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아이, 현재의 어른 어딘가 그 중간을 왔다 갔다 하며 글을 쓰는 사람이 있다. 지난 삼 년간, 아트인사이트는 지친 내게 ‘그럼에도 쉬지 않고 무언가를 할 수 있어’라고 말해 주는 소통 창구가 되어줬다. 에세이, 오피니언, 리뷰 등 다양한 부류로 자유롭게 글을 썼다. 글감을 정하고 글을 쓴 적도 있고, 지금 느낀 생각과 감정들을 서랍에 책을 넣는 것처럼, 켜켜이 플랫폼 속에 밀어넣었다. 내가 쓴 글감들과 날짜들을 대조해 보니 이때쯤엔 이런 일이 있었구나, 그래서 내가 해당 주제로 글을 썼구나 하며 시간을 읽을 수 있었다. 당시의 내 모습이 조금 더 또렷하게 보였다고나 할까.
나는 어른 아이다.
네이버에 ‘어른 아이’라 치면 피터팬증후군이 먼저 나오는데, 몸은 성인이지만 마음은 어린 시절에 머무는 형태로 산다고 한다. 어른이 되기 싫다는 회피적 태도에서 지루한 일을 피하거나 부모에게 전적으로 의존한단다. 허나 내가 스스로 말하는 어른 아이란 생각할 수 있는 시간= 여유로움이다. 빡빡한 현실에서 잠시 벗어나 재밌는 현상들을 찾아내기도 하며, 내가 느끼는 감정들도 풀어놓는 놀이터, 대나무숲같은 공간 말이다. 지금까지 87건의 글을 등록하며 오피니언으로는 재밌는 문화현상을 에세이로는 내가 느꼈던 일상의 감정을 에피소드로 풀어냈었다. 그중 기억나는 세 편을 소개해 보려고 한다.
▶ [Opinion] 겨울, 대세는 붕세권! [음식] – 아트인사이트
첫 번째는 「겨울, 대세는 붕세권!」이라는 오피니언 기고 글이다. 매섭게 바람이 불고 눈이 오는 날이면 더 생각나는 붕어빵. 당시 에디터 활동을 하고 육 개월 정도 됐을 때였을까. 말 그대로 재밌는 현상을 쓰고 싶었다. 붕어빵에 대한 역사? 종류? 만드는 법을 풀까? 여러 방면으로 생각했지만 너무 식상하다 생각했다.
나는 ‘에라모르겠다붕어빵이나 먹으면서 생각하자’라고 말하며 지갑을 들었다. 그런데 순간 붕어빵 파는 곳이 떠오르지 않았다. 내 머릿속을 번뜩이게 하는 건 ‘어디서 팔지?’였다. 때마침 붕어빵 어플이 있다는 것을 알았고, 붕세권이라는 단어를 쓴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개발자의 필요에 의해서 만들어진 ‘붕세권’은 실로 매력적이다. 붕어빵 맛집 혹은 사용자의 제보를 받아 등록된다는 점에서 재밌다. 뿐만 아니라 붕어빵의 변신도 각양각색이다. 미니 붕어빵에서 잉어빵까지 크기부터 속 재료까지 재료와 모양이 천차만별. 추운 계절에 걸맞은 붕어빵의 무수한 모습은 링크를 통해 전문으로 볼 수 있다.
▶ [에세이] 노견을 키우는 시간 – 아트인사이트
두 번째로 내가 꼽은 에세이는 「노견을 키우는 시간」이다. 아직도 글을 읽으면 당시 감정들이 가슴을 훅 비집고 올라온다. 반려견이 무지개다리를 건넌 후 전에 썼던 글도 사진도 아팠던 사진도 안 보려 노력했다. 어쩔 땐 괜찮았다가 생각하면 마음 아팠다가 일 년이 넘은 시점 ‘이젠 괜찮을 거야’라고 생각했는데. 잊힌다 해도 아직 다 잊히지 않았나 보다. 살면서 가장 더디게 가면서도 빠르게 간 시간이었으니까.
노견, 노묘를 케어한 사람들이라면 알 것이다. 아픈 반려견을 케어하는 게 얼마나 가슴 찢어지는 일인지를……. 말이다. 조금만 버텨주기를 혹은 아픔이 줄어들기를, 간절히 바라며 하루하루를 버텼다. 내가 했던 모든 시간들이 최선인 것일까? 자책과 후회, 미안함, 행복함 여러 감정들이 뒤섞였던 그때를 버틸 수 있게 했던 것 역시 녀석 때문이었다.
▶ [Opinion] 여러분은 지금 행복한가요? – 나 혼자 산다 [드라마/예능] – 아트인사이트
세 번째로 꼽은 오피니언은 예능 나 혼자 산다 배우 ‘구성환’ 편이다. 에세이를 쓸 때 나는 항상 우울하고 슬픈 주제를 가져온다. 가령 삶이란, 행복이란, 슬픔이란? 물음표를 달고 꼬리에 꼬리를 물고 적다 보면 그렇게 되더라. 그런 물음에 대해 명쾌하게 행복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명쾌하게 배우 구성환은 대답했다.
비가 오는 날이면 우산을 쓰지 않고 걸었고, 한강 햇빛에 비친 윤슬이 보였고, 눈이 많이 내리는 날 걸어가는 길에 소복이 쌓이는 눈 밟는 소리와 흙냄새가 폐까지 들어오는 느낌이 너무 행복하다고 느꼈단다.
하루하루에 충실해서 쌓아온 지금의 모습에 만족하는 모습을 보며 나도 함께 힐링 됐다.
지금까지 가까운 과거부터 현재까지 내가 꼽은 내 글들을 소개해 봤다. 훗날 어떤 글감과 이야기들로 나의 시간들을 되돌아보게 될까? 꽤 재밌을 것 같다. 과거와 현재 그 어디쯤 서 있는 내 모습을 상상해 보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