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사춘기가 그러하듯이 온 세상의 짐을 혼자 짊어지느라 인생의 온갖 외로움을 끌어다가 굳이 느끼던 때가
있었다.
책상에 엎드렸다. 잠이 많은 학생 중 하나로서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였다. 대부분의 시간에는 잠을 잤지만 그 중 몇 시간은 남몰래 우는 시간으로 쓰기도 했다. 군중 속의 눈물, 아, 어찌나
고독했는지. 친구 한 명 쯤은, 혹은 어떤 선생님이라도 “일어나!” 다음으로 “왜
울어?”라고 물어봐주길 바랐었다. 그러나 매일 자는 학생을
깨울 사람은 없었다.
너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무엇이냐고, 새해가 되기 직전인 두어 달
전에 그가 물었다. 그건 내가 당시에 사람들에게 종종 묻고 다니던 질문이었는데, 당신은 내 대답을 적은 엽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 질문에 대한 사람들의 대답들을 적어 선물한 엽서들이 서른 장 남짓. 그리고
나의 대답을 적어 전달한 엽서 한 장.
“올해는 덜 울었으면.” 당신은
여지껏 내가 울음을 덜어낼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럴 사람이라는 걸 안다. 그래서 눈물을 감추는 것이 편한 내가, 그렇게 썼다.
버스 창문을 꽉 막고 있는 불그스름한 커튼 사이로 햇살이 비추었다. 태양이라는
하나의붉은 점으로 수렴하기 위해서, 먼지뭉치들이 햇살 한 가닥마다 타고 올랐다. 눈물은 볼을 타고 아래로 흐르고 있었다.
잠시 뒤면 당신을 만날 터였다. 당신 앞에서 울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나는 웃고 있을 터였다. 그저 눈물이 지금 흐른 탓이다. 쉽게 웃는 내가 당신의 실없는 소리 앞에 서 있을 탓이다.
내가 당신의 부은 눈을 알아차리는 만큼, 당신은 그러지 못한다. 그저 내 앞에서만 유독, 당신의 실없음을 드러낼 뿐이다.
나를 살펴보는 찰나의 눈빛들이 모여 당신의 표정을 만들어낸다. 그
표정들이 그려지더니, 이내 내 눈물들이 먼지뭉치들과 한 데 뭉쳐서 태양을 향해 흘러가다가, 말라버리고 말았다.
내 표정들은 그런 것들을 모아내지 못하므로, 나는 오늘 당신의 부은 눈에 대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