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봄, 아트인사이트 에디터 활동을 시작하였다. 당시에는 내가 쓴 글이 모두에게 공개된다는 경험이 처음인지라, 가급적 나의 주관적인 견해들이 글 속에 담겨지는 것을 최대한 조심스러워했다. 그럼에도 나의 사심을 숨기지 못하고 쓴 글이 있었는데, 바로 당시 좋아하던 아이돌 그룹의 활동 종료 소식에 대한 글이었다.
그로부터 몇 달 뒤, 걸그룹 ‘러블리즈’의 활동 종료 소식 또한 전하게 되었다. 여자친구와 동시대에 활동했지만 러블리즈의 음악은 뒤늦게 좋아하게 되었는데, 아마도 음원 스트리밍 어플에서 사용자 취향에 맞는 자동 AI 음원 재생이 한창 보편화되었던 시기였을 것이다. (원문 : https://www.artinsight.co.kr/news/view.php?no=56869)
아무래도 K-POP을 들을 때면 여자친구의 음악을 주로 듣다 보니 이와 비슷한 서정적이면서도 역동적인 음악들이 여럿 재생되었는데, 그중 한 곡이 러블리즈의 ‘백일몽’이었다. 타이틀곡은 아니었지만 이미 팬들 사이에서는 명곡으로 손꼽히는 곡이었고, 특유의 서정적이면서도 강렬한 사운드와 독특한 코드 진행으로 어우러지는 탑라인이 나에게는 굉장히 신선하게 다가왔다.
러블리즈 '백일몽'
여자친구와 러블리즈는 당시 활동했던 다른 그룹들보다도 음악적 완성도에 있어 팬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 무엇보다 타이틀곡 못지않은 수록곡들의 수준 높은 퀄리티는 이들 팬들에게 있어 가장 큰 자부심이었다. 이전에 글을 썼을 때는 대표곡들 위주로 소개하였는데, 이번에는 ‘백일몽’과 더불어 조금 더 다양한 수록곡 명곡들을 소개해 보려 한다.
여자친구의 음악적 색깔을 표현하는 단어 중 하나로 ‘격정아련’이라는 말이 있다. 이러한 음악적 스타일은 타이틀곡 ‘밤’이 수록되어 있는 미니 6집 ‘Time for the moon night’ 이후로 본격화되었고, 그 표본이라 할 수 있는 ‘휘리휘리’가 이 앨범의 네 번째 곡으로 수록되어 있다.
여자친구 '휘리휘리'
여자친구의 미니 8집 ‘回 : LABYRINTH’는 소속사가 대형 레이블에 편입된 직후에 발매되어 다양한 컨셉에 새로이 도전하며 과도기적 성격이 짙게 느껴지는 앨범이다. 이에 호불호 짙은 평가를 받기도 하지만, 나는 이 앨범을 여자친구의 명반 중 하나로 꼽는 편이다.
해당 앨범에 수록된 다양한 스타일의 수록곡 중에서, 나는 ‘격정아련’의 끝을 보여주었던 ‘지금 만나러 갑니다’라는 곡을 좋아한다. 5년이 지난 지금도 이 곡에 버금가는 전율을 느낀 K-POP 음악이 전무할 정도로, 이 곡은 내가 당시 느꼈던 감정을 다시 느끼고 싶을 때마다 언제든지 찾게 되는 음악이 되었다.
여자친구 '지금 만나러 갑니다'
러블리즈는 멤버 8명이 모두 메인보컬이라는 애칭이 붙을 정도로 가창력이 장기인 그룹이다. 이로 인해 타 아이돌 그룹에 비해 굉장히 많은 발라드 곡을 선보였다. 그중에서도 활동 당시 마지막 발매 앨범이었던 ‘Unforgettable’의 수록곡 ‘절대, 비밀’이라는 곡을 좋아한다.
초창기 러블리즈의 프로듀싱 팀이었던 1Piece의 ‘DAVINK’가 작곡을 맡아 러블리즈 음악의 근본이라 할 수 있는 신스 편곡의 황홀함을 마음껏 느낄 수 있음과 동시에, 오랜 기간 쌓아온 멤버들의 연륜이 어우러져 곡에 담겨 있는 감정을 여과없이 이해할 수 있다.
러블리즈 '절대, 비밀'
이전에 썼던 글들을 대상으로 셀프 큐레이션을 하게 되었을 때, 이 두 가지 글을 선택한 이유에는 두 가지가 있다. 첫째로, 당시 글을 썼을 때는 에디터로 활동한 지 1년이 조금 넘은 시점으로, 서두에서도 언급하였지만 나의 글에 주관적인 견해가 담겨지는 것을 조심했을 때였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그룹에 대한 글을 쓰고, 그러다 보니 글에 진심이 조금씩 담겨지기 시작했고, 나의 생각에 공감하는 댓글도 달리기 시작하며 이후로는 글을 쓸 때 나의 생각을 담는 것에 있어 부담을 갖지 않게 되었다.
둘째로는, 이 글들을 쓰고 약 4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 여자친구와 러블리즈는 완전체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돌아왔다. 당시 그렇게나 좋아했던 팀들이니만큼, 나는 두 그룹의 콘서트를 모두 다녀왔다. 다시는 볼 수 없을 것만 같았던 아쉬움과 슬픔을 꾹꾹 눌러 담아 글을 썼던 4년 전에는 상상이나 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