제는 어떤 하루를 보내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