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프로그램 관련 일정이 잡혀 있어 뜻밖에 하루 일을 쉬게 된 날이다.
오리엔테이션도 예상보다 일찍 끝나 오후부터는 시간이 꽤 남았다. 일터로 갈수도 있었지만 구태여 그러고 싶지는 않은 기분이 들어 이런 때 아니면 언제 이렇게 놀아보겠냐는 생각으로 나에게 휴식을 주기로 결정했다.
이전에 들렀던 내 맘에 쏙 드는 카페가 떠올라, 가자고 스스로에게 말을 건네며 정류장으로 향했고 도착하자마자 내가 탈 버스가 정차했다. 오늘은 시작부터 잘 풀릴 것 같다.
카페에 도착하니 사람이 많아 일단은 아무 자리에나 앉았다. 점심 때쯤이라 배도 고프고 하니 요거트 볼 하나를 주문했다. 시간이 좀 걸려 기다리는 중에 앉고 싶었던 자리에 있던 손님이 떠나 곧바로 그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오늘따라 하늘도 맑고 햇살마저 유리창 너머로 따스하게 내리쬔다. 생각보다 양이 많고 배도 차는 요거트 볼이 나왔고, 햇빛을 받아 사진도 아름답게 담겼다. 배를 건강하면서도 든든하게 채우고 난 후 커피를 곁들이며 한가로운 오후의 여유를 만끽했다.
Brigitta Schneiter via Unsplash
자매 두 명이 함께 운영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아 늘 가지고 다니는 포토 프린터로 사진 하나를 뽑아 드리면서 말문을 열었다. 어쩌다 여기에 카페를 열게 됐는지, 요거트는 직접 만드는 건지, 원래는 어디에 카페를 열려고 했었는지 등등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낯선 사람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뒤에 앉아 계시던 할아버지 한 분이 눈에 들어왔다.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몰라도 그 순간을 남겨 드리면 좋겠다 싶어 어르신께도 사진 한 장을 건네드렸다. 내가 드린 사진을 손에 쥐고 바라보며 걸어가는 뒷모습을 보자니 그게 뭐라고 또 그렇게 마음이 따뜻해진다.
한곳에 오래 머무르는 편은 아니다 보니 아직은 해가 중천이라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아무 생각 없이 돌아다니다 처음 보는 카페가 있길래 들어가 바 자리에 앉았다. 유독 그날따라 그 자리가 끌렸다.
그렇게 처음 간 카페에서, 그날 처음 본 바리스타 분과 한 시간이 넘도록 이야기를 나누며 커피를 두 잔이나 들이켰다. 서로 인스타 교환까지 한 뒤로 얼떨떨한 기분에 취해 집으로 돌아왔다. 전날 하체 운동으로 시달린 다리가 뭘 그리 많이 걸었냐고 비명을 질렀으나 마음만은 한없이 치유받은 하루였다.
별거 아닌 말 한마디로 시작된 대화로 나의 하루는 사람의 온기로 가득 찼다. 별거 아닌 사진 한 장으로 그 어르신의 하루에는 작은 행복이나마 찾아왔다. 행복이 뭐냐고 물어본다면 나는 이런 게 행복이라고 답하겠다.
크건 작건 상관없이 내 하루를, 한 시간을, 어쩌면 단 한 순간이라도 따스한 마음이 차오르게 만드는 것이 행복이다. 서로에게 무관심하고 내 한 몸 건사하기도 힘든 세상이지만 되려 그런 세상이기에 이런 일들이 행복이 된다.
남들은 뭘 또 그런 걸 하냐고 한 소리 할지도 모르지만, 안 될 이유는 없다. 그러지 말아야 하는 일이 아니라면 괜한 짓을 한 번쯤은 해볼 법하다. 그러니 한 번은 도전해 봤으면 한다.
그런 작은 행복들이 쌓이다 보면 큰 행복이 될지도 모른다.